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9 17:41
무거운 잔듸 깎이를 가지고 해는 안나오고 비만 와도 쑥쑥 자라버린 잔듸를 깍고 있는 도중 이웃집 엠마 엄마가 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나에게 평소대로 안녕 인사를 하고 나서 그러고도 멈추어 서 있었다. 아 우선 하나 먼저 말해야 하는 거, 스웨덴에서는 시멘트로 만든, 그 안에 집이 안보이는 담이 없다. 우리 집은 정원이 딸린 아파트 1층인데 골목길 쪽으로는 낮은 나무로 만든 울타리가 우리집과 옆집 사이는 생나무 울타리가 있다. 나무 울타리는 그 높이가 선물이 키도 안된다. 엠마의 엄마는 뭔가 말을 할말이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녀한테 다가가자 생나무 덤불이 많이 컸다른 걸 지적하면서, 이 나무 울타리 높이로 다 짤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덤불 사이로 여러가지 식물들이 자라났는 데 그것도 좀 없애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층간 소음이 이웃간의 싸움 원인 하나라면 스웨덴 내에서는 이웃의 정원이 얼마나 형편없이 엉망인가가 이웃간의 싸움 원인 중 하나이다. 나는 날숨을 내쉬면서 내일 친구가 오는 데 같이 해봐야 겠어요 라고 답했다. 사실 중학교 이후로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나한테 이렇게 정원일은 하는 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엠마 엄마는 네, 그러더니 그런데 친구가 도와줄수 없으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도와줄께요 라고 말하고는 가던 길을 갔다.
잔듸 깍이를 두줄 돌렸을 까 했을 때 엠마 엄마는 벌써 일을 마쳤는 지 다시 그 자리에 와 서있었다. 그러더니 다시 한번 정말 말하겠는데 친구가 도와줄 수 없으면 나한테 말해요 나 정말 이런거 손질하는 거 좋아해요 라고 말했다. 순간, 아 이 사람은 정말 이걸 잘라버리고 싶어하는 구나 란 생각이 들어서 지금 할래요? 라고 물었더니 씩 웃으면 자기가 정원 손질 가위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결론은? 지금 우리집 마당에는 그녀가 잘라낸 나무가지, 덩굴 등등이 가득찬 이사할때 쓰는 큰 검은 플라스딕 봉투가 5개나 있다. 이 일을 다 끝내는 데 한 2시간 걸린듯하다.
그녀는 자르고 나는 잔듸 마저 깍고, 그녀가 잘라놓은 나무가지 봉투에 넣고 그러면서 평소 안녕? 안녕! 만 하던 사이였던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다. 그녀가 맡아 키우던 동물들은 다 그녀것이 아니라 누군가 버렸거나 동물들이 힘들어 할 때 잠깐 돌봐주는 일을 한다는 것, (그래서 그렇게 동물이 많았구나!), 허리를 조금 다쳤다는 거 (그러면 이거 하면 안되잖아요?) 등등을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정말 몇년을 알고 지냈는데 이제서야 통성명을 했다. 그녀의 이름은 테레스이다. 테레스는 웃으면서 이렇게 된다니까, 그냥 선물이 엄마, 엠마 엄마로 지냈지 이름도 몰랐다니까. 테레스의 딸 엠마와는 좀 더 가까운 사이이다. 이제 만 10살인 이 아이는 가만히 보면 친구들과도 잘 놀고, 자기 보다 어린 동네 꼬맹이들과도 잘 지낸다. 구두가 너무 좋다는 이 애가 몇번 내 구두들을 감탄하길래 지난번에 선물이가 눈에 안보여 뛰어 나갔을 때 저희도 도와드릴께요 하면서 더 큰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선물이를 구슬려 데려왔을 때, 아이스크림을 주고 내 구두를 모두 보여 준 게 몇주 전 일이다.
내가 테세스에게 엠마는 혼자죠? 라고 물으니까 응 나랑 엠마 단 둘이야. 우린 처음부터 단 둘이었어 라고 말한다. 내가 그런데도 엠마는 큰 언니 같다고 하니까, 테레스가 응 애가 어릴 때 부터 그랬어요 란다. 이런 저런 이야기, 그러면서 테레스는 혼자인 자신은 지금 혼자은 내가 얼마나 도움이 필요한 지 안다, 자기는 늘 좋은 친구들이 옆에 있어서 해나갈 수 있었다 란 말을 한다. 그러더니 필요하면 언제든지 엠마가 선물이를 돌볼 수 있는 물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물이는 너무 예뻐 란다.
테레스는 일을 마치고 나에게 앞으로 이 생나무 덤불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 지 다시 알려주었다, 그러더니, 아니면 나한테 부탁하고 라고 말을 했다. 사실, 나는 이런 거 가꾸는 거 좋아하고, 또 잘 내 이웃들이 잘 손질된 정원을 가지고 있는 게 좋거든.
