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일본 아소산입니다

2015.03.26 10:57

풍기문란 조회 수:2047



주중 휴가를 얻어 일본에 왔습니다.

지금은 아소산 고원에 위치한 숙소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전통 여관은 아니지만 별장같은 곳이고, 무엇보다 노천 온천이 있어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이 곳 노천탕은 하늘 아래 고원과 온천밖에 없다..! 고 할 정도로 탁 트인 시야를 보여줍니다. 
저는 태초의 모습으로, 허리에 손을 얹고 호기롭게 서서 고원을 내려다 봅니다. 벗은 몸에 푸른 하늘이 내려와 닿는 것 같습니다. 무엇하나 거리낄 게 없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생각합니다.

하이라이트는 해가 넘어가고 나서야 시작됩니다.
저녁 식사 후 여덟시 반 경 노천탕에 들어갔는데.. 야...마치 검은 도화지에 별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습니다. 
초승달이 선명하게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의 오리온자리 황소자리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때를 잘 맞춰 삭일 때 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보고 싶은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그 때 별 하나가 떨어집니다.
서둘러 별에 기원을 합니다.
기분에는 뭐든 다 잘 될 것만 같습니다. 
다음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올 수 있기를.


이게 어젯밤의 일입니다.
지금은 창 밖으로 능선이 보이는 방에 앉아 숙소를 떠나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뭔가 쓸쓸하기도 하네요. 
일본 문인들이 온천 여행지에서 왜들 그렇게 고독한 글쓰기를  했는지 이해될 것도 같습니다.
저는 하룻밤 더 묵을 예정이라 청소도 사양하고 코타츠에 앉아 이 글을 씁니다. 

두시 경까지 할 일을 한 다음 
잠깐 오수를 취하고
온천을 하고 산책을 하고 다시 밤을 기다리겠습니다. 

ps 사진이라도 걸고 싶은데 모바일은 불가능한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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