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왔습니다. 에피소드 8개짜리 한 시즌에 편당 런닝타임은 40여분 정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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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딴 포스터 이미지를 보고도 재생해 볼 생각을 한 제가 참 갸륵합니다.)



 - 때는 1988년. 날짜는 할로윈 다음 날이니 11월 1일 새벽이에요. 한 중국계 소녀가 본인의 장래 인생 자금 마련을 위해 자전거 신문 배달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본인의 실수 + 진상 고객 크리로 위기에 빠지는 순간, 홀연히 나타난 선배 배달 소녀의 도움으로 위기 탈출. 이 일에 대한 설명과 조언을 들으며 배달을 하다가 또 한 명의 선배를 만나 인사를 하고... 그러다 동네 양아치들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있는 또 다른 신참 배달 소녀를 만나 도와줘요. 결국 이렇게 배달 소녀 넷이 뭉쳐서 함께 일 좀 해보려는 찰나에 갑자기 정체 불명의 패거리에게 신문 가방을 빼앗기고. 그걸 찾으러 뒤쫓아가다가 갑자기 하늘이 핑크빛이 되고 어쩌고 하는 해괴한 일을 겪은 후에, 정신을 차려보니 때는 2019년입니다. 이게 뭐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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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프라임 버전 '기묘한 이야기'가 되려는 야심을 갖고 만들어진 시리즈라고 합니다만...)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간략한 시놉시스만 읽고 틀어본 경운데요. 처음엔 당연히 훈훈한 시간여행 코믹 드라마에 살짝 모험을 얹은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어요. 88년의 12세 소녀들이 현재로 와서 어른이 된 자신을 만나고, 서로에게 이런저런 영향을 주고, 결국엔 양쪽 다 성숙하고 행복해지고. 뭐 이런 이야기를 예상하고 틀었습니다만. 갑자기 왠 유치찬란한 흰색 제복을 입은 '미래인'들이 나타나서 광선총을 뿅뿅 쏘며 사람을 막 죽입니다? 그리고 아주 칙칙한 차림새의 '저항군' 비스무리한 놈들이 나타나서 비장하게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구요. 이 황당무계한 두 세력 사이의 피 튀기는 전쟁에 소녀들이 본의 아니게 끼어들어서 우주와 시간의 운명(...)을 두고 싸우게 되는 참으로 장대한 스케일의 세계관을 가진 SF에요. 진심 당황스러운 것...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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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되기엔 문제가, 한계가 너무 많습니다. 일단 돈은 정말로 안 쓴 게 티가 팍팍 나서 한숨이.)



 - 그리고 이 '대결전'의 내용을 볼 것 같으면 뭐랄까. '별로다'를 넘어서 한숨이 나오다가 킥킥 민망함의 웃음까지 나옵니다. 심플하게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유치해요'. 네. 그냥 유치합니다. 더 이상 적절한 표현이 없네요.


 일단 쓸 데 없이 거대한 이야기 스케일을 감당하기엔 제작비가 아주 몹시 매우 많이 부족했는지 특수 효과가 되게 싼 티 납니다. 한 몇 년 묵은 어린이 SF 수준의 CG가 계속 튀어나오구요. 또 앞서 말한 그 분들 유니폼이라든가 나중에 등장하는 각종 첨단 장비들을 보면 미술 디자인을 맡으신 분들에게도 좀 문제가 심각해 보여요. 돈도 없고 센스도 없고... 흑흑.


게다가 이 두 세력의 싸움 내용 자체도 문제에요. 유치함을 걷어내고 들여다보면 전혀 새로울 것 없이 식상한 이야기인데. 그걸 궁서체로 진지하게 전개하니 역시 민망해지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런 것인데요. 제가 또 이걸 되게 재밌게 봐 버리지 않았겠습니까? ㅋㅋㅋ 왜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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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오른쪽 분은 처음 딱 보는 순간부터 '소녀 버전 에드워드 펄롱이냐'라는 생각이. ㅋㅋㅋ)



 - 캐릭터들이 넘나 사랑스럽습니다. ㅠㅜ

 미국 사회 적응에 대차게 실패해 버린 엄마를 짊어진 피곤한 인생의 에린. 전형적인 백인 루저 집안에서 폭력적으로 거칠게 자란 맥. 공부로 성공하겠다는 야심에 불타는 자신만만 범생 티파니. 갑부집 자식이지만 부모의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또 남에게 말 못할 비밀 하나를 간직한 KJ. 각각 참으로 버라이어티하게도 잡아 놓은 캐릭터들인데요. 인종까지 동양계, 흑인, 그냥 백인에 유태인. 이렇게 '작정했구나' 싶은 설정들을 하나하나 다 와닿게, 애틋하게 파 놓아서 그냥 이 녀석들의 개인사 드라마들은 다 심금을 울려요. 거기에다가 미래의 이 녀석들 성인 버전들 또한 드라마가 풍부하구요. 그래서 과거 버전과 미래 버전의 동일 인물이 만나는 이야기들은 다 재밌고 감동적이고 그렇습니다. 


