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0 09:27
# 한국에서는 3학년 2학기인 둘째가 이 곳에서는
(알파벳도 모르고 왔다는 이유로) 아직 3학년 1학기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3학년 2학기 과정을 한국과 맞추어 진도 나가려고 나름 애쓰고 있죠.
그.러.나.. 다들 직면하는 문제가 가장 큰 법 아니겠습니까. 이 곳의 교과 과정도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하루는 Social 과목에 전전긍긍하고 있기에 옆에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동공에 힘을 잃고 넋이라도 있고 없고.. 하더 군요.
그래서 한숨 포옥 쉬고 아이에게 '다시 한 번 집중 좀 해봐' 라고 말하려는데 아이가 내게 말했습니다.
- 엄마.. 귀마개 하나만 주심 안될까요?
= 왜. -_- - .. (왼쪽 귀를 막는 시늉을 하며) 자꾸만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오른쪽 귀에 들어와서 왼쪽 귀로 빠져나가는거 같아서요..
여길 막으면 엄마 말이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 같앙.
...........
#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쪽지 시험 결과를 받아 든 둘째가 갑자기 펑펑 서럽게 울면서 내게 안겨왔습니다.
= 왜그래?? 선생님께 혼났니?
- (꺽꺽대며) 시험을 너무 못봐서요. 흑흑..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서요...
갑자기 아이가 측은해 지면서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 괜찮아. 네가 잘 못하는게 아니야. 시간이 걸리는 것 뿐이야.
괜찮아. 천천히 배우면 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네가 뭘 잘못 알고 있는지..
그것만 잘 알고 기억하고 다시 틀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만 배우면 돼.
울지마. 네가 잘하는게 얼마나 많은데~
아이를 다독이고 뽀뽀를 해주며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학교에서 시험을 본 아이가 차에 신나게 오르더니
갑자기 감정을 잡으며 울먹울먹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 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그게 아니라.. (울먹)학교에서 본 테스트 점수가 너무 안 나와ㅅ...
= 야 잠깐 스톱. 어디서 약을 팔아. 이게 ... 그 핑게도 한 두번이지!!
- (중얼중얼) ..에이 안 속으시네.
.........
# 둘째는 (저와는 달리) 머리숱이 풍성하고 까맣습니다.
그리고 머리통이 앞뒤 도톰한 짱구형이라 머리를 풀러도 이쁘지만
(머리 모양만 -_- ) 묶으면 정말 예뻐요.
머리를 정갈하게 빗고 있는 아이를 무심히 보다가 저도 모르게 한 마디 했죠.
= oo 이는 좋겠다. 예뻐서. 우리 oo 이는 참 예뻐.
그러자 아이가 내게 말했습니다.
- (거울만 보며) 엄마도 예쁠 수 있어........꾸미면.
......
# 학교 선생님께서 중요하다며 꼭 집에서 해 오라 숙제 내주신 프린터 물을
어딘가에 흘려 잃어버리고 온 둘째에게 소리소리 지르면서 어쩔 꺼냐고 화를 냈습니다.
하필이면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었거든요. 이 곳에서는 가급적 저녁 8시 이후에는 외출을 삼가하는 편이었구요.
같은 반 친구에게 부탁해서 핸드폰으로 프린트 물 사진을 전송받았습니다.
집 프린터에 연결해 프린트를 하려고 하자,
아~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프린터 잉크가 똑, 떨어졌어요. ...
이 프린트물은 매우 중요한 숙제였습니다. 고민을 했지요. ...
그냥 학교에 가서 사실대로 말하고 혼나고 숙제를 하루 더 유예받게 할 것인가. ...
그냥 학교에 가서 사실대로 말하고 혼나고 엉망인 결과를 받게 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제가 만들었습니다
.
