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 연도는 적었고. 런닝타임은 2시간 2분이네요. 2022년에 잘 어울리는 영화(...) 암튼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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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테두리의 악보는 뭘까요. ㅋㅋㅋㅋ)



 - 허우대가 멀쩡한, 마치 그레고리 펙 리즈 시절 비주얼이 떠오르는 반짝반짝 미남 도시로 미후네가 신참 형사로 나옵니다. 너무 정석적으로 멀끔하게 잘 생겨서 잠깐 도시로 미후네가 아닌 줄 알았는데요. ㅋㅋ 암튼 이 형사가 사격 연습 후 만원 버스에 시달리며 집에 가다가 지급된 권총을 소매치기 당해요. 하지만 의외로 넘나 따뜻하고 인간적인 상관님들의 배려로 그 권총을 찾아 헤매다 나름 단서를 찾지만 그땐 이미 그 권총이 강도에 사용된 후. 그래서 그 범죄 사건 담당인 고참 형사, '이끼루'의 다카시 시무라님과 함께 자신의 권총도 찾고 권총 강도 사건의 범인도 잡기 위한 고단한 리얼리즘 수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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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알 생겼다!!!)



 - 왜 갑자기 고전이니? 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냥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OTT 많이 쓰는 분들이라면 다들 그러실 때 있잖아요? 목록을 서핑하며 이건 아니야... 이것도 아니야!! 다들 보고 싶지만 지금 당장 보고 싶은 건 이게 아니라고!!! 라고 절규하다가 평소에 거의 안 쓰던 '시즌' 서비스에 들어가서 영화 목록을 살피다가 그냥 꽂혀서 봤어요. 왜 갑자기 이 영화가 땡겼는진 저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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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봐도 잘 생겼고)



 - 일단 뭐... 1949년이면 도대체 몇 년 전인가요. ㅋㅋㅋ 굳이 따져보니 73년 전입니다. 허허. 하긴 뭐 히딩크의 해가 이미 20년 전인데 구로사와 영화야 이 정도가 당연하겠죠. 그리고 그렇게 오래된 영화이고, 또한 구로사와 입장에서도 초기작에 속하는 영화이다 보니 요즘 영화들과는 호흡이 아주 많이 달라요. 아주 많이 여유롭죠. 특히 주인공이 자기 권총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장면 같은 건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냥 절박한 표정을 한 주인공이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매는 모습을 대사 하나 없이 몽타주로 이어 붙인 장면인데 그 길이가 10분이에요. ㅋㅋㅋㅋㅋ 요즘이라면 고독한 작가주의 영화가 아니라면 시도해 볼 생각도 안 할 연출이죠. 성질 급한 사람은 좀 보기 힘들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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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짤로 다시 봐도 여전히 잘 생기셨... ㅋㅋㅋㅋ)



 - 근데 그보다 놀라운 건, 1949년의 형사물 주제에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지극히 사실적이라는 겁니다. 명탐정도 없고 팜므 파탈도 없고 미스테리도 없으며 수수께끼의 대악당도 없고 화려한 액션도 없어요. 있는 거라곤 자신의 권총이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는 자책감에 기인한 주인공의 엄청난 집념과 고참 파트너의 원숙한 탐문 스킬 뿐이죠. 그렇게 집요하게, 하찮은 단서 하나하나들에 매달려 집요하게 찾고, 질문하고, 다시 찾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의 연속과 반복으로 조금씩 조금씩 범인에게 다가가는 과정이 거의 과장 없이 차분하게 보여집니다. 클라이막스 부분엔 또 근사하게 스릴 넘치는 연출들을 보여주는데 그것도 이런 사실적인 터치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아주 긴장감 폭발하고 재밌게 잘 만들어져 있어요. 그 시절에 이런 컨셉을, 그것도 이 정도 완성도로 보여주다니 역시 구로사와 할배의 명성은 거품이 없구나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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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수사물 경찰들답지 않게 다들 참 따뜻하고 성실하신 일본 민중의 지팡이님들. 총기 분실인데 고작 3개월 감봉이라니... 상냥해!)



 - 그리고 또 이 영화는 당시 일본 사회를 탐구하는 일종의 군상극이기도 합니다.

