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프랑스에선 2019년에 개봉했습니다만. 많은 나라들에서 2020년에 개봉한 모양이고 한국에는 2021년에 개봉해서 그런지 개봉 연도 정보가 사이트마다 다르고 개판이네요. 특히나 제목이 이렇다 보니 뮤지컬 정보들이랑 섞여서 뭐 찾아보기가 참... ㅋㅋㅋ 게다가 공식 트레일러를 보면 마지막에 '아마존 오리지널' 로고도 뜨고 그러는데요. 그렇담 아마존 돈으로 만들어서 2019년에 프랑스에서 개봉한 후 천천히 다른 나라들에도 개봉하게 된 걸까요.


 암튼 뭐 런닝타임은 1시간 44분이고 이 글에 중요한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사실 딱히 그런 게 있을 영화도 아니지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제목과 이미지가 잘 어울리죠. 사실 축구 응원하러 모인 사람들이지만요. ㅋㅋ)



 - 파리는 아니고 파리 근교의 빈민촌에서 한 흑인 소년이 걸어 나옵니다. 옷 위에 커다란 프랑스 국기를 두르고 밝은 표정으로 나온 소년은 버스를 타고 라랄랄라 파리 중심가를 향해요. 거기엔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소년 비슷한 차림새로 모여 있고... 월드컵 프랑스 경기가 있는 날이네요. 에펠탑, 개선문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행진하며 노래를 하고 모두가 즐겁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 보입니다. 그리고 타이틀이 뜬 후 장면 전환.


 한 형사가 담당 구역을 옮겨서 첫 인사 중이에요. 파트너 둘을 만나서 경찰서 구경도 하고 다음으론 동네 순회를 도는데 경찰서 분위기도, 동네 분위기도 참 적응이 안 되고 난감합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모든 게 너무 거칠고 법을 우습게 생각해요. 동료 경찰들조차 말이죠. 뭔가에 대해 상식적으로 대응을 하면 동네 사람들도 비웃고 동료 경찰들도 조롱하고... 그래도 꿋꿋하게, 원칙대로 법대로 일을 해보려고 애쓰는 장한 경찰님이십니다.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님이시구요.


 그렇게 한 나절 동료들과 동네를 돌며 이 동네 분위기, 생태계도 익히고 나름 적응을 좀 해보려는데, 갑자기 황당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동네 서커스단 사람들(아마 집시였던 듯?)이 '흑인 꼬맹이가 우리 아기 사자를 납치해갔다!'며 흑인 커뮤니티에 전쟁을 선포한 거죠. 그 난리는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우리 민중의 회초리 3인조는 저엉말 도움 안 되는 동네 사람들과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동분서주하다가 결국 범인을 알게 되는데 그게 하필...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형사들. 좌측부터 차례대로 좋은 놈, 나쁜 놈, 어중간한 놈 정도 됩니다. 그 중 '좋은 놈'이 사실상 주인공이구요)



 - 사실 뭐 줄거리 소개가 필요 없는 영화입니다.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이건 사회 고발을 목표로 하는, 그러니까 재밌는 얘길 하면서 사회 고발도 덤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사회 고발을 목표로 다큐 비슷한 톤으로 찍어 놓은 영화거든요. 실제 지명이 나오고 실제 그 동네 그 거리가 나오고 그 동네의 망가질대로 망가져서 도무지 수습할 길이 안 보이는 처참한 몰골을, 그리고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양하고 리얼하게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이것 봐!! 우린 당장 이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라고 고함을 치는 게 목적이에요. 위에 적어 놓은 사건들은 역시 그런 그 동네 현실을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고안된 것들이구요.



 - 그렇다보니 다큐멘터리'톤'으로 전개가 되긴 합니다만, 또 절대로 다큐멘터리 영화는 아닙니다. 대놓고 극영화인데 리얼리티를 살려서 찍었을 뿐이죠. 보면 주요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아주 그냥 노골적으로 현실의 그 동네 계층들 하나하나를 상징하게 만들어놨거든요. 주인공이 이 동네로 막 들어온 신입 경찰인 것도 뻔한 이유죠. 이 동네 바깥 세상의 건전하고 바람직한 상식(바로 관객들이 갖고 있을)이 이 동네 안에서 얼마나 무력하고 쓰잘데기가 없는지, 그 현실이 얼마나 충격적인지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뭐 그렇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어린이, 청소년들이라고 해서 딱히 그 외의 사람들보다 온정적이나 긍정적으로 그리진 않습니다.)



