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작입니다. 장르는 코미디/드라마 정도 되는 것 같구요. 결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않겠지만 꽤 중요한 장면에 대한 묘사가 나오니 앞으로 볼 생각이신 분들은 피하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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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좋은 단어 다 붙여 놓은 건줄 알았던 제목인데 패키지로 사전에도 있는 표현이더라구요? ㅋㅋ '낙천적인' 같은 뜻이랍니다.)



 - 주인공 '포피', 샐리 호킨스가 매우 샐리 호킨스스런 미소로 자유롭고도 즐겁게 자전거를 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것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알 것 같은데 쐐기를 박는 장면이 이어지죠. 서점에 들어가 첨보는 사람이 자기 눈에 기분 안 좋아보인다는 이유로 쌩뚱맞은 오지랖을 부리고 나와서는 자기 자전거를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확인해요. 그러고 바로 튀어나오는 반응이란 게 '작별 인사도 못 했는데!!!'라고(...)

 암튼 이렇게 매사가 즐겁고 행복하며 주변 사람들까지 다 자기처럼 만들고 싶어하는 우리의 주인공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느슨한 에피소드 형식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또 하나의 중요 인물이자 아키 에너미(?), 에디 마산이 연기하는 운전 강사 스코트가 함께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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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해도 귀엽고 또 잘 보면 영화 내내 패션 감각도 훌륭하신 우리 포피님. 지금 보니 귀걸이 깔맞춤!)



 -  보면서 '언브레이커블' 생각이 났습니다. 상극의 두 초인!! 무한 행복녀와 무한 불행남의 숙명의 격돌!!!! 진짜로 이런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라도 만들면 재밌을 것 같지만 당연히 그게 이 영화는 아니구요.

 근데 포스터로 낚이기 참 좋은 영화에요. '해피 고 럭키'라는 제목부터 끝에 느낌표 찍어주면 뭔가 모에모에한 캐릭터들 우루루 나오는 일본산 러브 코미디일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구요. 거기에 샐리 호킨스의 행복한 미소가 결합되니 정말로 보는 내내 행복해지는 코믹 로맨스 분위기가 뿜뿜하지만 감독이 절대 그럴 분이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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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도 없는 건 아니지만)



 - 한 사람의 일생을 중간에 한 덩어리 툭 잘라서 던져 놓고 보여주는 느낌의 이야기입니다. 기승전결이 매우 약하구요. 100% 완벽하게 주인공의 상황만 따라가요. 주인공이 없는 곳에서 다른 인물들끼리 전개되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토록 중요한 우리의 주인공 포피씨는 영화 내내 뭘 하냐면요... 그냥 살아갑니다. 자전거를 잃어버린 김에 운전 면허 준비를 하구요. 애들 열심히 가르치다 문제 있어 보이는 애를 찾아내서 도움도 주고요. 퇴근 후엔 동료 교사와 함께 춤도 배우고. 출산 앞둔 동생 방문해서 시간도 보내고. 한밤중에 마주친 노숙자에게 말도 걸어보고. 데이트도 하고... 뭐 그러는데요. 이게 딱히 어떤 전후 관계로 연결이 되질 않습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 '포피'는 굉장히 튀는 사람이고 그런 성격은 연애에도 좋고 종종 남에게 도움도 주지만 그만큼 충돌과 갈등을 빚어내기도 합니다. 그런 걸 그냥 쭉 보여주다 끝나는 영화에요.

 그래서 다 보고 나니 어떤 사고 실험 같은 걸 본 기분이었네요. 만약에 저엉~말로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삶은 어떨까? 행복할까? 그 주변 사람들은 어떨까?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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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중요한 남자는 데이트 상대가 아닌 바로 이 '엔라하' 스코트 쌤입니다.)



 - 보는 동안엔 전혀 안 그랬는데. 다 보고 나서 생각을 해 보면 같은 감독이 2년 후에 내놓을 '세상의 모든 계절'과 굉장히 많이 닮은 이야기 같아서 신기하더라구요.

