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최신 스릴러(내지는 호러) 세편 입니다.


1. 왓쳐는, 근래에 본 스릴러중에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최고였고!

2. 오펀: 천사의 탄생은, 이 프리퀄을 보려고 오펀 1편을 챙겨봤던 보람이 있었고, 본편보다 나았습니다ㅎ

3. 스마일은, 이런저런 해외평들에 비해 너무 실망한 영화입니다ㅠ


저는 별점을 잘 매기지는 않는데, (별 이유 없이) 세 영화에 대해 별넷 만점으로 나름 평가해보면

왓쳐는 세개반, 오펀: 천사의 비밀은 세개, 스마일은 두개반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ㅎ


1. 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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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토마토에 빛나는!! )


이 영화는 일단 보기 전부터 제가 좋아하는 스릴러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ㅎ

- 러닝타임이 짧고 (96분)

- 여성감독이 연출한 여성주연의 영화입니다.


게다가 "팔로우" 등의 영화에서 좋은 인상을 준 마이카 먼로가 주역을 맡았죠!!

올해 선댄스에서 공개되어서 좋은 반응을 받았는데,

우리나라에선... 일단 제가 알기로는 영화관에서 개봉하지는 않았습니다.

VOD도 모든 플랫폼에서 풀린 것 같지는 않고 한정적으로 풀렸더군요.


줄리아(마이카 먼로)와 결혼한 프란시스(칼 글러스먼)는 어머니가 루마니아인으로, 둘은 미국에서 살다가 프란시스가 루마니아 지사로 발령되면서 줄리아도 따라오게 됩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동네에서 첫날밤을 보내던 줄리아는 침실 창문을 통해 맞은편 아파트에서 본인들을 지켜보는 낯선 남성의 시선에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고,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맞은편을 바라보는 그 남자의 수상한 행동은 밤마다 반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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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섬뜩)


그러던 중 부부가 집 근처를 걷다가 범죄현장에 경찰들이 깔려있는 광경을 보는데,

나중에 뉴스에 나온 것을 보니 살인 현장이었고 연쇄살인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저런 상황에 대해 줄리아의 불안감은 커지고

건너편 아파트에서 밤마다 지켜보던 그 남자가 낮에도 영화관, 마트 등에서 뒤를 쫓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며, 심지어 그 남자가 뉴스의 그 연쇄살인마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이런 류의 영화들이 항상 그렇다시피 주인공의 편집증 vs 실제 살인마 이웃 둘 중 어느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을 두고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반면 비슷한 플롯의 영화에서 "설득력 없는 행동을 하는 주인공" 내지는 "끝까지 주인공을 믿어주지 않는 고구마형 주변인들"에 의해 억지 긴장감이 유발되는 게 흔한 데에 비해

이 영화에서는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고립감, 여성으로서 느끼는 위협감 등이 현실적으로 그려져서, 어떤 결말이어도 설득력 있을만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지속되는 게 훌륭합니다.

반대편 아파트 시선을 보여주는 카메라 구도나, 그 "위험해보이는" 남성이 가지고 다니는 비닐봉투를 클로즈업하는 묘사로 불안감을 더 높이는 부분 등은 정말 절묘합니다.

(근데 위에서 이야기한 "고립감"을 묘사하는 부분에 있어서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요인도 커서, 실제 루마니아어를 하시는 분이 같은 영화를 보면 좀 감상이 다를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도 했습니다ㅎ)


특히 영화를 보면서 인상적인 대화가 있었는데,

줄리아가 건너편집 남성에 대한 공포를 "본인의 편집증인가?"라고 옆집 여인에게 토로할 때,

"(사실인지 편집증에 의한 공포인지) 절대 알 길이 없길 바랄 뿐" 이라면서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가는 게 목이 졸려서 죽어가면서 것봐 내말이 맞았잖아..하는 것보다 낫잖아요?"라고 하는 대답을 들으면서

그것참 맞말이네..했습니다ㅎㅎ


이 영화의 감독인 클로에 오쿠노는 호러 앤솔로지 V/H/S 시리즈 중 V/H/V 94 중 한 꼭지를 연출하기도 한, 촉망받는 호러/스릴러 감독입니다.

