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이 무려 두 시간 육분이구요. 스포일러 있습니다. 장르상 스포일러랄 게 없으니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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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카라테 키드'라니 좋지 않습니다. 민족 정서를 감안해야죠. ㅋㅋ)



 - 뉴저지 촌놈 랄프 마치오군이 LA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합니다. 아무 설명은 없지만 암튼 아빠는 없고 엄마랑 단 둘이 살아요. 아들은 이사 오는 게 엄청 싫었던 모양이지만 엄마의 취업 때문에 어쩔 수 없었죠. 하지만 오자마자 나름 성격 좋은 친구를 하나 사귀고 바닷가로 놀러가 신나게 놀다가 어여쁜 엘리자베스 슈랑 눈도 맞구요. '이거 괜찮은데?'하는 순간 가라데 고수인 엘리자베스 슈 전남친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습니다.

 그 상황이 학교 생활까지 이어져서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하던 우리의 주인공은 어쩌다 자기 사는 아파트 관리인 아저씨가 은둔 가라데 고수라는 걸 알게 되고, 아저씨와 함께 빌런의 가라데 도장에 찾아가 '대회에서 승부하자. 그 때까진 괴롭히기 없기!'라는 협약을 맺고 돌아옵니다. 대회까진 고작 두 달! 그 동안 랄프군은 가라데 고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이야기구요.


 짤로 요약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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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귀여운 청소년 (사실은 당시 이미 23세) 주먹왕 랄프 마치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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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여쁜 엘리자베스 슈와 눈이 맞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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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운 엉아들을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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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구요. ㅋㅋ



 - 넷플릭스에서 뭐 보지... 하다가 이 영화의 속편 격으로 나와 있는 시리즈 '코브라 카이'가 평가가 되게 좋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리고 최근에 본 영화에 나왔던 매력적인 배우 한 분도 거기 나온다는 걸 알게 됐구요. 그래서 예습차 봤습니다. ㅋㅋ

 하지만 애초에 탑골 노인들에겐 유명한 영화 아니겠습니까. 저도 티비에서 해 줄 때 중간중간 본 기억이 있구요. 근데 시작부터 끝까지 풀버전으로 한 번에 제대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다 보고 나니 딱 드는 생각은... 아. 이건 그 시절에 봤어야 할 영화였는데. 였지만 재미가 없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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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스크린, 로드쇼 잡지에서 수억번 봤던 짤)



 - 감독이 존 G 아빌드센에 음악이 빌 콘티. 일단 이것부터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영화가 뭔가 '록키'의 청소년 & 가라데 버전 같습니다. 뭐 실제로 비슷한 게 많아요. 가난한 배경의 남자애가 자신에겐 과분한(?) 여자 앞에 당당해지기 위해 격투기를 연마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아웃사이더 코치의 일상 밀착형 수련 과정도 그렇고. 

 주제면에선 '록키'의 아메리칸 드림 같은 거창한 차원까진 안 나아가지만 그래도 부자 금발 백인 핵인싸 양아치에게 두들겨 맞고 다니며 우울한 생활을 하던 가난한 아웃사이더 소년이 짱 센 가라데 고수가 되어 모두에게 최고로 인정 받는다! 는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당시 수많은 10대 남학생들을 열광하게 하기 충분했을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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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의 가라데 군단 '코브라 카이'. 나쁜 놈은 검은 색! 이라는 당시 표준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 옛날 영화답게 페이스가 아주 느긋합니다. 주인공이 수련을 시작하기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려요. ㅋㅋ 주인공이 양아치들에게 괴롭힘 당하며 점점 더 인생 암울해지는 모습을 거의 한 시간 동안 공들여 보여주고요. 그 다음엔 드디어 훈련을 시작하지만 훈련 같지 않은 훈련에 당혹해하며 또 그 와중에 부잣집 여자애랑 문제가 생겨서 자존감 떨어지는 모습들 같은 걸 40분 동안 보여주고. 영화의 하일라이트라고 해야할 '주인공의 가라데 활약' 장면은 마지막에 20분도 안 되게 나오고 끝납니다. 어찌보면 이것도 '록키'랑 비슷하죠.


 사실 21세기 기준으로 생각하면 많이 느슨한 전개지만, 애초에 80년대 영화들을 많이 보고 자란 탑골 클럽 멤버들 입장에선 '거 옛날 생각 나고 좋네'라는 느낌으로 느긋하게 즐길만 하기도 합니다. 나름 이런저런 사건들을 알차게 박아 넣었기 때문에 느슨하긴 해도 내용물은 충실하거든요. 특히 위에서도 말했던 '아싸 청소년의 슬픔'을 상당히 공들여 보여주기 때문에 당시 아싸 청소년 관객들은 완전 몰입해서 봤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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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다 못해 고기라도 두들기면 안 될까요...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비효율적 트레이닝씬.)



 - 그리고 주인공보다도 더 존재감이 큰, 이 영화의 히트 캐릭터였던 '미야기' 선생 캐릭터가 좀 재밌습니다. 

 일단 80년대 영화답게 오리엔탈리즘이 쩔죠. 내 고향 오키나와에선 모두가 가라데를 배웠지! 이런 드립들을 보며 '레모' 생각도 났구요. 노인들이 온통 물 위로 뛰어다니는 대한민국 취미 생활은 다도와 분재에다가 어디서 돈이 났는지 원목으로 칭칭 두른 본인 저택을 몰래(?) 갖고 있구요. 자꾸만 도 닦는 선문답 대사들 날리는 것도 그래요.

