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 힙합의 여혐적인 가사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센데, 걍 보면서 궁금해졌어요. 한국 힙합에 가사를 잘 쓰는 사람들은 누가 있는지.




예를 들어서 에미넴은 가사를 참 잘 쓰죠.



밑에 에미넴이 여성을 폭행하는 내용의 가사를 쓴 것에 대한 글이 있는데, 저런 거야 걍 양아치 짓이죠. 전 그런 면에서 에미넴을 쉴드 쳐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깠던 것도 마찬가진데...





예전에 들었던 에미넴의 노래 중에 이런 가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전성기가 끝나고 어두운 시간을 보낼 때 칸예 같이 잘 나가는 놈들을 씹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는데 결국에 그러지 않았어. 난 내가 랩퍼로서 이유 없는 싸움을 시작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게 자랑스러워'




저게 에미넴의 본심이겠죠. 나스나 제이 지처럼 자기가 존경하는 랩퍼는 씹지 않는다는 게. 에미넴 본인도 나스나 제이지에게서 능력을 존중 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입장에선 걍 자고 일어나보니까 이유 없이 씹힌 경우인데, 본인 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죠. 정작 그런 말을 한 에미넴 본인은 '난 아무 이유 없이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게 자랑스러워' 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으니까요. 에미넴 인터뷰 같은 걸 보면 대충 본인의 심리가 저렇습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까고 뭐 그런 건 걍 장난으로 그랬다는 식입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입장에선 피차 에미넴 존중해줄 이유가 없는 거죠.





그런데 이런 양아치 같은 일화를 차치하고 에미넴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사를 참 잘 쓰기 때문입니다. 전 제가 에미넴의 언행을 무책임하고 야비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에미넴의 노래를 좋아하는 저 자신까지 부정할 필요는 딱히 못 느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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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에미넴이 쓴 Bad Guy란 노래를 보면,  이 노래는 Stan의 후속 곡입니다.



스탠의 동생인 매튜가 성인이 된 다음에 에미넴을 무참하게 살해한다는 내용입니다. 걍 에미넴이 매튜의 1인칭 시점에서 랩을 하는 거죠. 스탠의 1인칭 시점에서 랩을 한 게 Stan이었듯이요. 그런데 재밌는 게, 매튜가 에미넴이 이전에 썼던 노래 가사 내용을 인용한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에미넴은 자신의 가사 그대로 매튜에게 살해를 당하는 거고, 에미넴은 자신이 무기로 사용했던 그 언어를 통해 살해된다는 거죠.



마지막 verse의 가사는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난 네가 농담으로 상처 입힌 모든 피해자들을 대변하고, 네가 잠에서 깨어나도 탈출할 수 없는 악몽 그 자체가 돼 버린 삶을 대변해.  난 네가 펜을 놀릴 때마다 서서히 좁혀 오는 업보의 그물이고, 어쩌면 넌지금이 회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네게 기회는 지나갔어. 넌 네가 절실히 거부하려고 하는, 언젠간 찾아오게 돼 있었던 '끝'을 대변해.



넌 네가 험한 말을 내뱉어도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터프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난 네가 콘서트를 마친 뒤에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죄의식의 목소리이야. 난 네가 싫어한다고 말했지만 결국에 똑같이 돼 버린 모든 bully를 대표하고, 네가 네 딸아이들에게만 이중 잣대를 두면서 공격했던 모든 호모들과 여성들을 대변해. 



카메라와 조명이 꺼지고 모든 이들이 너를 떠났을 때 결국에 넌 혼자 남아서 나를 대면해야 해.





요약하자면 이런 가사인데(정확히 옮긴 건 아닌데 대충 저런 내용입니다), 에미넴이 '걍 까놓고 말해서 내가 잘못한 거 맞아'라고 말하는 내용인 거죠. 에미넴은 자신이 학창 시절에 bully 당한 얘기를 하면서, 자신처럼 힘든 시기를 겪는 아이들이 자신의 노래를 듣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는데, 그런 에미넴 본인도 bully에 불과했던 거고, 저 노래는 그런 모순을 인정하는 내용인 거죠. 물론 저 노래를 발표한 다음에도 계속 그 모순을 이어가는 것 같긴 하지만요.




하여튼 호소력 있는 가사이고, 저런 탁월한 작사 센스를 에미넴의 노래에서 여러 개 찾을 수 있지요. 에미넴 노래를 듣다 보면 '어떻게 이런 가사를 썼지'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힙합에 여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2pac은 강간 당한 여자를 위해 만든 노래가 있죠.



Baby Don't Cry 라는 제목의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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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강간 당한 여성이 실제 인물인지, 아니면 상상력이 가미된 픽션인지는 모르겠는데 가사가 이렇습니다.


 

2pac에겐 주변의 모두에게서 사랑 받는 여자 사람 친구가 있는데, 그 여자는 사실 집단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여사친이 2pac에게 자신의 얘기를 해주면서 '네가 내 상황이면 어떻게 하겠냐'고 하니까 2pac은 그 얘기를 들으면서 슬픔과 고통을 전해 받았음에도 그 여자 애의 입장에서 겪었을 고통의 실재는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말 아무런 할 말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리는 결론이, '넌 삶을 포기하면서 네 고통을 잊으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선 안 돼. 왜냐하면 네 영혼이 죽었을 때 그들이 승리하는 거니까'.





정말 아름다운 말이고 진실된 말이죠. 네 영혼이 죽었을 때 그들이 승리하니까 넌 삶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2pac도 폭력적인 가사를 쓴다는 비판을 많이 받긴 했죠. 그런데 2pac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2pac 본인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싫었기 때문에 자신의 가사를 계속 다듬으면서 과격한 표현에 대한 자기 검열을 했다고 하더군요. 만약에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가사를 검열 받기 싫다면, 그걸 본인이 직접 하는 일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거죠. 표현의 자유니 힙합 문화의 일부분이니 같은 소리를 할 게 아니라.






요즘 여혐 논란이 일어난 가사를 보면서 걍 시큰둥하게 생각하는 게, 쟤가 보기에 저들이 '증오를 분출'하려고 하는 건 걍 그게 쉬운 길을 가기 위한 선택인 거 같거든요. 부족한 창의력에서 비롯된. 저들이 여혐 가사를 쓰지 않다고 해도 전 절대 그들의 노래를 들을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에미넴이 도를 넘어설 때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듣는 노래의 대부분은 에미넴 노래네요. 






예전에 매드 클라운이 쇼 미더 머니에서 성인식을 편곡한 걸 봤는데, 노래에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는 게 참 놀라웠습니다. 한국 힙합에도 훌륭한 아티스트들은 많겠죠.그래서 걍 궁금해졌습니다. 전 한국 힙합을 거의 안 듣는데, 가사를 잘 쓰는 사람은 누가 있을지. 혹시 알려주실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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