그녀가 가고 나서 갑자기 남의 집에 가서 청소해주는 프랜즈의 모니카가 생각났다. 동네 아이들 이름을 알게되고 그 아이들이 커가는 걸 보고, 서로 이집 저집 들어가게 되고, 아이들을 맡기고, 우리 동네 살기 좋은 곳이다.
2015.08.09 17:49
2015.08.09 17:52
저한테는 정말 큰 일인데, 아주 쉽게 다 해치우더라고요.
2015.08.09 17:50
2015.08.09 17:56
처음에는 살짝 겁이 났어요. 그런데 이 사람을 쭉 봐왔는데, 언젠가 한번 이웃 아이중 한명이 다른 아이 한테 아주 못된 말을 하더군요. 여기서도 남의 집 애 문제는 잘 터치 안하는데 아이한테 잘못을 알려주고 설명하는 걸 보고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본인이 다 해버렸어요. 다음에는 아예 날을 잡아서 정원일 하고 저녁을 먹는 걸로 해야 겠어요. 전 어차피 혼자서 못하거든요.
2015.08.09 17:51
^______^ 이런 얼굴을 하고 글을 읽었어요.
저도 가게 앞에 나무 열여덟 그루로 된 자그마한 생나무 울타리가 있는데 생각난 김에 머리손질 좀 해주러 가야겠어요. 요즘 장마통에 부쩍 자란 터라...
한없는 게으름의 끝에 드디어 이 글로 일할 기운을 얻었네요. 그런 의미에서 Kaffesaurus님도 모니카. :)
2015.08.09 17:57
그건 아닌 듯 하하. 전 입으로만 했잖아요 하하.
2015.08.09 20:37
두 시간만에 완료! 내친 김에 고압살수기 꺼내 울타리에 쌓인 먼지까지 싹 털어내고 나니 잎파리가 막 이들이들한 게 저까지 마음이 시원해졌어요. 이제 맥주타임!
떨어진 나뭇잎이랑 가지 쓸면서 옆집의 모니카씨가 생각나 양옆집앞, 도로가까지 같이 쓸었어요. ㅎㅎ 뿌듯하군요.
2015.08.09 18:05
2015.08.09 23:25
:)
2015.08.09 19:12
저런 스타일 저도 이해해요. 완전 다른 경우이긴 한데 저도 어쩌다 순수하게 노동을 자청할 때가 있었어요. 휴가때 혼자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그 친구가 이사한 후 1년이 넘도록 이삿짐 박스를 풀지 않고 급한 옷만 꺼내입으면서 침대 시트도 없이 집 전체가 일종의 '비활성화' 상태로 박스들 속에서 생활하고 있더라고요. 혼자서 도저히 정리할 엄두가 안 나기도 하고 매일 야근이라 시간도 없어서 그 비위생적인(...) 환경을 현실도피하며 지냈던 거죠. 친구에게 돈 달래서 목장갑 끈 락스 같은 걸 사다가 다음날 친구 일하러 나간 사이에 몽땅 정리하고 청소하고 빈 박스와 버릴 건 따로 끈으로 묶어놓고 저는 장렬하게 쓰러졌습니다. 하루종일 걸렸지만 깨끗해지니까 살 것 같았고, 무엇보다 지쳐 퇴근한 친구의 감격한 표정이 아주 판타스틱했습니다.
2015.08.09 23:26
정말 좋은 친구이시네요. 진짜 친구분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 지 상상이 가요
2015.08.10 10:16
저는 아파트 생활을 하는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분이 수영장에서 친해진 이후로 종종 음식을 해서 나눠주세요. 그게 또 하나같이 다 맛있어서 낼름낼름 받아먹고 있습니다. 음식만 전해주시는 게 아니라 손글씨로 이건 뭐라고 하는 음식이고 어떻게 먹어요 하는 쪽지도 함께 주셔서 더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아 그리고 잔"듸"로 알고 계신 거 같은데 이거 정말 옛날 표기법 아닌가요 'ㅅ';
2015.08.10 13:01
이런 정말 언제 바뀌었지요? 제가 한국에서 배울 때도 잔디였을까요? 아마... 어쩌다 그렇게 기억하는 지 하하. 알 수 없군요.
2015.08.10 12:36
2015.08.10 13:02
일부러가 아니였다는 ㅠ ㅠ
정말 저한테는 큰 일인데 그걸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2015.08.11 02:10
저도 그런 동네 살아요. 대부분의 아이들 얼굴을 알고 엄마들도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알고 ... 그래서 엄마들과 친하지않더라도 어떤 아이인지 대략 알고요 ㅎ
저는 그런게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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