 그런데 그 와중에 또 현실적인 요소들이 들어갑니다. 미군으로 세계 대전에 참전해서 훈장까지 받았는데 그 와중에 본토에 있던 아내는 수용소에 강제로 끌려갔다가 목숨을 잃었다든가... 하는 식으로 미쿡의 어두운 역사 얘기들이 좀 나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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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사실 격투, 스포츠보단 이런 성장 드라마, 학원물 적인 성격이 더 강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오리엔탈리즘과 그 반대되는 요소가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 가운데, 그냥 엄청난 환타지 캐릭터입니다. ㅋㅋ 거의 하늘이 내려준 수호천사급으로 주인공에게 황당할 정도로 정성을 쏟아 주고요. 두 달 만에 가라데 고수로 만들어주질 않나, 생일 선물로 차 한 대를 그냥 줘버리질 않나. 매너 좋고 생각 깊고 상냥하면서 악당들 앞에선 당당하고. 보아하니 집도 직접 지은 모양인데다가 분재도 잘해 자전거도 잘 고쳐... 심지어 부상 당하면 신비의 기공 치료로 한 방에 치유까지. ㅠㅜ 완벽한 아빠이자 친구 겸 조력자인 거죠. 아마 이 캐릭터의 큰 인기에는 그런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본 만화로 치면 갑자기 나타나 요술봉 휘두르며 이유 없이 무작정 날 도와주는 요정 같은 존재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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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초에 가라데에 이런 괴이한 필살기(?)가 나오는 것 부터가...)



 - 그래서 사실상 마지막에, 20분도 안 되게 짧게 나오는 가라데 대회 장면들은. 흠. 일단 뭐 주연 배우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실제로 가라데를 잘 하는 사람들이었겠죠. 그래서 나름 볼만 합니다만 시합 하나하나가 엄청 짧아요. ㅋㅋ 토너먼트로 하루만에 결승까지 끝내는 대회이니 당연하기도 하겠습니다만, 시합 연출에 슬로우 모션을 단 1초도 쓰지 않고 다 그냥 실시간 진행으로 처리해 버리니 정말로 짧습니다. 다만 그만큼 실제 경기를 구경하는 듯한 박진감은 있구요. '록키'의 시합 장면 같은 폼은 기대하면 안 되지만 뭐 나쁘진 않았어요. 그럭저럭 볼만.


 다만 당황스러운 건 마무리입니다. 결승전 결과가 결정되고 나서 28초만에 영화가 끝나요. ㅋㅋㅋㅋㅋ 아니 진심 당황했네요. '에이드리어어어어엉언~~~~~!!!!!' 비슷한 거라도 나오겠지. 뭐 학교 생활물이니 이후 사는 모습이라도 나오겠지. 했는데 발차기 팍! 승자는 주인공! 우루루 달려나와 포옹! 미야기 센세~ 제가 해냈어요!! 사부님 흐뭇한 미소. 거기서 바로 끝!!! 하고 바로 검정 화면에 스탭롤. 여운이고 뭐고 얄짤 없는 급마무리!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나름 흐뭇~ 하게 보면서 이제 마무리의 여운 좀 즐겨볼까? 하는데 갑자기 싹둑 잘라 버리니. 제겐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었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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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종료 30초 전!!!)



 - 결론은 뭐...

 이게 아무리 당시에 인기를 끌었어도 '록키'처럼 두고두고 언급되고 회자되는 영화가 되지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작품성 측면에서 거기에 비빌 영환 아니구요.

 다만 그 시절 기준 청소년 성장물... 이라기보단 대리 만족 환타지물로서 나름 가려운 데를 잘 긁어주는 설정들과 스토리 라인은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구요.

 랄프 마치오나 엘리자베스 슈의 풋풋하고 귀여운 모습. 그리고 80년대 영화다운 나이브하기 짝이 없는 전개 같은 건 탑골 회원으로서 충분히 즐길만 했습니다.

 뭣보다 전 이미 말씀 드렸듯이 '코브라 카이'의 예습차 본 거라. 이제부터 볼 그 드라마만 재밌으면 다 괜찮습니다. ㅋㅋ 영화는 걍 나쁘지 않았어요.




 + 아시다시피 속편들이 주루룩 있죠. 성룡과 윌 스미스 아들 나온 건 속편이라기보단 쿵후 버전 리메이크 같은 거니까 제외하더라도 랄프 마치오 나오는 게 3편까지, 그리고 힐러리 스웽크 어둠의 역사가 한 편. 솔직히 1편 보고 나니 다른 작품들은 보고 싶지 않네요. 걍 스토리 요약이나 대충 훑어보고 드라마로 건너 뛰렵니다. ㅋㅋ



 ++ 글 적으면서 계속 록키 언급을 하다 보니 록키가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록키 시리즈 중 제대로 본 게 1, 2, 발보아 뿐이어서. 3과 4는 어떤 괴작인가 궁금하기도 하구요. 또 생각해보면 '크리드' 시리즈도 하나도 안 봤군요. 그것도 언젠간 봐야 하는데...



 +++ 그러고보면 '이티'도 그랬고 저 시절 헐리웃 영화들 보면 아빠 없이 엄마랑 살면서 아빠 역할을 대신 해 줄 다른 존재를 만나는 이야기가 유행이었군요. 이 영화의 미야기 아저씨도 해주는 것만 보면 뭐 이티급, 혹은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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