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3 16:20
최근에 계속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발단은 퀴어 퍼레이드였어요.
예전에 듀게에서도 이런 얘기가 몇 번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주변의 어떤 사람이 퀴어 퍼레이드는 도대체 왜 하는 거냐고 묻더군요.
왜 그렇게 스스로를 추하고 괴상하게 보이게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오히려 일반 사람들에게 혐오감과 편견만 심어주는 게 아니냐고 하더군요.
제가 식견이 짧아 제대로 설명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걸 총동원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퀴퍼에는 이러이러한 역사가 있고 이러이러한 이유로 그런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런 역사적인 맥락과 상징적인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고
대다수 사람들은 그냥 그 사람처럼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겠죠.
그렇다면 퀴어 퍼레이드는 그 사람 말대로 역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퀴어 퍼레이드의 목적이 성소수자들끼리 순수하게 즐기는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일반인들에게 어떤 인식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면, 지금까지보다 헤테로 친화적인(후진 표현 죄송합니다. -_-) 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나, 그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었죠.
loving_rabbit 님이 올리셨던 미 한인 교회 목사의 글에 대해서도 반응이 크게 두 가지로 갈렸는데요
조금 나아 보이지만 결국엔 동성애를 차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장파장이라는 입장과
목사의 발언에 다소 문제는 있지만 그 집단 내에서 이런 목소리를 낸 용기를 칭찬해주는 것이 전략적으로 볼 때 긍정적이라는 입장이었죠.
많은 분들이 '협박'이라고 느끼셨던 우중다향 님의 발언도 그런 의미겠죠.
진성 호모포비아에 비하면 우중다향 님은 호모포비아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거고
엄격한 잣대로 보면 호모포비아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듀게에서야 이런 분이 소수지만 세상에서는 다수일 수 있고요.
그러면 이 다수의 논리적 허점을 공격하지 않고 부드럽게 다가서는 것이 전락적일 수 있습니다.
이 '전략적'이라는 말이 참 그렇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소위 '과격한' 페미니즘은 오히려 거부감만을 가져올 뿐이다, 남성의 지지와 연대를 끌어올 수 있도록 부드럽게 접근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확실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부드럽게 설득하는 것이, 과격하게 지적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 같죠.
실제 생활에서, 저는 집안 식구들과 얘기할 때는 과격한 편이고(그들은 어차피 제 모든 성격적 결함을 알고 있으므로)
친한 친구들과는 이런 사안들에 대한 견해가 같아서 논쟁할 일이 아예 없고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얘기할 때는 아예 설득하려는 시도를 안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가끔은 부드럽게 설득을 해보려고 하기도 하는데, 결과는 전혀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식견이 짧고 설득 기술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제가 설득을 하려고 한 입장이었을 때는, 이미 상대방의 의견이 확고하게 형성되어 있는 경우
부드럽게 설득을 하든 과격하게 지적을 하든 둘 다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제가 생각을 바꾼 경우들을 떠올려 보면
지적이고 부드러운 대화를 통해 생각을 바꾸게 된 경우는 기억나지 않고
상대방의 굉장히 과격한 반응이 있었을 때,
제가 갖고 있던 생각을 당장 바꾸지는 않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경우들이 기억나요.
그러다 결국에는 생각을 바꾸게 되기도 했구요.
가장 뚜렷하게 기억나는 경우는 지역 감정에 대한 것이었는데,
저는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이 아니었는데, 그쪽에서 그렇게 받아들여 굉장히 과격하게 반응했어요.
그 일이 있었을 당시에는 상대방의 과격한 태도에 굉장히 기분이 나빴고,
그쪽이 과민반응을 하는 거고, 난 틀리지 않았어, 내가 옳아, 난 지역 감정 따위 없어, 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쪽에서 자기가 과민반응을 했다며 사과했고, 저는 안심했어요.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제 마음 한구석에서는, 정말로 내 안에 지역 감정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일에 대해서는 아니었어도, 다른 점에 대해서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편견을 갖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사람은 얼마나 지역 감정과 관련해서 당한 게 많았으면 그런 반응을 하게 되었을까
등등 그때까지는 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하게 되었죠.
