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0 16:09
며칠동안 올라오는 글들을 읽고 댓글로 벌어지는 의견의 충돌과 감정의 고양까지 지켜봤습니다.
투표라는 형식 자체에 반대한다는 글도 한번 쓴적이 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해야 한다면 판님의 의견대로 해보는게 어떤가 하는 글이었지만 그건 투표하자 그렇게 결정하자..라기 보다는 운영자인 듀나님이 채택해서 공지해주시면 어떤가 하는 거였죠.
사실 이미 찬성의 흐름이 도도한 마당에 소수의견일수도 있는 반대 의견을 올리는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저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싶어서 말이죠. 총대까지는 아니고 저혼자만의 의견일지라도 한번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듀나게시판은 정의되기 힘든 인터넷 커뮤니티입니다. 그게 제가 요 몇년간 쭈욱 바라본 듀나게시판의 성격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혼돈 그 자체이고 질서나 규칙이 없으면서도 묘하게 균형과 질서가 유지되는 느낌이 드는 곳이죠. 근래에 좋은 글을 보기 힘들다. 수준 높은 글이 안올라 온다.. 라는 이야기도 많고 특정회원에 대한 불만과 성토가 이어지는 것도 듀게니까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듀게에 지분을 주장할만한 기여도 없고 그동안 수준 높은 읽을거리를 제공하지 못한 일반 회원으로써 저는 듀게의 그런 속성이 맘에 듭니다. 어떻게 보면 극한까지 치닫는 댓글 논쟁과 수준 안되는 혹은 너무 수준 높은 글들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그런 자유로움이 어찌보면 듀게의 장점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게 되거든요.
이제까지의 과거는 묻어두고 앞으로 언어적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회원에 대해 제재하자는 투표가 진행중입니다. 많은 분들이 찬성 의견을 내셨구요. 저는 언어적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하고 누가 판단하고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규칙이 생겨나는 자체가 듀게에 가져올 파장을 염려합니다. 그나마 진보에 가깝던 듀게에서 보수성을 선택하는 단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신경을 긁지마라. 곱고 바른 말을 써라, 대중에게 밉보이는 의견을 내지 마라. 게시판의 룰을 따라라.. 과연 그것이 듀게에 꼭 필요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듀나게시판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 필요한 논의이고 행동일까요? 저는 왠지 그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뒤통수를 근질거리게 만듭니다. 물론 에티켓을 지키면서도 당신이 말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투표를 하는게 아니냐고..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규칙이라는 것은 한번 생기고 나면 최초의 선한 의도와 상관없이 파장을 미치게 마련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반대 의견을 내는거구요.
제 생각과 글이 공허한 외침이요.. 논리와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주장이고 특정인을 응원하기 위한 쉴드로 보일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지금도 제약이 많은 국가에 살아가는 소시민으로써 듀게만큼은 맘편하게 하고싶은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저와 생각을 같이 하는 분은 얼마나 계실지도 궁금하구요.
불편하실수도 있는 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06.20 16:20
2015.06.20 16:21
말씀하시는 '맘편하게 하고싶은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란게,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들을 '개소리 헛소리'라 규정하면서 그들은 '개', '찌질이'이니 '자신의 놀이터'에서 쫓아내겠다고 맘편하게 선언할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라면 뭐 글의 논지를 이해할수는 있겠습니다.
2015.06.20 16:24
생각하면 인과관계에 룰 없는게 있겠습니까
2015.06.20 16:30
님이 어떤 생각으로 듀게를 그동안 맘 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공간으로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막말로 인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하는 공간이었을 수도 있죠.
규칙은 본인뿐만 아니라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맘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2015.06.20 16:34
진보가 비도덕을 지향하진 않습니다. 그냥 최소한의에티켓에 대한 논의일뿐이에요. 정말 제재가 위축을 불러올까요? 예전엔 필터링거치지않고 막 쏴댔다면, 이젠 댓글달기전에 브레이크정도를 걸어보자는 얘깁니다. 더 나아가 심각한 욕설, 차별, 혐오, 장애인 비하등의 에피셋들을 추후에 규제할수있는 확실한 기틀을 마련한다는 의의도 될 수 있고요.
