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듀게에 다시 이런 글을 쓸 날이 오게될 줄은 몰랐네요.

예전처럼 감정적인 글은 다시는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기에 최대한 덤덤하게 써보려구요.

물론 듀게의 꽤 많은, 깨어있는 안티-호모포비아 분들은 모두 알고 계시는 내용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아래 게이로 대표시킨 표현에 대해서는, 레즈비언,트랜스젠더로 대체 가능합니다.)



게이에 대한 오해


게이에 대한 오해 1

"당장 내 주변에는 딱히 게이로 의심되는 사람은 없다."

  -> 주변에 없을 리가 없어요. 적절히 친한 주변 사람들, 직장 동료들 사이에 확률적으로 반드시 존재합니다.

      여성적인 성격일 순 있으나, 겉으로 표가 나지 않을 정도의, 따라서 오해의 소지가 없는 평범한 남성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들 스스로, 남성성임을 강요하는 한국 사회에서 자란 이상, 남성성으로서 사회화될 수밖에 없거든요.


게이에 대한 오해 2

"게이는 여성적임을 떠나 과하게 여성적인 사람이다."

  -> 과하게 여성적인 사람이 게이일 확률은 매우 높은 건 사실입니다. 단, 게이들이 모두 여성적인 건 절대 아니죠.

      수십년간 남성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의 적절한 남성성을 유지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게 아니랍니다.

      이성애자 여성들에게서 인기가 많을 정도의 준수하고 좋은 몸매의 남성이 게이인 경우는 꽤 많습니다.


게이에 대한 오해 3

"게이들은 목욕탕/수영장 등에 가면 생리적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 아뇨, 게이들은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목욕탕에 가봤을 거예요. 그 때부터 동성의 알몸을 보고 자라지만,

      야한 생각이나 이질감이라든가 호기심이라든가 그런 감성은 전혀 없습니다. 물론 어린 나이때이니까요.

      어느 정도 청소년기가 되면 물론 남성적인 사람의 알몸을 보고 멋있다 정도의 생각은 할 수 있어요.

      그렇게 오랜 기간 자라다 보면 목욕탕에서 알몸 상태를 유지하고 알몸의 동성을 보는 일이 불편하거나

      / 혹은 성적으로 흥분되어서 목욕탕을 갈 수 없을 정도라거나, 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멋진 사람에게 눈이 돌아갈 순 있으나, 발기가 된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익숙한 신체부위거든요.

      물론 오랫동안 성에 굶주린 사람이었다면 욕탕 안에서 생리적 현상이 일어났을 지도 모르지만, 제 경험상으론 그런 일은 없습니다.


게이에 대한 오해 4

"게이들은 남자를 좋아한다."

  -> 게이들은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기 마음에 드는 남자'를 좋아합니다.

      이 기준은 이성애자의 사랑/관심의 기준과 동일합니다. 마음에 드는 외모, 매력 있는 분위기, 목소리, 말투, 옷 입는 센스, 몸매, 성격 등이 자기 스타일이어야 합니다.

      게이들은 여자도 좋아합니다. 단, 성적으로 안 좋아할 뿐입니다. 게이들이 열광하는 연예인 중에는 오히려 남자가수보다 여자가수(걸그룹 포함)가 많습니다.


게이에 대한 오해 5

"게이들은 애널섹스를 하는 사람들이다."

  -> 애널섹스를 할 수 있습니다. 단, 애널섹스는 생각하는 것 만큼 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물리적으로 힘든 경우도 있고, 사전/사후 신경 써야할 것들이 많죠.

      애널섹스를 하지 않아도, 성관계가 가능하고 성적 충족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게이들은 꽤 많습니다.


게이에 대한 오해 6

"군에서 성추행을 한 사람들은 게이다."

  -> 게이들은 자존심이 높은 편이고 여성적인 성격을 어느 정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에 관심 없는 자를 굳이 강압적으로 건드리는 성격이 되지 못 합니다.

      누군가를 강간/성추행하는 경우는 사회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대부분이고, 이러한 성격적 측면에서 게이 또한 성추행/강간을 할 확률은 매우 적습니다.

      되려 군에서 예쁘장한 후임을 건드렸다는 사람은 이성애자더라는 얘기가 많고, 물론 그 사람은 이성애를 주로 하지만 간간히 동성과도 가능한 사람일 수는 있습니다.



퀴어퍼레이드 후기


- 동성애를 반대한다면서, 게이였던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틀고 친 게이적인 발레를 추던 기독교단체들의 모습은 퀴어퍼레이드를 대표하는 재미요소였습니다.


- 정작 퀴어들보다도 더 퀴어해보였던, 기독교 단체들의 넋을 잃은 북질과 춤사위는, 외국 언론에서는 오히려 그들이 퀴어축제를 즐기는 것 같았다라고 표현했고,

어떤 외국 매체에서는 아예 그들을 퀴어 축제 지지자로 착각하여 한국의 퀴어 퍼레이드를 소개하는 기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한국 퀴어퍼레이드는 한복을 예쁘게 입고 신명나게 북질을 한다.)


- "성소수자를 자식으로 둔 부모의 모임입니다. 저희는 저희 아들딸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함께 할께"

라며 커다란 현수막을 들고 환하게 웃고 퀴어퍼레이드를 뛰어다니셨던 서너명의 젊은 어머니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을 사진을 찍어두었더라면, 올해의 포토제닉 감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 역대 가장 많은, 성소수자 및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인 축제였고, 심지어 아웃팅을 우려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성소수자들도 많이 나왔고,

그리고 누가봐도 퀴어하다기보다는 되려 평범하고 세련되고 멋진 성소수자분들도 많이 나와주었다는 점은 그간 축제에서 달라진 모습이었어요.


- 퍼레이드를 하면서, 뭉클한 장면은 의외로 많았습니다. 환한 미소로 'Love Wins' 를 들고 무지개 깃발과 부채를 들고 지나가던 참여자를 지켜보던 행인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주며 응원해주더라구요. 조금 놀랐습니다.


- 작년에 팬티 차림으로 벌거벗어서 한국 정서상 보기 안 좋았다라는 여론이 많았어서인지, 이번에는 오히려 옷을 많이 안 벗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상의 탈의 정도는 자유로움의 상징이라고 생각하고, 한여름에의 상의 탈의는 익숙해져 덤덤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 약 7-8년 전까지만 해도 소심하게 수십명이 모여서 정말 말 그대로 '소수자'인 것 같은 초라함 밖에 없었던 퀴어 퍼레이드였지만,

올해의 규모는 역대 가장 컸고, 갇혀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으며, 성소수자는 절대적으로 소수가 아님을 증명해보였고,

심지어 성소수자들은, 이러한 기독교단체들의 반대 시위마저도 한 편으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답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라는 것은, 변화의 암시라고 생각하거든요.



동성애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뀐 주요 나라들 아시아 권에서 한국이 1위였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기분 좋은 기사예요. 호모포비아들을 욕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단, 그들에게 오해를 풀어주고, 정말 남들과 별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해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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