그러니까 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지역 감정'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그 불쾌한 사건을 계기로 생각을 하게 된 거였어요.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듀게에서 어떤 분이 'ㅂㅅ'이라는 표현을 장애인이 아닌 사람에게 쓰면 괜찮지 않냐 이런 글을 올렸는데
어떤 한 분이 그에 대해 엄청나게 과격한 반응을 보이셨어요. 글쓴 분에게 심한 저주를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알고 보니 그분의 매우 가까운 지인(아마도 가족일 듯한)이 장애인이라고 했죠.
결국 그분은 듀게를 탈퇴하셨고 논쟁은 끝났지만
저는 그 일을 계기로 어떤 경우에도 그 표현을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건 제가 특이한 쪽일 수도 있고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부드러운 설득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지만..
제 경우에는 그런 상대방의 과격한 반응으로 인한 충격, 혹은 부정적인 감정이 결국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의 변화를 가져왔어요.
그리고 저 같은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현재 방식대로의 퀴어퍼레이드나, 과격한 페미니즘 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신사적인 게 옳은 것일 수는 있지만
모두가 신사적이면 세상이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물론 모두가 과격해도 안 되겠지만요(...)
두서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07.13 16:25
2015.07.13 16:27
2015.07.13 16:28
사람은 누구나 과격함에 대한 거부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그걸 바탕으로 더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을 굳히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자기 생각을 한번 돌아보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퀴어퍼레이드가 그런 퍼포먼스를 하지 않고 얌전하게만 했다면 누가 관심을 가졌을까 싶기도 해요.
2015.07.13 16:30
2015.07.13 16:35
우중다향님같은 분들은 설득이 되지 않아요.
차라리 소수자에 대해 정말 모르거나 소수자를 가까이에서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러는거면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본인은 소수자가 될 일이 절대 없으니 그들이 어떤 대접을 받고 살건 말건 상관 없다는 식이죠.
고상하게 포장해봤자 페미니즘이 싫고 동성애를 용납 못하는 건 똑같거든요.
부드러운 페미니즘, 이성애들이 용납할 만한 퍼포먼스라... 개소리하지 말라고 해요.
아, 그리고 누구에게든 어떤 방식이든 설득은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감정만 상함.
2015.07.13 16:44
당장은 설득이 되지 않아도 그분 나름대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꽉 막힌 사람이라면 소용 없겠지만...
2015.07.13 16:56
제가 감정 상하고 생각도 바뀐 일이 있어서요... :) 그냥 내재적으로 더 옳은 것을 끊임없이 찾고 지향하는 사람은, 힌트를 주면 바뀔 건데.. 감정 상하는 건 별도인듯요.
2015.07.13 16:36
평소에 비슷하게 생각해왔던 부분이 많아서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부드러운 설득을 지향하면서도, 부드러운 설득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고민과 진심이 느껴지는 어떤 과격함이 있어요. 그런 과격함을 대하면 제 마음도 움직이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달까요. 제 인식과 사고와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 윤리관 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영화와 연관해서 생각해보면 제가 애써 찾아보는 영화들중에는 폭력적이고 수위가 높고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거나, 영화안에 그런 표현이 포함된 영화들이 많아요. 저도 어떻게 보면 근본주의자에 청교도적 기질에 굉장히 굳어있는 사람이라, 그런 정도여야 뭔가 내부에 확고했던 것들이 깨지고 부서지고 다시 조립되는 과정에서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미약하나마 느끼곤 하거든요. 결론은 과격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5.07.13 16:46
공감하신다니 기쁘네요. 저도 제가 좀 과격한 면이 있어서 부드러워지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다가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이런 생각의 루트로... ㅋ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나 소설을 접할 때도 그런 것 같아요. 뭔가 충격을 받아야 내 안에 자리잡은 편견과 신념이 깨질 수 있는 것 같아요.