 주인공들이 수사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당시 일본의 사회적 밑바닥에 위치한 서민과 빈민들의 이야기가 상당한 디테일을 동반한 생생한 캐릭터들과 함께 펼쳐져요. 덧붙여서 판자촌, 빈민가, 유흥가, 야구장(!) 등등 다양한 장소들과 그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꼼꼼하게 그려주구요. 그야말로 '시대상'이란 걸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그런가 보는 내내 '아 당시 일본 사람들은 저러고 살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솔직히 원폭 투하 4년 뒤이고 아직 일본의 역사적 호재였던 625가 일어나기도 전인데 생각보다 훨씬 잘 살아서 좀 맘 상했... (쿨럭;) 아니 뭐 5만 관중 입장 가능한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고 프로 야구 경기를 하고 있잖아요 글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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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잘 살아서 맘 상했다!!!)



 - 또한 이후로도 내내 구로사와 할배가 탐구했던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대놓고 대사로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옵니다. 인간의 악행은 본인의 선택인가 환경에 의해 강요된 것인가. 전쟁 전 세대인 고참 형사는 '아 거 형사가 너무 생각 많이 하면 못써. 우린 그저 나쁜 놈을 잡는 거지'라며 전자를 주장하고. 주인공 형사는 '갸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었는데 비슷한 선택의 기로에서 주변의 영향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게된 것 뿐'이라는 생각에 빠져 후자쪽에 기운 자세를 보이죠. 특히 주인공과 악당이 똑같은 경험을 한 후 한 명은 경찰의 길을, 다른 한 명은 범죄의 길을 선택했다... 는 설정을 넣어서 관객들에게 판단을 요구하는데. 뭐 대단한 건 아닌 것 같아도 영화 자체가 잘 만들어져 있다 보니 정말로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구요. 물론 구로사와 영감님답게 최종 추격전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본인 성향의 답을 제시하긴 하지만, 관객이라고 해서 꼭 감독님 말을 들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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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문 그 까이 거 대충 담배 한 대 쥐어주고 노가리 좀 까다보면 되는겨~ 라는 선배님의 가르침.)



 - 뭐 그러한 가운데... 이 시국에 이 영화를 보면서 찾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는 '후대에 미친 영향'들이었습니다. 고전 명작을 본다는 게 늘 그렇잖아요.

 뭣보다 '리쎌웨폰3'의 하키장 장면이 이 영화의 야구장 장면에 대한 노골적 오마주라는 걸 이제사 알게 된 게 참 즐거웠구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저엉말로 많이 영향을 받았더군요. 그냥 그 영화 자체가 이명세가 본인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들개'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닮은 구석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뭐 좀 더 우겨본다면 '세븐'도 닮은 구석이 있다고 할 수 있겠구요. 아니 뭐 어지간한 버디 형사물이면 다 적게나마 참고를 했겠다 싶을 정도로 모범적으로 잘 만들어진 장르물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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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빈민층의 삶과 사회적 혼란을 보여주는 이야기지만 자꾸만 대한민국의 1949년이 떠오르며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 음. 너무 훌륭하신 분의 너무 유명한 영화를 갖고 말을 길게 끌다 보면 밑천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ㅋㅋ

 아무리 구로사와 아키라라고 해도 나온지 70년이 넘은 일본 영화에서 이런 사실적 스타일의 형사물을 보게 될 거라곤 예상을 못했기에 참 기분 좋은 두 시간이었습니다.

 하도 오랜만에 보는 고전 영화라 초반의 느린 호흡이 살짝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거기에 적응하고 나선 완전히 몰입해서 재밌게 봤어요.

 그렇죠 뭐. 고전 명작이란 게 이런 즐거움으로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갑자기 몇 년 전 스콜세지옹이 '시네마' 드립 쳤다고 욕 먹었던 게 생각나며 뒤늦게나마 좀 편들어주고 싶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단점이라고 하면 '시즌'에 올라와 있는 버전의 화질이 참 구렸다는 것 정도? ㅋㅋㅋ

 옛날 영화 안 좋아하는 분이라고 해도 대략 초반 20~30분만 좀 참는 셈치고 한 번 시도해보세요. 라고 적고 싶어질 정도로 보람찬 두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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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도시로 미후네는 잘 생겼습니...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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