 일단 주인공이 닮았습니다. 뭔가 좀 초현실적으로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성실한 전문직에 좌파적으로 올바른 가치관, 진심으로 서로 아끼는 파트너와 함께하며 늘 언제나 주위에 선의를 베풀려는 태도를 갖춘 사람들. 그리고 이들이 풍기는 그 완벽한 밝음과 행복의 냄새에 끌려들어와 주위를 맴도는 인생 우울 캐릭터가 나오구요. 그 양반이 혼자서 계속 빠져들어가다가 결국 혼자 착각하고, 선을 넘고, 비참하게 개망신을 당하며 밀려나는 전개도 나오구요. 그러는 과정에서 그 '행복한 자'의 한계 혹은 본심(?) 같은 게 드러나는 것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딱 맞아떨어지진 않아요. 이 영화 쪽이 좀 덜 까칠합니다. 포피에게는 톰과 제리처럼 은근히 묻어나는 얄미움 같은 게 없어요. 포피의 말과 행동은 (판단 미스들이 있을 지언정) 모두 본심이고 진심이죠. 그게 많이 안 현실적인 것들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남에게 민폐도 좀 끼치지만,  얘는 그럴 수 있어요. 이제 겨우 30살 아닙니까. 그래서 다 보고 나서 생각을 정리해봐도 이게 포피에 대한 풍자라는 생각까지는 안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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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땐 30살들이 이러고 놀 거라곤 상상도 못했죠.)



 - 영화가 포피를 묘사하는 방식이 재밌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인물이 현실에 보일 리는 없어요. 하지만 존재할 수 있다고 가정을 한다면 아마도 대략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할 겁니다. 1) 태어나서 30년을 살면서도 내내 단 한 순간의 삑사리도 없이 너무 운이 좋고 풍족하기만 했던 사람. 2) 사실 본인 인생이 버거워서 방어 기제를 아주 강력하게 뒤집어 쓴 사람. 3) 그냥 어찌된 일인지 모를 돌연변이로 그렇게 태어나 버린 사람.

 여기에서 1번은 내용상 바로 제외되구요. 아무래도 2번일 거라는 느낌을 주며 전개가 됩니다. 포피가 혼자 있을 때만 종종 보이는 알 수 없는 어두운 표정이라든가. 나이 30에 장녀인데 부모에 대해 아예 언급이 없다든가. 운전 연수가 파국을 맞는 순간에 보이는 복잡하게 어두운 표정 등등... 아무리 봐도 3번도 아니에요.


 그런데 영화는 얘가 그렇게 된 원인에 대해선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영화 감상 내내 따라다니게 되는 인물이지만 우리는 포피를 이해할만한 떡밥을 얻지 못합니다. 그냥 포피는 그런 사람인 것이고 그걸로 끝. 그래서 영화를 보다보면 뭔가 인간이 아닌 귀여운 자연재해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정작 중요한 건 주위 사람들이 포피에게서 받는 영향, 반응하는 모습들이에요.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그래도 이해할만한 성격의 사람들이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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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는 다 좋은데 그 얼굴만 보면 내가 막 성질이 막 뻗치고 그래?)



 - 일단 친구로서 포피는 괜찮습니다. 대책 없이 긍정적이고 행복하니 가볍게 어울려 놀기 좋구요. 또 보면 자기 일은 알아서 잘 하는 양반이라 민폐도 별로 없습니다. 대신 신경은 엄청 쓰일 겁니다 갓 시작할 연애 상대로는 더할 나위가 없죠. 여기까지는 참 좋은데 말입니다.

 현생에 좀 많이 찌든. 당장 자기 인생이 버거운 사람들에게 포피의 언리미티드 긍정 빠워!!!! 는 좀 다르게 작용합니다. 일단 낯선 사람들 입장에선 그냥 미친 여자(...)입니다. 동생 입장에선 참 걱정되면서도 질투나는 무언가에요. 보고 있으면 자꾸만 화가 납니다. 그리고 특히나 우리의 막보스, 운전 강사 스코트에게 포피는 재앙 그 자체입니다. 인간에게 허락된 모든 네거티브 사고 방식을 다 모아 장착하고 사는 이 분 입장에서 포피의 해맑음은 '너의 모든 것을 부정해주마!!!' 라는 공격과 같죠. 절대로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이고 그래서 계속해서 화를 내며 공격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이건 승산이 없는 싸움입니다. 왜냐면 스코트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포피의 그런 모습을 부러워하고 있으니까요. 그럴 거면 차라리 항복하고 포피 월드의 일원이 되면 좋겠지만 그것도 불가능합니다. 일단 스코트 본인의 한계가 가장 크겠지만 거기에 덧붙여서 사실 포피는 스코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딱히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둘이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질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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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이루신 우리 스코트씨.)



