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는 3학년 2학기인 둘째가 이 곳에서는

(알파벳도 모르고 왔다는 이유로) 아직 3학년 1학기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3학년 2학기 과정을 한국과 맞추어 진도 나가려고 나름 애쓰고 있죠.

그.러.나.. 다들 직면하는 문제가 가장 큰 법 아니겠습니까. 이 곳의 교과 과정도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하루는 Social 과목에 전전긍긍하고 있기에 옆에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동공에 힘을 잃고 넋이라도 있고 없고.. 하더 군요.

그래서 한숨 포옥 쉬고 아이에게 '다시 한 번 집중 좀 해봐' 라고 말하려는데 아이가 내게 말했습니다.

- 엄마.. 귀마개 하나만 주심 안될까요?

= 왜. -_- - .. (왼쪽 귀를 막는 시늉을 하며) 자꾸만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오른쪽 귀에 들어와서 왼쪽 귀로 빠져나가는거 같아서요..

여길 막으면 엄마 말이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 같앙.

 

 

...........

 

#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쪽지 시험 결과를 받아 든 둘째가 갑자기 펑펑 서럽게 울면서 내게 안겨왔습니다.

= 왜그래?? 선생님께 혼났니?  

- (꺽꺽대며) 시험을 너무 못봐서요. 흑흑..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서요...

갑자기 아이가 측은해 지면서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 괜찮아. 네가 잘 못하는게 아니야. 시간이 걸리는 것 뿐이야.

괜찮아. 천천히 배우면 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네가 뭘 잘못 알고 있는지..

그것만 잘 알고 기억하고 다시 틀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만 배우면 돼.

울지마. 네가 잘하는게 얼마나 많은데~

 

아이를 다독이고 뽀뽀를 해주며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학교에서 시험을 본 아이가 차에 신나게 오르더니

갑자기 감정을 잡으며 울먹울먹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 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그게 아니라.. (울먹)학교에서 본 테스트 점수가 너무 안 나와ㅅ...

= 야 잠깐 스톱. 어디서 약을 팔아. 이게 ... 그 핑게도 한 두번이지!!

- (중얼중얼) ..에이 안 속으시네.

 

.........

# 둘째는 (저와는 달리) 머리숱이 풍성하고 까맣습니다.

그리고 머리통이 앞뒤 도톰한 짱구형이라 머리를 풀러도 이쁘지만

(머리 모양만 -_- ) 묶으면 정말 예뻐요.

머리를 정갈하게 빗고 있는 아이를 무심히 보다가 저도 모르게 한 마디 했죠.

= oo 이는 좋겠다. 예뻐서. 우리 oo 이는 참 예뻐.

그러자 아이가 내게 말했습니다.

- (거울만 보며) 엄마도 예쁠 수 있어........꾸미면.

 

......

# 학교 선생님께서 중요하다며 꼭 집에서 해 오라 숙제 내주신 프린터 물을

어딘가에 흘려 잃어버리고 온 둘째에게 소리소리 지르면서 어쩔 꺼냐고 화를 냈습니다.

하필이면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었거든요. 이 곳에서는 가급적 저녁 8시 이후에는 외출을 삼가하는 편이었구요.

같은 반 친구에게 부탁해서 핸드폰으로 프린트 물 사진을 전송받았습니다.

집 프린터에 연결해 프린트를 하려고 하자,

아~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프린터 잉크가 똑, 떨어졌어요. ...

이 프린트물은 매우 중요한 숙제였습니다. 고민을 했지요. ...

그냥 학교에 가서 사실대로 말하고 혼나고 숙제를 하루 더 유예받게 할 것인가. ...

그냥 학교에 가서 사실대로 말하고 혼나고 엉망인 결과를 받게 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제가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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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께서 아마 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몰겠습니다... 이제 석 달 남았어요. 집에 잠시 놀러가기 까지.. 올해에도!! 기대됩니다.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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