2015.07.13 17:01
그냥 때때로 먹히는 방법이 다른데 서로 그 방법이 뭔지 모르니까 조용히 얘기하다가도 버럭 지르다가도, 그러다 이것도 아냐? 싶어서 포기하기도... 전 기독교인인데 CS루이스가 고통의 문제란 책에서 그런 말을 했어요. 신이 왜 고통을 주시는가? 고통은 신이 당신 귀에 대고 지르는 확성기다. 큰일이 났는데 큰 일 난 줄 모를 때의 수단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항상 고통으로 얘기하시는 건 아니고, 때로 의인에게도 고통을 주실 때가 있으니 때마다 다르달 밖에요...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뭐가 먹힐 줄 설득하는 사람도 그 대상도 모르니까 이차 저차 시도하다가 감정 상하기 쉽고요..
2015.07.13 17:05
그러게요. 이 사람에겐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가 하는 게 눈에 보이면 좋을 텐데요. ㅎㅎㅎ
2015.07.13 16:39
님이 생각하는 호모포비아가 무엇인지요...
게이나 레즈비언들에게 물리적인 위해를 가하고 특정인의 성적지향을 실명과 함께 공개하고 쌍욕을 퍼붓는 과격분자들이 호모포비아라고 생각하시나요..
안타깝게도 걔들은 그냥 범죄자들입니다. 호모포비아임과 동시에 범죄자죠. 다른 '평범한' 호모포비아, 아니, 그냥 포비아들은 보통 대상들과 일상적으로 엮이지 않는 이상 그들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대상들과 마주하면 적대적정서나 혐오정서를 어떤 형태로건 드러내죠. 저 사람은 흑인(아시아인)이니까 놀지 마라, 네 성적지향은 바뀔 수 있는 것이니 노력해봐라, 전라도 사람은 채용하면 안된다.......사회적으로 변혁을 막거나 지체시키는데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우는 사람들은 이런사람들입니다.
그냥 자기가 온건하게 설득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되고, 과격하게 표현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과격하다'라고 묶어서 얘기하지만 여기에도 방법론적인 편차가 크고 시기나 대상에 따라 효과도 다릅니다. 온건하고 차분한게 좋다(나쁘다), 과격한게 목소리를 내는데 효과적이다(효과적이지 않다).......이런건 그냥 레토릭이지요.
2015.07.13 16:52
뭔가 오해하시도록 제가 글을 썼나 본데, 제 기준에서는 우중다향님이 호모포바아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듀게에서는 호모포비아로 진단(?) 받으셨다고 봐도 무방하겠죠. 다만 일반적인 사람들 기준에서는 호모포비아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많을 거라는 얘기죠. 그리고 아직 그게 이 사회의 지배적인 생각이라면 그것을 무시하고 조금만 호모포비아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도 다 똑같은 호모폽이라고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제가 글을 막 써서 잘 드러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런 '효과적으로 보이는 전략'이 항상 옳은가 하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구요.
그리고 '호모포비아=범죄자'라는 정의에는 찬성하지 못하겠네요. 범죄자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죠.
2015.07.13 16:41
제가 설득을 하고자 할 때 방법이 어떻든 결과는 소용이 없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타인의 생각을 바꾸기가 이렇게나 힘들다는 걸 나이가 들수록 느끼고 있어요. 근데 반대의 입장에서 보자면 저도 제 생각을 쉽게 바꾸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점점 현실생활에서는 나랑 생각이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침묵하고, 나와 생각이 맞는 사람들과만 어울리게 되는 것 같은 양상이...