 - 마지막 스코트와 포피의 세계관 대결(...) 장면은 그래서 재밌습니다.

 비록 스코트가 인종차별에 성차별에 피해의식에 찌들고 심지어 외모도 비호감인 히키코모리 찐따 아저씨이고. 현행범이라 해도 할 말이 없는 위험한 짓을 하고 있으며 싸움 와중에 내뱉는 말들도 하나하나 다 헛소리들 뿐이지만, 그래도 그 심정과 입장을 이해는 할 수 있거든요. 찌질하고 못나고 비호감이지만 이 양반은 기본적으로 인간이에요. 꼴 보기 싫어도 이해는 가능하죠. 무척 많이 지나친 행동이고 쉴드는 안 쳐주겠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게다가 사실 이 분이 내뱉는 말 중 한 마디는 꽤 정곡을 찔러요. 결국 넌 나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으면서 그런 척만 했다는 것. 이건 맞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대사, '다음 주, 같은 시간에?'는 참 남사스럽고 답답하면서도 짠한 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으로 길게 이어지는 포피의 표정이 좋았어요. 그 순간 포피의 무한 긍정이 잠시 무너진 느낌이었거든요. 한참을 끌며 차마 나오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내는 그 심경 복잡한 표정을 보며 이 양반이 스코트 덕(?)에 한 발짝 정도는 인간계로 내려오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 보답으로 경찰에 신고는 안 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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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선 사실 좀 대충 뭉개고 넘기는 감이 있는데, 포피가 현실의 사람이라면 이 둘은 보살이어야 할 겁니다. 아님 포피에게 무관심하거나. ㅋㅋ)



 - 두 배우의 연기가 정말로 좋습니다.

 샐리 호킨스는 너무 잘 해서 오히려 할 말이 없어요. 특히 캐스팅이 너무나도 완벽했죠. 제가 계속해서 사람 같지 않다느니 걸어다니는 자연 재해라느니 적어 놨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저 흐뭇해서 웃음만 나와요. 무슨 인간이 이렇게 귀엽죠. 허헐.

 그리고 에디 마산. 이 아저씨 진짜 좀 짱이신 듯. 전 그냥 '리버'에서의 그 살벌한 이미지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참 대단합니다. 이런 순수한 비호감의 결정체 같은 캐릭터가 그렇게 비호감으로 폭주하는 가운데 기묘한 짠함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다 이 배우 덕이었다고 봐요. 역시 영국엔 좋은 배우들이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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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어쨌거나 호킨스씨는 짱이신 것입니다.)



 - 그래서 결론은요...

 솔직히 뭘 어쩌라는 건지는 모릅니다. 몰라요. 전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이럴 때 대충 갖다 붙이기 좋은 '인간 삶의 한 부분을 비춰 보여주는 영화' 같은 소리가 있긴 한데 솔직히 전 그게 뭔소린지도 모르겠구요.

 하지만 그것과 만만찮게 진부한 다른 말은 할 수 있을 것도 같네요. 다 보고 나면 뭔가 참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심플하게 '어쩔?'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서로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통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사람이 남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란 게 얼마나 통제불능, 의외의 결과를 불러오는지, 그래서 결국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건지 등등.

 그러니 샐리 호킨스의 미칠 듯한 귀여움을 즐기면서 이런 심란한 생각들에 빠져보고픈 분들이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 이상은 저도 뭐라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여기까지가 제 한 개이고 전 다시 싸구려 장르물의 세계로 돌아가겠어요. ㅋㅋㅋ




 + 나오는 차들이 참 다 귀엽습니다. 깔끔하고 멋짐과는 완전 거리가 먼 고물차들인데 이상하게 예쁘고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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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절대로 제가 몰고 다니고 싶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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