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제 본 BIFAN 영화들

2015.07.19 09:49

디나 조회 수:1237


  문워커스 

  너무 좋아하는 론 펄먼이 주연인 것 만으로도 볼 만 합니다. 적당히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코미디. 스탠리 큐브릭과 달 착륙 사기극에 대한 음모론을 가지고 맨든 영환데요 사실 이 소재는 딱히 신선할 것도 없는 쉰 떡밥이죠.... 달 착륙 사기극에 대한 영화는 이미 수십년전에 카프리콘 원이 다뤘고 스탠리 큐브릭 음모론은 몇 년전에 부천에서 다큐로 상영도 했었고.... 이 영화는 거기다가 히피즘,월남전 ptsd 등등 69년이라는 시대에 맞는 모든 요소들을 긁어서 유머코드로 사용합니다. 고어는 덤. 적당히 웃기고 적당히 즐길 만 하지만 아주 촌철살인 이라던가 아이쿠 날 살려라 할 정도로 영리하게 웃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인상적 인건 오프닝 크레딧. 007 오프닝의 히피버전 같은 느낌인데 정말 잘 만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론 펄먼이 짱입니다. 이 아재(할배?) 목소리는 정말 우주 최강!


 무국적소녀

 이건 예매 안 해 두었던 건데 그냥 현매로 봤습니다. 딱히 끌리는건 없었는데 주연이 도쿄 트라이브에서 인상적이었던 세이노 나나. 뭐 전형적인 오시이 마모루 영화입니다. 그 옛날 아바론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몽환적인 뿌연 파스텔톤에 심각하게 지루한.... 막판에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긴 하는데 보면서 참.... 이 덕후를 어쩌면 좋을까? 싶더라고요. 오시이 마모루의 총질하는 미소녀에 대한 집착의 끝은 과연 어디인가?......사실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똥입니다.

그런데 주연인 세이노 나나의 액션장면 하나는 볼 만 합니다. 도쿄 트라이브에서 처음 본 배우인데 액션을 너무 잘해서 놀랐거든요. 이건 배우가 트레이닝 받은 수준이 아니라 원래 무술하던 처자가 배우가 된 느낌이거든요. 동작이 너무 깔끔하고 신속 정확하고 자세가 제대로 나옵니다. 이게 대역도 아닌게 얼굴 다 나오는 상태에서 액션이 나오거든요. 이번 영화에선 총기액션 까지 선보이는데 시점 샷으로 ak74의 탄창을 교환하는 장면(새 탄창으로 빈 탄창을 쳐 내면서 삽입하는) 을 보고 정말 감탄했습니다. 이건 머 게임에서 볼 법한 프로페셔널한 동작 ㄷㄷㄷㄷㄷ  거기다가 화려한 관절기와 그라운드 기술까지...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양자경의 뒤를 이을 아시아 액션 여배우가 될 자질이 보입니다. 그런데 정보가 너무 없어서 궁금했는데 세상에나 그라비아 출신 이더군요 ㄷㄷㄷㄷ 하긴 마스크만 보면. 


 터보키드

 자전거 버전 매드맥스 라는 카피로는 설명이 좀 부족한 영화. 딱 저같은 80년대 초반생의 노스탤지어 덕심을 마구마구 건드리는 영화입니다. 기본적으로 매드맥스식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80년대 일본 전대물, 파워글로브로

상징되는 그 당시 게임,당연히 나와야 하는 80년대 신스팝음악 등등의 요소가 다 짬뽕되어 있습니다. 예상외로 귀염귀염한 로맨스도 있구요. 나중에 gv에서 들었지만 기본적으로 공동감독 세사람이 (두남매와 한 남자인데 누이와 남자가 커플 오빠와 남자가 절친 이라네요.) 정말 오덕들이고 일본문화와 게임에 푹 빠진 사람들이라 그런 요소들이 잘 녹아있어요. 80년대 레트로를 재현하는 영화들은 꽤 있지만 (최근의 쿵 퓨리까지) 동심의 관점에서 접근한 점이 좋았네요. (그런데 역시 사지가 절단되고 피칠갑인데 이걸 동심이라고 해도? 됩니다...-_-) 


 데스가즘

 영화 시작전에 감독이 자봉의 안내를 받으며 제 앞으로 지나가는데 소매없는 청자켓에 온통 덕지덕지 붙어있는 슬레이어를 위시한 메탈밴드 패치들을 보고 '아 감독이 또 오덕이구나...' 싶었네요. 아니나 다를까 데스메탈 영화입니다.

뉴질랜드 촌구석에 메탈 좋아하는 왕따학생의 생활을 코믹하게 그리는걸로 시작해서 오컬트 좀비물로 변하는데 솔직히 그냥 그랬습니다. 아이디어가 너무 없어요. 엄청나게 많은 피와 내장이 나오는데 별로 웃기지가 않는달까.... 

영화 자체보다 영화 끝나고 gv시간이 차라리 재밌었네요. gv인데 질문들은 안하고 죄다 '저도 메탈밴드를 하는데...' '저도 메탈팬인데....' 심지어 '제 남친이 메탈밴드를 하는데...' 뭐 죄다 이런식... 


 데드 인페르노

 하루에 세 탕을 뛴 탓인지 거기다 앞선 영화들의 피칠갑에 질려서 그런건지 이 영화는 보기가 괴로웠어요. 다른게 아니라 지겨워서요. 별 다른 아이디어도 없이 좀비 학살하는 영화는 이제 좀 그만......그런데 내가 이걸 왜 골랐을까???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봤어야 하는건데 아아아....뭐 좀 다르다면 다른게 야쿠자 물과 좀비물의 결합이라는 건데 뭐 그래봤자... 야메로! 빠가야로!!! 난다고레?!! 이런거 두시간동안 듣는것도 고역이었네요. 



 아무튼 몇 편 보면서 든 생각은 내가 나이를 먹은건지 아니면 그냥 부천에 오는 영화들이 그냥 그런건지 아니면 전 세계적으로 뭔가 잘 빠진 장르영화들이 잘 안나오고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저한테 부천영화제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은  2002년에 처음 와서 피터잭슨의 데드 얼라이브를 봤을때의 강렬한 기억과 2009년에 마터스를 보고 느꼈던 전율이 제일 커요. 그 비슷한 느낌 언저리라도 느끼고 싶어서 매 년 가지만 왕건이는 아무때나 오지 않는군요.  암튼 남은 영화들이나 기대 해 봐야겠어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