2015.07.13 16:56
저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고 있어요. 그나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젊은 혈기에 집안 식구들과 막 싸우면서 논쟁했는데 이제 그마저도 피곤해서 피하게 되네요;;
2015.07.13 17:16
예전에 일본 심리학 만화를 봤는데요. 제목은 기억이 안 나지만.. 하여간 최면술에 관한 만화였어요. 그런데 최면술이라고 만능은 아닌 것이, 그 사람의 의식구조를 지배하는 내적 논리에 따라 가야만 생각을 바꿀 수 있대요. 내가 원하는 모든 걸 멋대로 지시할 순 없다는 거였어요. 건스미스캣이란 만화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와요. 아버지와 딸이 있는데 둘은 총기의 대가에요. 그 아버지를 이용하려는 악당이, 아내를 죽인 사람들에게 복수하느라 살인을 많이 한 아버지에게 접근해서, 딸에 대한 죄책감을 이용해 최면을 걸어서 부하로 만들거든요. 약물도 사용하고요. 그런데 이차저차해서 약물이 들어가고, 그 순간 딸이 전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아요 라고 하자 최면이 풀리더라고요. 자물쇠와 열쇠 원리랄까..
인셉션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와서 더 관심이 갔어요. 그 영화의 근본 논리는, 그 사람의 내부로 들어가서 무조건 맘대로 내적 지도를 바꿀 순 없다는 거였잖아요. 뭔가 그 안에서 그 사람이 설득되어질 스토리가 필요하단 거죠. 그렇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의식을 지배하는 논리만 알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거 같았어요. 물론 지시 내용엔 한계가 있겠지만요.
우리 부모님 세대는 아무래도 세뇌 작업으로 의식 구조를 만들어오신 분들인데, 그 상태에서 깨어나는 방법은 두가지인 거 같아요. 스스로 내가 세뇌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 세뇌에 익숙한 구조를 이용해서 다른 세뇌를 하는 거죠. 한번 세뇌된 사람은 다른 세뇌에도 반응할테니까요. 님은 그런 식으로 부모님을 바꾸고 싶진 않으실테니까 아마도 영원히 바꾸지 못하실 거라 생각됩니다만..
좀 다른 말이긴 한데, 개신교에서 유명한 인물인 루터란 신학자가는 이렇게 말했어요. 스스로 죄를 인식함이 구원의 시작이다. 마찬가지로 스스로 자기 한계를 인식할 때 (예컨대 세뇌되었다는 것을 인정한다거나?) 구원 내지는 변화가 찾아오는 거 같아요. 아주 작은 부분에서 내가 틀렸다는 걸 시작해보면 언젠가는 살아온 방향성 때문에 도무지 인정할 수 없던 것을 인정할 날도 오는 거 같고요. 킬빌에서 여주인공은, 하체 마비 상태에서 몇 시간 만에 엄지 발가락 하나 움직이고는 다 한 거나 다름없다고 하잖아요.. 잘못을 인정한다는 건 그런 거 아닐까요.. 작은 거 하나를 시작하면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나중엔 더 거대한 실패도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
참 이상한 게.. 사람이 업적을 이루어서 훌륭하다고 치켜세워지는 일은 대단히 많은데, 잘못이나 실패를 인정하고 변화된다는 훌륭함은 그닥 간증거리가(?) 없는 거 같아요? 실제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인정하지만 발표들을 안하는 걸까요..
이차 저차한 과정 안에서 생각이 바뀌었다는 니코님의 글이 제겐 간증으로 들려서 주저리주저리 해봤습니다. 개신교인의 체질입지요. :)
2015.07.13 17:21
말씀대로 모든 사람들이 "아주 작은 부분에서 내가 틀렸다는 걸 시작해보면" 정말 좋은 세상이 될 텐데요.. 긴 댓글 감사합니다.
2015.07.13 16:43
제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외부자의 입장이라 그 글을 가져올 때 좀 너그럽게 본 부분도 있겠죠. 하지만 한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설물 표현을 사용해 그 기고문을 비난한 댓글도 있었는데, 그 글은 애초에 반동성애적인 교단을 향한 거였죠. 아무때나 전략적으로 외교적으로 굴자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런 움직임과 호모포비아를 뭉뚱그리는 게 전 아직도 의아합니다.
