<쥬라기 월드> 노잼입니다.

2015.06.12 00:57

polyester 조회 수:2766

어렸을 때 <쥬라기 공원> 1편을 정말 너무나도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요. 뭐 누군들 안 그랬겠냐마는요.

아직도 주인공 일행이 어두운 주방 안에 몸을 숨기자 차가운 금속에 날카로운 발톱이 딱딱 부딪히는 소리를 내면서

벨로시랩터들이 서서히 다가오던 장면의 조마조마함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감독이 바뀌었으니 <쥬라기 공원> 1편의 재미를 기대하고 가면 안 된다고 스스로 몇 번이나 다짐했지만

어쩔 수 없이 기대를 하게 되더라고요. 특히 예고편에서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테마 선율을 들었을 땐 정말이지... 


근데 <쥬라기 월드>는 노잼이에요.

촌스럽고 유치하고 지루하고 산만해요.

각본이 너무너무너무 촌스럽고 게으른데다가 캐릭터와 대사가 진짜 나쁩니다.

개연성도 현실성도 없는 장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요.

인물들의 멍청함으로 이야기의 위기와 갈등을 만들어나가고,

캐릭터들은 놀라울 정도로 스테레오 타입에 딱 맞게 설정돼 있어요.


대사는 많고 긴데 쓸모 없고 재미도 없어요.

이런 나쁜 대사들이 나오는 이유는 명백해요. 영화가 되게 교조적이거든요.

모든 인물들이 시종일관 관객에게 교훈을 주기 위한 대사들만 내뱉습니다.


요즘 블록버스터 영화 볼 때마다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영화인지

매번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똑똑한 캐릭터들,

꼭 필요한 말들만 골라서 정확한 시점에 하는 대사들로 이루어진 각본이 생각보다 참 드물어요.


<디워>는 안 봐서 모르겠고, 이 영화가 <쥬라기 공원> 1편보다 <고질라>와 비슷하다는 루아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가 마술을 부려 창조해낸 환상적인 세계를 기대하고 가시면 매우 크게 실망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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