제가 예전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리벤지"를 봤던 때, 그 해 제가 봤던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았던 적이 있는데,

이 영화도 올해 봤던 영화중에 손에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오펀: 천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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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보신 분들은 이런 방식의 그림이 뭘 의미하는지 아실...ㅎㅎ)


다들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2009년에 개봉한 "오펀: 천사의 비밀"의 (13년만에 나온) 프리퀄입니다.

저는 1편 오펀: 천사의 비밀이 개봉했을 당시 의도치않게 스포일러를 접한 것도 있고, 그닥 끌리지는 않는 플롯이라 넷플릭스에 올라온 이후로도 계속 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이 영화의 프리퀄이 뒤늦게 나왔고 반응이 괜찮다는 소식을 접한 뒤로 1편을 챙겨 보게 되었는데,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도 않다.."가 제가 1편을 보고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남편을 비롯해서 뭔가 답답한 캐릭터, 답답한 상황에 의존하는 서스펜스랄까요ㅠ 스크린 밖의 사람이 보면 누가 봐도 위험한 아이인데 영화 안에서는 베라 파미가 역의 어머니만 이상하게 몰아가고,

그 와중에 악행은 계속되면서 심지어 심리상담가까지 홀라당 속여넘기는 고급 기술까지!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무리수가 꽤 섞여있다 싶었죠.


그리고 이 1편에 대한 듀나님 리뷰를 보면

http://www.djuna.kr/movies/orphan.html

원래 각본에 에스더의 과거사 이야기가 나와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프리퀄은 이 트리비아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인가..?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프리퀄은 원제가 Orphan: first kill 임을 감안해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근데 정말 그랬다면 굉장히 암울한 영화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ㅎ)


다행히도(?) 본 영화의 내용은 "first kill"도 아니고, 한국판 부제인 "천사의 탄생"이라 말하는 것도 적절친 않은 것 같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이미 에스더는 "완성된"(?) 사이코패스이거든요.

고향인 에스토니아에서 일련의 학살극을 벌인 뒤 에스더는 "리나"라는 본명으로 정신병원에 갇힌 상황이고, 철저한 감시 하에 있지만 외모가 가진 장점(?)과 명석한 두뇌를 이용하여 문제를 계속 일으킵니다.

그러다가 정신병원에서 한바탕 또 학살극을 벌인 뒤에 탈출한 리나는 컴퓨터로 9-12세 실종 여아 관련 자료들을 훑어보다가 본인과 외모가 비슷한 미국 아이 "에스더"를 발견하여서 이 아이의 행세를 하기로 합니다.

미국에 온 리나, 즉 에스더 덕분에 에스더의 아버지 "앨런"은 에스더 실종 후 지속되었던 우울감이 나아지고 일시적으로는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 되는 듯 했지만

이상하게 앨런에게 집착하는 에스더의 모습이 에스더의 어머니 "트리샤"(줄리아 스타일스)의 눈에 띄게 되고

정체를 들킬만한 위기가 몇번 오고 난 뒤에 꽤 참신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ㅎ


호러/스릴러물이 히트친 뒤에

프리퀄이 (안이한 아이디어로) 기획되면서 새롭지 못한 이야기를 반복했던 경우가 꽤 많은데,

(13년만에 기획될 정도로 제작한 사람 나름의 자신감이 있었겠지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비트는 게 제 취향에는 굉장히 맞았습니다ㅎㅎ

사실 저는 보면서 그 비튼 방향 그대로 좀 더 재기발랄하게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약간 자제한(?) 듯한 면이 없지 않아 있고,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ㅎ


1편에서는 12살 정도였던 이사벨 퍼먼이 프리퀄에서 다시 주연을 맡으면서 딥페이크 같은 CG 기술이 사용된듯 한데,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얼굴의 디에이징 정도가 10살 정도라고 보기엔 충분히 되지 않은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았을 것 같고, 진짜 10살짜리 정도로 보이게 합성하면 영화 내용이 너무 불쾌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까요? 아니면 섬세한 표정연기를 고려하면 너무 디에이징시키는 건 부자연스러워서일까요?