여성주의에 대해서도, 어린 시절 읽은 여성학 개설서였나, 더 나이들어서 대학원 유학할 때 읽은 교과서였나에서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여성주의는 다른 소수자 운동과는 달리 여성 분리주의 같은 게 실현가능하지 않고, 어떤 의미에선 남성도 여성에 대한 편견과 억압에 희생되는 측면이 있기때문에 내 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논지였는데 꽤 동감을 했습니다.
전혀 말 안통하는 사람한테야 부드럽게 설득해도 안 통하는 거 누가 모르겠습니까. 문제는 설득해서 얘기가 통하는 / 통하지 않는 선 긋기죠.
2015.07.13 17:01
작년이었나 엠마 왓슨이 그런 취지(성차별 때문에 억압받는 것은 여성뿐만이 아니라 남성도 포함된다)로 연설을 해서 큰 호응을 얻었었죠. 저도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는 생각해요. 근데 그렇게 해서 얻은 호응과 지지는 뭐랄까.. 절반의 지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요. 결국 '절반씩이라도 설득해서 바꿔나가느냐'와 '그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이의 견해 차이겠죠.
2015.07.13 17:43
네. 답글 감사해요. 그리고 한 가지 까먹고 안 쓴 건, 여기 게시판의 퀴어퍼레이드 게시물은, 제 기억이 맞다면 (그리고 Nico님과 제가 같은 게시물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 글 쓰신 분이 커밍아웃한 LGBT셨던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보기 싫으니까 하지마라, 하는 얘기랑도 좀 달랐던 것 같은데 이건 제가 좀 자신이 없네요.
2015.07.14 09:12
네 그 글 쓰신 분 성소수자셨어요. 그때 댓글은 퀴어퍼레이드의 역사를 모르면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든가 그렇게 맘에 안 들면 직접 참여해서 바꿔봐라.. 그런 의견이 많았는데, 사실 성소수자라고 해서 퀴어의 역사를 다 알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알면 좋지만) 꼭 참여를 해야만 의견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이성애자뿐 아니라 성소수자조차 공감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 현재 퀴어퍼레이드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시대도 많이 변했으니 퀴퍼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저도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쉽게 단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계속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2015.07.13 16:55
2015.07.13 17:04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 전략이 효과적일지도 모르겠어요. 동성애를 지지하는 게 '대세' 혹은 '쿨한 것'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죠. 실제로 SNS를 보면 그런 분위기가 잡혀 가고 있는 것 같고 그렇게 되는 데 셀레브리티의 동성애 지지 발언이 한 역할이 컸던 것 같아요. 확실히 요즘은 '난 호모포비아다'라고 떳떳하게 밝히기는 어렵게 됐죠.
2015.07.13 17:28
2015.07.13 17:55
시원시원하시네요!! ㅎㅎㅎ 얼핏 확실한 방법 같습니다만.. 의외로 은둔고수들이 많아서요. 그 대중들은, 각자의 진영에 있던 은둔 고수들이 나와서 펼친 논리에 편승하거든요.. 즉 자기 주장의 근거가 조악하든 아니든 주장을 바꾸는 일은.. 거의 없는 거 같았어요 (같다는 말을 요즘 많이 쓰네요..) 전 시대의 호모포비아도 결국 소수자 고립에 의거한 면이 크잖아요?
그런 방법은 하얀 독재자랄까. 세종대왕이 독재하면 세상이 아름다워지죠. 훌륭한 지도자의 독재는 업적이 워낙 커서, 독재란 어두운 면을 가려버리니까요. 그런데 악당이 독재를 하면? 독재의 폐해가 비로소 드러나잖아요.. 소수자로 만들어 고립시키는 건 전 시대에 소수자들에게도 써먹었던 방법인지라 진짜로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어요.