규칙이라는것이 일단 생기면, 그것의 선한 의도와 무관하게 부작용을 일으킬수있다는 지적에는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규칙이 없는 현 상황에서 일어난 문제들 역시 결코 무시될수없지요. 결국 각자가 차악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선택된다고 봅니다.
2015.06.20 16:47
미래는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어서 신고게시판이라는 게 생기면 어떻게 운영될지 모르겠는데
매일 누군가가 다른 누구의 글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는 신고글을 올리고
그것에 대해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지고 그래서 또 투표로 가고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좀 괴로울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고 신고하는 사람수나 신고되는 글의 갯수로 기계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이고요. 신고게시판이라는 건 그야말로 신고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 주는 거라
메인게시판에서는 쉽게 하지 못했던 저격을 오히려 쉽게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좀 되고...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이 잘 안 돼서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어요.
다른 사이트에서 신고를 받는 곳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좀 가르쳐 주셨으면 좋겠네요.
2015.06.20 16:48
2015.06.20 16:53
2015.06.20 17:06
칼리토님의 우려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런데 지금 듀게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표' 관련된 일은 듀게한테 로보토미- 전두엽제거 수술을 해서 그 날서고 매서운 기력을 죽여버리는- 그런 방향으로 가려는 의지의 반영이 아니고요 오히려 도무지 구제불능으로 망가져가는 조직체를 구원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봅니다.
만약에 하나 칼리토님께서 걱정하신대로 듀게가 밋밋하고 답답한-- 모 유저님식 표현을 빌리자면 '병신같이 남들이 쪼금 건드렸다고 징징대는 찌질이들이 우글거리는'-- 공간이 되어서 많은 분들이 듀게의-- 일본 전후민주주의스러운? 아마도 ^ ^-- 밋밋함에 실망하고 떠나신다 하더라도, 그러한 속성 자체는 그것대로 듀게 자체의 자체 방어 행동에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니까, 저로서는 그것이 이 '투표' 사태가 벌어지기 전의 듀게-- 아무도 아무런 책임도 안 진채 떠내려가는 버려진 배, 물론 선장과 선주는 옛날에 포기해버린-- 가 어딘가 흘러 흘러 가닿게 되는 귀착항-- 또는 바닷속 어딘가--보다는 훨씬 더 의미가 있고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111님/ 듀게는 오유건 일베건 디씨뭐건 다른 사이트와 똑같아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그 전에 무수한 사람들이 "듀게 실망했다 왜 이모양이냐?" 라면서 따지고 시비를 걸고 그런 일들이 벌어지겠죠. 그리고 그 의견들 일부는 게시판의 성격 형성에 반영이 될 것이고요.
그리고 '악법' 만드려고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법' 은 (악인지 선인지는 몰라도) 몇년 째 존재해 왔어요 천황폐하-- 실례, 주인님께서 그것을 전혀 가동을 안해서 유명무실해졌을 뿐이죠. 최소한 저는 무슨 새로운 규칙에 대한 토의는 전혀 할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운영이 제대로 될거라는 것만 보장하면 돼요.
2015.06.20 17:11
기존에 적용해왔던 규칙인 반말,욕설금지만 제재해도 충분할 듯 싶은데요.
제재를 했던 시기가 뭐그리 글쓰기 껄끄러운 환경도 아니었잖아요?
2015.06.20 17:44
2015.06.20 17:53
전에도 에티켓에 대한 제재는 있어왔습니다.
듀나님이 손놓기 전에요. 거기엔 아마도 인신공격,막말 뭐 이런것들도 신고됐을 겁니다.
듀나님이 손을 놓지않았다면 아마 내보내고 싶어했던 그 분은 신고누적으로 진작 강퇴됐겠죠.
다수 회원들 요구는 전처럼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고,
어차피 이전과 같이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인데 뭐이리 반발이 심한지 솔직히 의아하네요.
2015.06.20 19:07
2015.06.20 21:13
비파님 댓글에 동의합니다.
2015.06.20 19:28
2015.06.20 17:16
강퇴 제도가 없었던 시기는 겨우 지난 1년 뿐이었고, 듀게는 오히려 트롤러들을 그때마다 적절히 퇴치해왔죠. 기억의 왜곡이 있으신 거같아서..
