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논쟁이 된 게시물에서 100일 된 아이 돌보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을 보고 근 2년간 백수시절에 조카아이를 돌본 경험담이 떠올라 간단한 글을 적어 봅니다.  삼촌으로서 아기를 돌 본 것이기도 하지만 아빠로서 아기를 돌보는 태도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차이는 있지 않다고 봅니다. 아빠로서 100일된 아이를 돌봄에 있어 해야 하는 것에 있어 행동의 선택사항은 매우 간단한 것이면서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기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기엔 꽤 간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맞닥뜨리게 되면 가장 어려운 것이 아기의 육아이기도 합니다. 

 

정말 100일된 아기에서 해 줄 수 있는 일은 간단합니다. 가장 크게 보면 분유주기, 기저귀 갈기, 잠재우기 정도라고 할 수 있어요. 아기가 할 수 있는 대화방식의 90퍼센트는 울음이고 대부분 아기가 외부와의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는 때는 욕구 불만족입니다. "배고파", "응가했어", "졸려", "무서워"  이런 욕구들을 단 하나의 방식인 우는 것으로 표현해 내는데 이런 욕구에 걸맞는 알맞은 대응을 찾기란 꽤 어렵습니다. 때문에 이럴 때는 가장 먼저 이전의 수유시간을 확인하여 배고플 때인지 체크해 보고 그 다음에 기저귀 상태 확인, 아기를 안아서 토닥여 주기의 순서로 진행해 나가면 됩니다. 80퍼센트 정도는 이 정도의 조치 사항만으로 만족스런 평화를 얻게 될 테지만 나머지 20퍼센트를 차지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울음이 어렵습니다. 단순히 아기의 기분이 나쁜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신체적인 문제가 있어서 울음을 계속하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이럴 때는 막연한 불안심리로 더 힘들 수도 있는데 때문에 아이를 돌 볼 때는 자신의 부모나 다른 육아 경험자의 연락처를 적어 놓고 수시로 조언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분유주기는 대략적으로 2시간에 한 번씩 실행하면 됩니다. 백일 된 아기의 정량이 200cc였던가요? 대부분의 분유 표지에 정량 및 타는 방법이 적혀 있으니까 그 것을 참조하면 되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물온도 맞추기인데 분유의 온도는 대략 40도 정도로 체온보다 조금 더 높은 온도로 맞춰 주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분유는 대략적으로 40도에서는 잘 섞이지가 않으므로 아이가 울면 다급해서 무턱대고 뜨거운 물을 부운 다음에 분유를 타고 차가운 물로 식히곤 하는데 그럼 영양소가 다 파괴되므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처음에 찬물과 뜨거운 물을 4대 6정도의 비율로 절반정도 부운 이후에 분유 정량을 타고 다시 90퍼센트까지 차가운 물을 부운 다음에 마지막에 뜨거운 물로 온도 조절을 해주면 됩니다. 사람의 손온도계를 신뢰하기 어렵다면 디지털 온도계로 온도를 확인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요즘에는 아이전용 주전자가 있어서 물온도 40도를 맞추는 것도 있긴 하더라고요. 처음에 아기가 꼭지를 잘 빨 수 있도록 꼭지도 뜨거운 물에 덥혀 놓아서 처음 아이가 젖병을 물었을 때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기의 엄마나 할머니라면 능숙하게 안아서 먹일 수도 있겠지만 능숙치 않은 분이 아기를 안으면서 먹이면 아기가 더 불편해 할 수 있으므로 그냥 누운 자리에서 배개를 조금 높게 하고 지근거리에서 수유를 하는 것이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가능하면 한 번에 탄 적량은 다 먹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눈을 맞추면서 아이의 신경을 딴 데 돌리게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재기가 발현되어 아이를 웃게 하면 아기가 젖병을 물지 않을 수도 있으니 적당히 편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수유가 끝나면 잠들기 쉬운데 잠들기 전에 안아서 토닥토닥 거리면서 트림시키는 것 잊지 마시고요.

 

잠재우기 혹은 아기의 불안심리 없애기를 위한 방편으로 아기를 안아서 달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기를 잘 안지 못하는 남자분들이 많은데 아기를 안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왼손으로 엉덩이를 받히고 오른쪽 팔목을 아이의 몸에 수직으로 대어서 목이 꺽히지 않도록 지지대가 된 상태에서 가볍게 머리를 감싸안으면 됩니다. 가능하면 신체 가까이에 아이를 밀착시켜서 아기가 사람의 체온을 체감할 수 있게 해서 분리불안을 없애는 것이 좋고요. 아기가 투정을 부릴 때는 가볍게 신경을 돌릴 수 있도록 눈을 끊임 없이 맞추다던지 이래저래 돌아다니는 것도 방편이고 졸릴 때는 가볍게 등을 토닥인 뒤 졸린 기색이 보이면 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잠을 유도하면 됩니다. 아기가 눈을 감았다고 금방 자리에 눕히면 금방 다시 깨니까 새근새근한 숨소리가 들리때까지 안아 준 뒤 천천히 자리에 눕히는 것이 조금이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방편이 됩니다. 참고로 100일된 아이에게는 밤과 낮의 구분이 없습니다. 어른의 24시간 라이프 사이클에 맞추기 위해 낮에 억지로 안 재울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고 그냥 아기가 졸리울 때 재우는 것이 조금이나마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기도 합니다.