2015.07.13 17:40
와...제가 쓴 글인 줄 알았네요 ㅎㅎㅎ;;
얼마전 자주가는 PGR 이란 곳에서도 퀴어퍼레이드의 과도한 노출로 며칠 간 어마어마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저도 댓글로 싸우다가 참다참다 말씀하신 중도층이 받아들일 수준으로 수위를 맞춰서 글을 올렸는데도
상당수 분들이 "니가 말하는 걸 우리가 왜 알아야 되며, 설사 알게 되더라도 니 말투가 기분 나뻐. 왜 가르치려 드는데!" 이게 주 반응이더군요;;
남들이 차별받고, 평생 고통 받으며 사는데, 1년 에 한 번 행해지는 퀴어퍼레이드의 사진 한 두 장 가지고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면서
그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아서 설명을 하고자 하면, 듣기 싫다고 하고, 다시 설명을 더 구체적으로 하려하면 태도가 불만이라는 부분에서 웃음만 나오더군요.
2015.07.14 09:17
아 PGR에서 그런 논쟁이 있었군요. 싸우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ㅎㅎ
그런 것 같아요. 과격하게 말하면 '말투가 기분 나쁘다' 하면서 안 받아들이고, 부드럽게 말하면 기별도 안 가고;; 이래저래 남의 생각을 바꾸는 건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래도 그 논쟁에 참여한 당사자가 아닐지라도 지켜본 누군가의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으니 희망을 가지자구요. +_+
2015.07.14 11:12
심심할 때 가보세요 ㅎㅎ (검색하면 수두룩하니.._
아무래도 듀게보다 더 규모가 큰 사이트이다보니 댓글수나 글의 양도 많이 다르죠
2015.07.13 18:50
동성애 권리 운동을 지지합니다만, 이 나라에서 퀴어 축제와 같은 형태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잡음이 있더라도 여론을 만들고 노출을 시키는 일이 중요다하다고 봅니다.
대중에 받아들여지는 참신하고 완벽한 아이디어를 찾으며 보류하다보면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 못 할 겁니다.
일단 부딪쳐 보고 조금씩 바꿔나가면 될 겁니다.
2015.07.14 09:21
동의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퍼포먼스형 축제 자체가 좀 생경한 문화이기도 하고.. 동성애자 인권 운동이 서구에서 전개되어 왔기 때문에 일부러 관심을 갖지 않으면 맥락을 알기 어렵죠.
그렇지만 말씀하신 대로 노출시키는 것 자체가 중요할 수 있고, 생경함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더라도 바로 그 생경함 때문에 주목을 받는 면도 있으니까요.
일단은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2015.07.13 19:27
2015.07.13 20:29
과격하게 지적하는 분들의 논리는 흡사 새누리당의 그것과 비슷해 보여요.
햇볕정책은 말하자면 부드럽게 설득하기인데 새누리당은 그래가지고 북한을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요.
왜냐하면 북한은 설득할 수 있는 대상이 안되기 때문에 힘으로 과격하게 찍어눌러야 한다고 그들은 보거든요.
찍어누르면 그 찍어눌리는 대상은 찍어 누르는 자가 생각한 것 처럼 그렇게 납짝 찌부러드나요?
빈깡통이 아닌다음에야 더 강하게 튀어나가려고 반발하지요.
외교든, 사업이든, 사회운동이든 과격하게 찍어누르면 항상 다음엔 되치기가 들어 옵니다. 그렇게 엎치락 뒤치락 하고 나서
서로 힘이 다 빠지고 죽을 사람들 다 죽고 나야 그제서야 화해를 하지요.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또 반복해야하는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2015.07.13 20:36
2015.07.13 20:47
예. 그렇죠. 그래서 새누리당이 독재자의 딸을 내세워도 집권을 하잖아요. 대단한 거죠. 인정합니다.
2015.07.14 08:20
2015.07.14 08:25
2015.07.14 08:31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24802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43360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51709 |
'난 딱 중도인데, 날 데려가고싶어? 그럼 좋은 말로 살살 달래봐. 너희 그렇게 과격하게 나오면 나는 너네 편 안들어줄거야' 하는.. 퀴어퍼레이드, 슬럿워크 등에 대해 항상 그런 투정 및 협박이 나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