 - 영화가 시작된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제 짐작은 이런 거였어요. 아. 그러니까 여기에서 이 동네 주민들의 울분이 모여 폭발하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빵 터뜨리며 끝내겠구나. 살짝 좀 사람들 선동하려는 영화구나... 이런 생각이었거든요.


 근데 틀렸습니다. 음... 뭐랄까. 생각보다 은근히 영화의 '태도'가 온화하고 중립적이에요. 정의로운 사고 방식을 지닌 지식인이 부자, 가난한 사람들, 지식인, 안 지식인 할 것 없이 모두 다 보고 기분 상하지 않게 공감하면서 이 꼬라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길... 이런 마음으로 만든 영화 같달까요.

 간단히 말해서 영화 속 등장 인물들 중에 '빌런'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순찰 돌다 예쁜 여학생을 보고 몸에 손 한 번 대보겠다고 불시 검문을 하는 깡패 경찰도, 허구헌날 도둑질하고 사고 치며 도망다니는 어린애도, 경찰 약점 하나 잡아서 팔자 고쳐 보려는 동네 실세도... 모두 다 '이미 그렇게 살 수 밖에 없게 된' 사람들로 묘사가 되거든요. 특별히 악한 인간도 아니고 잘 살아보려는 노력을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 동네에 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단다. 그리고 이대로 쭉 가면 결국 그 끝은 폭력과 파국 뿐이며 파국 후에도 이 상황은 다음 파국까지 그대로 반복되겠지. 니들 도대체 어쩔 거니? 대충 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 라고 생각하며 봤습니다.



 - 음.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게는 이런 영화 특유의 한계가 하나 있었습니다. 뭐냐면...


 ...어쨌거나 일단은 남의 일이라서 그렇게 막 와닿진 않아요. ㅋㅋㅋㅋ 짧은 생각인 거 압니다. 다문화 가정이 폭발적인 기세로 늘어나고 있는, 점점 우경화 되어가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한국도 이런 미래가 멀지 않았을 수 있고 또 어떤 곳엔 이미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어쨌거나 일단은 남의 일!!! (쿨럭;) 특히나 이 영화가 남의 나라의 구체적인 지역을 콕 찝고, 남의 나라의 구체적인 사회 문제들을 콕콕 찝어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보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구요. 제가 어느 날 갑자기 며칠 전까진 이름도 몰랐던 '몽페르메유'의 평화를 위해 비행기 타고 날아갈 것도 아니고 뭐(...)


 그러니까 이게 그냥 좀 광범위하게 빈부 격차라든가, 인종 차별 성차별이라든가... 이런 주젤 다룬 영화들은 괜찮은데, 이렇게 정밀하게 콕 찝어서 이야기하는 영화들을 볼 때마다 제가 그런 기분이 됩니다. 음. 좋은 영화구나, 아 정말 끔찍하구나. 음... 그렇긴 한데, 음....... (...)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서양 영화들 속 '가난의 상징'인 요런 아파트. 그 와중에 색감 예쁜 건 또 무슨...)



 -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라면, 그렇게 다큐멘터리같은 사실상을 뽐내는 가운데 캐릭터들이나 사건들이... 솔직히 너무 정확하게 영화의 주제를 향하고 감독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는 겁니다. 사실 이게 나쁜 게 전혀 아닌데요, 워낙 이 영화가 그럴싸하게 다 그냥 현실인 것 같단 느낌을 주는 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보니 오히려 이런 게 좀 거슬리더라구요. ㅋㅋㅋ 되게 생트집처럼 보일 건 아는데, 전 정말로 그런 기분이 좀 들었어요. 특히 그 경찰 셋의 캐릭터 배분이라든가. 영화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같은 소년'을 통해서 이루는 대구라든가. 뭐 이런 게 참 노골적이어서 말입니다.



 - 근데 뭐 전반적으로는 다 괜찮고 좋았습니다.

 일단 어차피 이게 극영화라는 걸 감안하면 이 영화의 다큐멘터리 흉내, 서사 없는 척은 꽤 고렙이고 상당히 자연스럽습니다.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지죠.

 배우들 연기도 다 좋고 촬영도 상황 따라 아주 적절하게 스타일 바꿔가며 분위기 잘 잡아 주고요. 멋진 그림도 꽤 자주 나와요.

 그리고 뭣보다 마무리가, 마지막 장면이 참 괜찮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그냥 순수 극영화라면 사실 욕 나올 수도 있는 마무리인데요. ㅋㅋ

 감독이 의도한 바를 전달하기에,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이라는 걸 하게 만들기엔 최적의 마무리였던 것 같아요.