2015.06.20 17:22
맘편하게 이야기하는것과 예의를 무시하는건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또한 진보가 모든걸 희생하며 지켜야할 절대선도 아닐뿐더러
무뢰배들의 난장판 흙탕물에서 진보를 찾느니, 맑은물로 가라앉은 보수가 되는게 차라리 낫습니다.
반골.반항.무례.철없음을 진보와 연결짓는 실수는 하지 않는것이 좋습니다.
2015.06.20 17:27
2015.06.20 17:38
긍정적인 모드로, 약간의 제재에 대한 압력은 유저가 글 쓸 때 창의적인 비아냥의 모토가 됩니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인간이 인간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뭉치고 편드는게 규칙 하나로 해결되는 게 아니죠. 규칙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건 아닐 겁니다. 아무런 제재도 모니터도 없는 저속한 비아냥이나 욕설 bullying은 정말 미적으로도 꼴상사납습니다. 옛날 듀게 역시 살벌했지만 살벌하면서도 재미있는 곳이었죠. 그리고 그 옛 듀게도 최소한의 제재가 명시적으로든 묵시적으로든 지금보다 더 많았습니다.
2015.06.20 18:10
제 생각은 어쨋거나 소부님이 난 사람은 난사람이다 싶습니다. 그분 하나땜에 이렇게 다수가 모여서 제제조치를 만들려고 하는거 보면요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한다면 저도 투표반대쪽입니다,
2015.06.20 18:18
반대 의견을 가지시는 데에는 전혀 이의가 없습니다만, 전제가 틀렸습니다. 현상황은 본문에 쓰신 것처럼 원래 규칙없이 모두가 자유롭게 놀던 공간에 갑자기 일부가 규제를 만들자고 외치는 상황이 아닙니다. 지난 십여년 간 공간을 관리하고 규제 사항을 적용시켜온 관리자가 더이상 관리하지 않겠다(않고 있었다)고 공식화한 상황에서 이대로 무정부 상태로 방치할 것이냐 예전처럼 어떻게든 관리가 될 수 있는 방도를 모색할 것이냐에 대해 논의하는 상황입니다.
2015.06.20 18:48
글쓴이의 주장에 제재를 가하자는것이 아니라 태도에 제재를 가하자는 것입니다. 게시판의 의견의 디양성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2015.06.20 19:23
"다른 사람의 신경을 긁지마라. 곱고 바른 말을 써라, 대중에게 밉보이는 의견을 내지 마라. 게시판의 룰을 따라라.. " <==== 진짜 이런 의도로 투표를 진행한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일부러 호도하시는건가요? 전자면 독해력 이해력이 부족하신것 같고 후자면 위에 어느분 말씀대로 듀게 이용자를 아주 우습게 보시는군요. 사안을 객관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라면 듀게 이용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다 참다 겨우 진행되는 이 움직임에 대해서 찬물 끼얹지 마시죠.
2015.06.20 20:24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글 잘읽었습니다.
2015.06.22 09:30
주말 동안 인터넷을 못했는데.. 뒤늦게 글 잘 읽었습니다. 현 정부가 만드는 규제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인 성향을 보이는 듀게 회원들이 내부 제재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나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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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의 옹호로는 전혀 보이지 않아요.
다만 잘못 알고 계신것 같지만, 듀나님의 독재(?)체계안에서 규칙이 존재하고, 그 규칙에 의해 징계가 존재했던게 5년 이상 되었었습니다.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10년일수도..
즉,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그런 자유로움이 어찌보면 듀게의 장점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게 되거든요. 이제까지의 과거는 묻어두고...'를 말씀하신다면 그건 정말 게시판이 두번 바뀌기 전의 오래된 게시판,혹은 작년부터 잠시동안의 듀게를 얘기를 하시는것 같습니다.
애초 그런 무정부상황에서 규제가 생긴것도 그게 없이는 무의미한 논쟁으로 소란이 지나치게 소모적으로 흘렀기 때문인거고요. 의도적인 트롤링에 피로함이 쌓이기도 했고요.
현재는 그 당시의 강제적이고 강력한 규제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 규제를 생각해보고 이제 어떤방법으로 어떤 수위로 할지 논의해보자 하는 단계니 오히려 염려하시는 자유로움에는 최소한 더 근접한 형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