아무튼.. 얼굴과 체격묘사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위화감이 아쉽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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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흠...)


그런 세세한 면들을 제외하면 기획이나 방향 자체는 정말 괜찮았습니다ㅎ

1편 보신 분들이라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3.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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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한 미소...!)


오펀: 천사의 탄생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였고

대체적으로 "오펀: 천사의 탄생"보다 나은 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포스터나 광고만 봐도 섬뜩함을 느낄 수 있고,

각종 경기장에서 진행했다는 프로모션도 영리해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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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안경쓴 아주머니 표정이 더 압권ㅎ)


일단 제 감상은 세간의 평보다는 별로입니다.


"로즈"(소시 베이컨 - 케빈 베이컨의 딸!)는 정신과의사이고, 어릴 적 어머니의 자살을 목격한 기억을 트라우마로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응급실을 통하여 입원한 "로라"라는 젊은 여성이 "주위 사람들이 웃는 얼굴로 빙의(?)되어 본인을 위협을 한다"고 토로하고,

갑자기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다가 괴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로즈 앞에서 깨진 화병 조각으로 목을 그어서 자살합니다.

이후로 로즈도 그 여성이 호소한 환각과 비슷한 "웃는 사람들"에 대한 경험을 하면서 전남친이었던 형사의 도움을 받아서 사건의 진상을 조사합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제가 전반적으로 받은 느낌은 일련의 하이 컨셉 호러.. 내지는 "elevated horror"를 흉내만 낸다는 느낌입니다.

섬뜩하게 웃는 이미지, 그리고 반복되는 점프 스케어에 의존하여서

애초에 "트라우마"와 "공포"를 엮어서 이야기하려나 싶었던 생각과는 다르게 그냥 깜짝쇼로 흘러간 면이 있고,

전반적인 분위기, 상황은 대중영화의 느낌이면서 "스마일 엔티티" 자체만 모호하게 그려내는 부분이 잘 섞이지는 않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링"이나 "팔로우" 같은 영화들이 떠오르는데,

이런 류 중에는 마스터피스에 속하는 그 작품들에서는 불안감이 점점 커지는 연출이 좀 더 세련되게 묘사되었었죠.,

그에 반해 이 영화는 계속 놀래키다가 그냥 허무해진다고나 할까요ㅎ

우연치 않게 이영화와 비슷한 시기에 본 "큐어"랑 많이 비교되었다고 하면.. 큐어는 워낙에 명작이니 좀 불공정한 비교가 되긴 하겠죠ㅎ

여튼 "있어보이고 싶은 기성품"의 느낌이 커서 그닥 좋은 평가는 못해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영화의 평가에 박한 또하나의 이유는,

소시 베이컨의 "불안한 여인" 연기는 너무 훌륭했지만

주인공에게 굳이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줬으면 초반에는 좀 더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지 않았을 까..하는 아쉬움도 한 몫을 합니다ㅎ

(뭐 이 부분도 너무 과한 비난일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ㅎ)


같은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 "Laura hasn't slept"의 아이디어를 확장한 것이 이 영화이고

이 단편영화의 캐릭터 "로라"가 같은 배우로 장편영화에도 나옵니다.

영화가 공개되면서 단편영화는 비공개로 전환되었는데, 전환되기 전 우연히 본 느낌은 사실 링이나 팔로우보다는 나이트메어 시리즈와 굉장히 유사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오컬트스럽게 포장한 프레디..랄까요ㅎ


여튼 제 (주관적인) 감상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평이 나쁜 영화는 아니니 호러 팬분들은 (OTT에 들어가면?) 보시기 바랍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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