... 선생님께서 아마 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몰겠습니다... 이제 석 달 남았어요. 집에 잠시 놀러가기 까지.. 올해에도!! 기대됩니다. 헤헤헤
2015.09.10 09:28
2015.09.10 09:36
못쓰는 글씨로 ... 안뵈는 글자를 노려보며 만들었는데 칭찬받으니 몸 둘바를 몰라 어깨춤을 추게 되네요. 둥기둥가. 잇힝 'ㅁ'
고맙습니다.
총명, 이라기 보다는 GQ(잔머리)가 발달한 거 같습니다.
하아-
2015.09.10 09:39
2015.09.10 09:43
...대단하진 않아요. 사실은 1시간에 걸쳐 저걸 만들면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욕을 머릿 속에서 퍼붓고 손에 구현을(뭐임마?!)
ㅋㅋㅋㅋ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총명,이 아니라 잔머리가... 하아..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자라고 지내고 살 수 있길 바라고 싶지만..........세상이 그렇지 않다보니 채근하게 되네요.
2015.09.10 09:40
아, 뭔가 모녀지간이 너무 귀여워요!!손수 만드신 프린트물도 너무 귀엽고요 > < 알콩달콩 흐뭇하네요 :-)
2015.09.10 09:40
동물그림도 직접 그리신 건가요? 그림들이 귀엽네요^^
opossum 무슨 동물인지 몰라서 찾아봤더니 어,엄청나게 큰 쥐군요!
2015.09.10 09:45
@스트로베리치즈님// ...저는 독설가지만 쟤는 무상무념으로 내뱉는 아이에요. 그런데 왜 제가 더 데미지를..(흑흑)
@TIMEINABOTTLE님// ..네, 그까이꺼 대충(훗).. 인터넷 이미지 보고 그렸습니다만, 다람쥐가 매우 시크하쥬?!
저도 주머니쥐는 첨 보는 단어이고 동물인데, 이 동네에 많대요(흑흑흑.. 근데 이미지들이 사실 좀
무서운게 많았다능)
2015.09.10 09:46
우와 능력자..!
2015.09.10 09:48
부끄럽습니다. 그나저나 가라님의 자제분도 참으로 귀엽고 건강해 보이더라고요. 늘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고 건강히 무럭무럭 자라길 기원합니다. ^^
2015.09.10 09:53
possum을 opossum이라고도 하나보네요. 그림 솜씨 좋으세욥!
2015.09.10 10:01
2015.09.10 10:01
그 차이가... http://www.bobinoz.com/blog/4013/possums-and-opossums-australia-and-america-all-explained/ 이랍니다.. 결론은 같ㅇ,ㄴ 동물??!!
고맙습니다 헤헤
2015.09.10 10:34
프린터가 없으면 직접 드로잉 ㅎㅎㅎㅎ
아니 그런데 엄마도 꾸미면 예쁠 수 있다니 . . . 딸램 눈 많이 높네요 '~';
2015.09.10 13:05
시간 잠깐이군요.
벌써 두어달 남았다니...
2015.09.10 13:38
대단하세요! 그림 잘 그리십니다.
2015.09.10 13:52
일러스트 정말 멋집니다. 전직?이 의심스러운데요?
2015.09.10 20:49
2015.09.10 21:21
2015.09.10 22:35
그림이 안보입니다만 댓글들로 미뤄볼때 대단한 일을 하신 것 같아 경외의 눈길로 바라보게되네요. 둘째 참 귀엽습니다. ^^
2015.09.11 12:05
@올리드님// 음하하..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이런 마음을 자식들이 감이라도 잡을지 모르겠어요. 근데.. 저도 몰랐으니 쟤들도 모르겠죠.
@채찬님/ ㅎㅎㅎ 경외,까지는 턱도 없을만큼 어줍잖은 실력입니다. 시선 거두어 주소서- ^^ .. 귀엽죠.. 잘 때가 제일 귀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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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제분이 총명하시네요. 시험 못 봤다고 울먹거리는 거 제가 중1때 쓰던 방법인데....-_-ㅋㅋ
아니 그나저나 손재주가!!!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