 또 캐릭터들 상태가 이렇다 보니 자기들끼리 뭉쳐 있을 때도 계속해서 갈등이 생기고 그렇겠죠. 이런 갈등들도 가볍지 않게, 꽤 아프고 또 그런만큼 훈훈하게 연출이 되어서 감정 이입하며 보게 돼요. SF 파트의 하찮음 따위 가볍게 극복 가능합니다!! 게다가 적어도 이 첫 시즌 한정으로는 이런 드라마 파트가 우주와 시간의 운명보다 더 비중이 크거든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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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나, 미래의 나가 만나는 걸 금기시하는 시간여행물의 은연중 전통을 화끈히 무시하고 오히려 그걸 핵심 컨텐츠로 삼습니다.)



 - 그런데... 안타깝게도 매우 크리티컬한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시즌 1으로 이야기가 안 끝난다는 건 참으로 당연한 문제겠죠. 시간과 우주의 운명을 다루는 거대한 결전이 45분 내외 에피소드 8개로 끝날 리가 없잖아요? 당연한 듯이 다음 시즌으로 이어지는 엔딩을 보여주며 빠이빠이합니다만. 진짜 문제는 이게 아니라...

 시즌 2가 캔슬됐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하고 그냥 망했다네요. 뭐 '기묘한 이야기' 최근 시즌 열풍이 가라앉기 전에 공개돼서 화제를 못 탔다느니 등등 하는 이유들이 이런저런 기사들에 많이 보입니다만. 솔직히 인정합니다. 빅히트가 되기엔 너무 눈에 빤히 보이는 강력한 문제점이 있는 작품이니까요. 저는 재밌게 봤어도 망할만 해요.

 뭐 그래도 제작진은 포기하지 않고 플랫폼을 옮겨서 시즌 2를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만. 여기서 '계획'이란 건 그냥 그 분들 희망 사항인 것이죠. 정말로 뭐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요.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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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감이 사라져 쓸쓸히 귀가 중인 청소년 연기 로동자들의 짠한 모습입니다.)



 - 그래서 결론은 뭐냐면요.

 아주 하찮은 SF 모험물의 허술한 틀에다가 인생 1회차가 너무나 버거운 4명 소녀들의 드라마를 꽉꽉 채워 넣은 코믹 감동 갸륵 성장물입니다.

 평범하게 착하고 평범하게 못됐지만 결국엔 짠하고 갸륵한 아이들이 쌈박질하고 꽁냥거리며 서로 이해하고 성장하는 이야기. 이런 거 좋아하는 분들은 꼭 보세요. 여성 중심 서사의 장르물들 좋아하는 분들도 보실만 하구요. 시즌2가 안 나온다고!!!


 물론 한국산 기준으로도 대략 10년은 묵은 듯한 퀄의 SF 대 서사시(...)를 좀 견뎌내셔야 합니다만. 적어도 제겐 그걸 극복할만한 캐릭터들과 드라마가 있는 시리즈였습니다. 게다가 그 하찮은 서사시도 보다보면 걍 '아이고 이 하찮은 거 봐라 ㅋㅋ' 하며 웃고 즐길만은 했구요. 하하.


 암튼 진짜 별 기대 않고 틀었다가 훅 달려 버린 시리즈였어요. 글 제목에 적은 대로 '특정 취향 정밀 타격' 시리즈이니 조금이라도 본인 취향 아닐 것 같단 느낌이 들면 바로 잊어버리시구요. 혹시나... 하고 긴가민가하며 틀었다가 재미 없으셔도 그 시간은 제가 책임지지 않습니다. ㅋㅋㅋ

 게다가 제가 제일 싫어하는 '중간에 끊긴 이야기'라서 추천해드리진 못하겠습니다만. 어쨌든 전 그렇게 봤다는 얘기.




 + 근데 저엉말 솔직히 말하자면 시즌 2가 나온다고 해도 시즌 1만큼 (제게) 재밌을 거란 생각은 별로 안 듭니다. 시즌 1에서 이미 네 소녀들이 자신들의 성인 버전들을 다 만났구요. 또 이런저런 사건 사고 갈등들 끝에 마지막 부분에선 진짜 '친구'가 되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좋아했던 부분들은 거의 일단락된 셈이고. 남은 건 시간과 우주의 운명....!!! 이야기 쪽인 셈인데 이 쪽은 뭐 전혀 기대가. ㅋㅋㅋ 

 좋게 생각해서 제가 즐겼던 부분은 일단락 됐으니 제겐 이게 엔딩인 걸로 치고 넘기려구요. 아쉽지만 제가 제작비 댈 것도 아니니 뭐...;



 ++ 코믹북 원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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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이런 느낌이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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