 진짜로 기승전결의 '결'을 확실하게 맺어 버렸으면 감흥이 지금 같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 진지한 사회 고발 영화 좋아하시면 보세요. 특히 영화 감상을 통해 뭔가 생각할 거리를 얻는 걸 즐기시는 분들.

 보통 극영화의 전형적인 양식들이 좀 식상하고 지겹다... 좀 신선한 게 보고 싶다... 이런 분들도 보실만 합니다.

 솔직히 전 '증오'와 비슷한 성격의 영화일 거라 지레짐작하고 막판에 뭔가 쿠콰콰콰쾅와왘와야!!!! 이런 에너지 폭발 같은 걸 기대했는데 그런 영화가 아니라서 당황한 감이 좀 있어요. ㅋㅋ 잘 만든 영화라고 칭찬하면서도 칭찬보다 투덜거림을 더 많이 적어 놓은 건 그런 제 잘못된 기대치 때문입니다만, 영화 자체는 참 잘 만든 영화 맞아요. 본인 성향에만 맞으신다면 아주 만족스런 감상 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저처럼 기억력 떨어지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 아니면 다들 잘 기억하실 실제 사건을 소재로 취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2005년 파리 소요 사태요. 극중에서 직접적으로 그 사건이 언급되기도 하고, 또 영화의 이야기도 그 사건과 얼추 비스무리하게 돌아가는 식으로 되어 있어요.

 지금와서 검색해보니 10년에 걸친 재판 끝에 그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경찰들은 무죄를 선고 받았군요.


 근데... 또 보니 그 사건 때문에 이미 프랑스 정부가 영화 속 배경과 같은 동네 사람들 삶을 개선하겠다고 수억 유로를 투입한 후 성과 없이 헛돈만 썼다는 기사가 있어요. 세상 일 참 어렵죠.



 ++ 내친 김에 찾아봤더니 현재 한국의 경우, 작년에 이미 국내 거주 외국인 인구가 250만을 넘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외국인' 인구니까 아마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은 제외한 숫자겠죠. 음... 위에 적어 놓은 '남의 일' 드립은 취소하는 게 좋겠... (쿨럭;)

 참고로 프랑스는 이미 전체 인구의 10%를 넘긴지 오래라고 하네요. 



 +++ 영화 보신 분들은 대체로 공감하실 텐데,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죄 없고 불쌍한 인물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얘죠. 정말 운도 지지리도 없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2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8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82
124186 점심에 햄버거 먹고 떠오른 잡상 ㅡ 축구 얘기 싫으신 분은 패스 [1] daviddain 2023.09.05 152
124185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3.09.05 502
124184 혹시 일본 음악 중 가사가 참 특이하고 좋다. 그런 음악 있으세요? [5] 한동안익명 2023.09.05 324
124183 [넷플릭스바낭] 순수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기다려 보아요. '바이올런트 나잇' 잡담입니다 [14] 로이배티 2023.09.04 508
124182 맥도날드 새 광고 - 주문하시겠어요? (60초 버전) [3] 상수 2023.09.04 332
124181 일본영화 고지라-1.0 예고편(11월 3일 일본공개예정) 상수 2023.09.04 173
124180 에피소드 #53 [6] Lunagazer 2023.09.04 80
124179 프레임드 #542 [4] Lunagazer 2023.09.04 87
124178 국립중앙박물관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5] catgotmy 2023.09.04 411
124177 바낭) 최근에 있던 일들 [5] 하워드휴즈 2023.09.04 443
124176 2023 전세계 박스오피스 순위 변동(바비 1위 등극, 오펜하이머 가오갤3제치고 3위) [2] 상수 2023.09.04 332
124175 한국 힙합 흐름 catgotmy 2023.09.04 193
124174 [왓챠바낭] 뭔가 좀 위험하게 임팩트 있고 재밌는 변종 웨스턴, '본 토마호크' 잡담입니다 [8] 로이배티 2023.09.03 402
124173 <바비>에도 스페인 어가 나오네요 [4] daviddain 2023.09.03 288
124172 프레임드 #541 [4] Lunagazer 2023.09.03 99
124171 아스달 연대기 후속작 아라문의 검 예고편 [3] 상수 2023.09.03 356
124170 뉴진스 - 아름다운 구속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 MV) 콘크리트 유토피아 엔딩곡 - 아파트(박지후 배우버전) 상수 2023.09.02 265
124169 [넷플릭스바낭] 니혼산 (나름) 본격 SF 애니메이션 시리즈, '디 익셉션'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3.09.02 338
124168 (영화 바낭)미스트(The mist), 스포 주의 [3] 왜냐하면 2023.09.02 358
124167 '갈대 속의 영원' 중에서 [12] thoma 2023.09.02 28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