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인 유포 및 접촉은 아동·청소년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동·청소년을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이에 대해 사회적 경고를 하기 위해서는 중한 형벌로 다스릴 필요가 있다"

"가상 및 실제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은 모두 아동·청소년에 대한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일으켜 범죄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죄질 및 비난가능성의 정도에 거의 차이가 없어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

(2015.6.25 -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합헌 판결에서)


이번 판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선 판결문에 담긴 논리는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헌재는 창작물에 담긴 표현이 ‘(범죄) 욕구를 촉발’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증명된 적 없는 주장일 뿐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관련이 없을 수도 있고,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창작물은 감상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document_srl=6161671


이에 관한 저의 지론은 위의 글에 정리했습니다. 이제는 창작물에 담긴 표현들이 ‘욕구를 촉발’하기보다는 ‘욕구를 해소’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에 주목할 때입니다. 재판관 여러분, 당신들이 상정한 잠재적 범죄자(?)들이 창작물을 통해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은 현실에서 터트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본 것입니까?

창작물에 담긴 표현은 그것이 표현일 뿐인 한에는 법으로 규제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 성, 종교, 윤리, 도덕, 그 외 어떤 잣대로도 그렇습니다. 이는 ‘표현의 자유’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범죄 현장을 담은 스너프 필름이나 실재(實在) 아동이 출연하는 포르노가 규제와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은, 거기에 담긴 표현이 ‘표현일 뿐’인 것을 넘어서 ‘실제로 이뤄진 범죄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창작물 속에 담긴 (실제가 아닌) 연출된 범죄 행위, 가상의 캐릭터에 관한 묘사들은 어디까지나 표현일 뿐입니다. 만약 거기에 어떤 논란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사적 영역의 비판과 옹호에 머물러야 할 것이고, 현실적인 문제점이 표출된다면 민사로 해결할 일입니다.

이번 헌재의 판결은 한국 사회의 법제도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으며 그것을 운용하는 위정자들이 얼마나 교조적, 비이성적 사고에 빠져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또한 이번 판결은 한국의 문화산업과 표현의 자유에 커다란 타격을 안겨줄 것입니다.


이번 판결을 주도한 장본인들에게 반성과 재고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유권자의 한 명으로서 다음 선거에서는 온전한 표현의 자유를 공약하는 후보와 정당에 저의 한 표를 던질 것임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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