 

기저귀는 자주 자주 무게를 확인해 봐서 갈아주어야 할 때인지를 선행적으로 판별해 주어야 합니다. 쉬야만 할 때에는 기저귀가 조금 듬직하다 싶으면 아이의 양 발목을 왼손으로 잡고 올려서 티슈로 주변부를 닦아준 뒤 다시 기저귀를 깔고 갈아주면 되고 응가를 했을 경우에는 따뜻한 물을 준비해서 우선 큰 덩어리는 기저귀로 해결을 하고 그 다음에 물티슈로 한 번 닦아준 뒤 손으로 따뜻한 물을 적신 후에 가볍게 씻겨 주면 됩니다. 따뜻한 물은 아이를 키우는 집에 필수적으로 상비해야 하는 것이니 어느때이건 따뜻한 물은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를 목욕시켜야 할 때가 있는데 아이를 목욕시킬 때는 아이의 발목부터 물에 담궈서 이물적 자극에 대한 아이의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물에 들어가면 웬만한 아기는 그렇게 꺼려 하지 않으니 비누거품이 아이의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시면 됩니다. 어려운 것이 아이의 머리감기인데 꽤 고난이도에 속하는 것으로 가능하면 샴푸를 최소한으로 쓰시고 머리를 가볍게 뒤로 쓰다듬는다는 느낌으로 감겨 주시면 됩니다 .직접 샤워기의 물을 대면 겁을 먹기 쉽상이니 그냥 손에 물을 한껏 뭍여서 머리의 샴푸 거품을 살살 제거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100일된 아기는 매우 근시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얼굴을 가까이 대고 아이의 눈을 맞추어 주는 것이 아이의 불안심리를 없애는 것에 도움이 됩니다. 집안에서만 지내는 것보다는 가볍게 건물 옥상이라던지 동네 한바퀴 산책등을 가끔 해서 아이가 환경변화에 익숙해 지도록 하는 것이 나중에 편해지는 방편입니다. 음악은 피아노 독주나 무겁지 않은 현악 4중주 정도를 공간의 배음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백일된 아기는 꽤 많은 시간을 자니까 꼭 곁에 붙어 있을 필요는 없지만 자주 깨기도 하므로 아이의 주변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책을 독서하는 것도 자신의 심심함을 덜하는 방편임과 동시에 지나치게 아이에게 자신이 소모된다는 느낌을 덜할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합니다. 불행히도 게임이나 영화는 아이에게 주의를 소흘히 할 수 있으므로 아기가 잠들었다고 잽싸게 하고 있다가 자칫해서 아이가 깨서 울음보가 터지면 대책이 없으므로 가능하면 혼자서 아기를 돌볼 때는 이런 취미는 삼가해야 합니다. 사실 아기가 악마로 돌변하는 시간은 밤인데 앞서 이야기 했다시피 100일 즈음의 아기에게는 밤과 낮의 구분이 없습니다. 그냥 툭하면 깨어나서 울음을 터뜨리고는 하는데 특히나 이때는 아이에게 소흘히 대하기 쉬워서 아이의 울음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아이가 울기 전에  미리미리 주변에 기저귀 및 젖병등을 준비해 두어서 신속히 대처하는 것이 방편입니다. 사실 아무리 낮에 아이를 잘 보는 사람일지리도 밤시간만큼은 아이의 엄마나 할머니를 대체할 수 없으므로 밤에 짜증이 더하는 것은 어쩔 수 없기도 합니다.

 

 출산 직후의 여성분의 심리 상태는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같은 가정노동의 부담이라 할지라도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 올 수 있습니다. 한없이 사랑스러운 존재가 한없이 미운 존재가 됩니다. 때문에 육아의 부담을 공유하기로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3시간 있다 아기를 봐줄께 하면서 외출한 뒤 단 1분이라도 늦어지면 그 시간 이후부터의 육아의 스트레스는 비례급수로 증가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육아의 정해진 시간은 지켜야 하는 것이 의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자 또한 환경변화에 따른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임신과 출산직후의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환경변화까지 경험해야 하는 여성의 스트레스를 가늠하긴 어렵습니다. 육아문제에 있어서 가장 큰 스트레스는 아기의 건강문제인데 꾸준하게 정기검진을 받아서 예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특히 아기가 아플 때 육아의 책임에 대한 탓을 서로 돌리기 쉬운데 이는 스트레스만 더할 뿐 해결책이 되지 않으므로 자녀가 아플 때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상호에게 발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일된 아기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할 뿐이지만 주변의 불안 또한 쉽게 감지해 내니 육아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서는 부부간의 스트레스를 덜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테지요. 

 

 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인지 솔직히 제 개인적으로는 그 이유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간혹 아기가 나의 손가락 하나를 두 손으로 꼭 쥐고 방글방글 웃는 모습을 보면 태초의 웃음을 보는 듯한 기묘한 환희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제 자신의 일상을 소비하면서까지 아기를 돌보는 것에는 자신이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부모와 서먹서먹한 현재의 자신을 보거나 아이가 크면서 따르는 육아비용이 엄청난 것을 보면서 자녀를 키우는 것에 회의감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아이의 표정이 되는 모습을 보면 찰나의 부러움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아마 이것은 경험해야 알 수 있는 것일 테지요. 자신을 닮은 누군가가 시간을 거슬러 처음부터 시작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돌볼 때의 기쁨을 아는 것을 말입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가장 소중한 자신을 버려야 합니다. 어떤 선택이 나을 것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육아란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의 협의에 의해서 선택된 사항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공동으로 지게 되는 것이 맞겠죠. 가장 어려운 육아란 함께라는 의미가 사라진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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