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밑으로 가면,

2015.07.04 14:24

말하는작은개 조회 수:548

생과 죽음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었죠. 정확히는 죽음 뒤에서 숨으려 했어요. 나를 쫓아오는 사람들에게서... 죽음에서 더 안으로 들어가면 형체가 없는 유령이 되었었거든요. 하지만 삶과의 끈도 이어져있어서 자꾸 몸이 살아나오려 했어요. 그 상태로 쫓기고 있었어요. 북한에게서.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유령이 숨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한 뒤 손짓했어요. "이쪽으로 오세요, 시인선생님!" 그래요. 저는 시를 조금 쓰던 시인이었던 거에요. 저의 팬은 부띠끄같은 걸 했는데 가게 뒤쪽 백룸 같은 곳에서 숨어있게 해주었죠. 털옷으로 잔뜩 치장한 부자 여자가 나타나서는 백룸안으로 들어왔어요. 주인장과 커피를 마셨죠. 프리마와 설탕이 들어간 인스턴트 커피로 보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고 커피기계에서 내려먹거나 개인 바리스타가 있거나 하다못해 제일 어린 직원 시켜서 밖에서 커피 사오라고 하겠죠. 나는 아메리카노 넌 뭐먹을래? 캬라멜 마끼아또. 휘핑 크림 올려서.

그 후로도 그곳을 빠져나와 나돌아다니면서 숨고 달리고 숨고 달리는 걸 반복했어요. 죽음 뒤에 숨을 수 있다고 했는데 죽음에서 더 아래로 내려가면 점점 어둠이 몰려왔어요. 시커먼 어둠이요. 심장이 저릿저릿해지고 목이 콱 조여오는 것 같은. 마지막엔 악마가 있었어요. "더 내려가볼래? 너도 저들과 똑같이 될수있단다." 제3의 누군가가 저에게 말하며 저 깜깜한 밑의 악마들을 가리켰어요. 본능적으로 무서워서 싫다고 했어요.

북한에 쫓기면서 저는 북한으로 가야했어요. 누군가와 합류해서... F라고 하면 F는 저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 소라고동 속에 숨겨주고 같이 다녔죠. F는 저와 한국에서 빙수를 먹고 삼겹살을 먹었는데, 북한 군인들의 삼엄한 경비망을 뚫기 위해서 뇌물을 주고 통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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