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힙합을 싫어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힙합문화가 별로에요. 돈자랑 차자랑 옷자랑 금니자랑 총자랑 기타 등등 그들이 왜 그런지는 알지만 별로 제 취향은 아니었거든요. 뭐 제가 밴드를 하는 사람이고 락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라서 그런것만은 아니에요. 또 음악적으로도 저한테는 리듬보단 코드나 멜로디가 훨씬 중요해서 아무래도 힙합은 음악적으로도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아요....하지만. 제 또래 80년대 초반생

  들에겐 자기 취향이 어쩌고 저쩌고간에 초등학교 시절에 이제 막 음악에 관심을 가질 시절에 서태지와 듀스의 세례를 피해간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기도 하죠. 성인이 되어 대학에 갈 무렵엔 자의든 타의든 

  힙합을 듣던 안듣던 그때는 죄다 큰 바지에 큰 옷을 입고 살았었구요....(그때는 옷이 다 컸어요....) 그리고 그 시절 90년대후반 2000년대 초반은 힙합의 마수가 락에게도 뻗쳐서 랩락장르(얼터너티브 메탈.랩메탈,

  랩코어,핌프락 뭐라 부르던간에) 가 대세여서 밴드를 해도 스타일은 힙합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판테라가 내한공연때였나? "레코드사 사장이 너도 이제 랩 좀 해보라고 지껄였는데....한번만 더 그런 소리 하면

  죽여버릴거라능!!!!" 이런 멘트에 모든 메탈헤드들이 눈물을 흘리며 hell yeah!!!!를 외치던 뭐 그런 시절이었으니까요..... 


  뭐 그러니까 제 말은 나는 힙합을 싫어하지만 또 아예 안들은건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그리고 몇 장의 앨범들은 락 앨범 못지않게 많이 들었어요. 바로 닥터드레의 크로닉과 n.w.a의 데뷔앨범. 

  드레의 크로닉은 워낙에 유명한 명반이고 저도 막 거친 스타일 보다는 그때 드레가 선보였던 고급진 비트의 g훵크에 매료되기도 했었지만 n.w.a의 데뷔앨범은 진짜 뭔가 뒷통수를 후려 갈기는 원초적인

  파워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앨범 제목이자 동명 타이틀곡인 straight outta compton 의 폭력적인 자극성은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이건 음악이 아니에요. ㅋㅋㅋㅋ 멜로디나 코드같은 선율적인 요소가 아예

  없다시피 하죠. 그냥 비트와 분노에 찬 랩과 뭔가 큰 일이 벌어진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여러 '사운드'들만 존재하죠. 수많은 락음악을 들었고 엄청 헤비하고 파괴적인 메탈,하드코어 음악들도 많이 들었지만

  이토록 심플하면서도 청자를 폭력적으로 만드는 음악은 쉐라러컴튼! 크레이지 머더 퍼.....말고는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처음 접한 그 시점 (90년대말) 에 힙합은 이미 팝음악의 핵심 장르가 되었고

  랩스타들은 갑부가 되서 뮤직비디오마다 차자랑 돈자랑 커다란 엉덩이를 흔드는 여자들 클로즈업만 가득한 뭐 그런 시점이라....(투팍과 비기의 죽음도 있었고) 영 별로였지만 80년대말 막 힙합이 태동하던 시점

  의 그 헝그리한 모습들엔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의 개봉을 무척 기다렸어요. 


  뭐 전형적인 연대기순으로 사실 그대로 재현하는 그런 음악영화죠. 실존 인물들과 너무나 닮은 캐스팅에서 한번 빵 터지고 (아이스 큐브 아들은 아빠랑 정말 그대로더군요) 닥터드레역 같은 경우는 드레얼굴인데

  좀 더 곱상한 버전이랄까? 잠깐씩 나오는 스눕독이나 투팍도 정말 비슷했어요. 아마도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고 당사자들의 인터뷰도 많을테고 뭐 직접 참여도 했고 굉장히 세심한 디테일 하나하나 그대로 재현

  했을거라고 보는데 fuck da police를 비롯한 수많은 명곡들이 막 탄생하는 과정이 주는 쾌감이 있었고 이게 솔로 가수든 밴드든 랩퍼든 뭔가 분위기를 막 타고 잘 나가기 시작했을때의 그 신나는 기운이랄까?

  (아~ 옛날이여....) 그런 장면들은 언제나 봐도 즐겁죠. 그런데 처음 알았던 사실인데 n.w.a의 매니저가 백인이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또 그 역이 폴 지아매티....이 양반!!!! 락 오브 에이지에선 80년대

  악덕 메탈밴드 매니저..... 러브 앤 머시에서는 80년대 브라이언 윌슨의 악덕 정신과 주치의를 하더니 이번엔 80년대 랩그룹의 악덕 매니저라니..... 이쯤되면 그 양반 얼굴이 그런 사람들 생김새의 무슨 스테레오

  타입이라도 되는거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왠지 그 양반 나오자마자 저 인간이 중간에서 삥땅 좀 치겠구만! 하고 예측할 수 있었죠. 

 

  즐겁기만 한 영화는 아니에요. 거대한 성공이후 영화 중반쯤 부터는 그들의 분열과 반목 디스와 실제로 폭력이 오가고 리더였던 이지이의 죽음까지 보여주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그냥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갱스터랩 아니 그냥 힙합문화 전반에 걸쳐서 그들이 말하는 '우리는 거리의 진실을 말한다'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그들 스스로도 똑 부러지게 정립된건 아닐거라고 봅니다. 원래

  뮤직 비즈니스라는게 다 기믹이고 뻥튀기가 심해서 일종의 그럴듯한 명분을 세일즈 포인트로 가져다 붙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쩌면 그냥 그들은 랩 좀 하는 갱들 딱 정말 그정도였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한국상황에선 도저히 상상도 안가는 경찰의 폭력적인 태도또한 이해가 안 가긴 마찬가지...  어쩌면 제가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절대로 모를수 밖에 없는 것들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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