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장르영화를 만들려면 적어도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을 만들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겠죠.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 중에서 여주인공 클레어가 하는 짓은 생각하면 할 수록 어이가 없더군요. 그 대표적인 게 남주인공이 랩터들을 데리고 괴물 공룡을 추적하러 떠났을 때 걍 구급차 비슷한 거에 짱 박혀서 남주인공이나 구경하고 있었던 건데, 클레어의 원래 직위가 상황실에서 공원을 통제하는 거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죠. 익룡이 풀려 나와서 일반인들을 공격하고, 섬에 있는 관객들만 아니라 모든 고용인들을 피신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상황실이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그 상황을 통제한느 걸 도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물론 인젠이 상황실을 점거했고, 클레어는 직위를 해제당했다고 하지만, 그전까지 상황실을 통제하던 인물로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상황실에 가서 조언이라도 하고 있어야 하죠. 하다 못해 인수 인계라도 하러 상황실에 가 있어야겠죠. 그런데 이 한심한 인간은 기껏해야 응급차 비슷한 거에 처박혀서 남자친구가 사냥하는 거나 구경하고 있다가(애초에 저걸 중계하는 아이패드 비스무리한 게 왜 클레어의 손에 있는지도 미스테리), 랩터들이 공격하러 오니까 그제야 도망 가면서 상황실에 전화해서 '빨리 이곳을 뜨게 헬기를 마련해달라'고 헛소리를 합니다. 아니, 저 상황에 전임 책임자로서 헬기를 타고 혼자서 섬을 떠나겠다는 것도 쓰레기 같은 마인드이지만, 저렇게 떠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왜 공룡의 지근거리에 조카들을 데리고 있었던 걸까요. 직업인으로서나 한 사람의 보호자로서나 납득이 안 가는 행동이죠.



인젠의 악당 호스킨스한테 여주인공이 '이 개자식! 넌 이런 상황이 벌어지길 기다렸지!' 라고 말하는 것도 어이 없는 장면인데, 호스킨스가 악인일지언정,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을 제공하고 일을 이렇게 키운 건 여주인공을 비롯한 수뇌부의 책임인데 저 상황에서 그를 비난하는 게 말이 되나요. 마지막에 티렉스를 풀어놓는 것도 어이가 없는 게, 티렉스가 악당 공룡을 죽인 다음에 인간을 사냥하면서, 호스킨스가 그토록 강조한 '자연스러운 약육강식의 생리'를 실현하려고 한다면 어쩌려고 그랬을까요?



마지막에 공룡들끼리 싸우는 걸 보면서 정말 어이가 없었던 게 도대체 저 공룡들끼리 싸우는 걸 왜 보여주는지 모르겠더군요. 어두워서 어느 게 티라노고 어느 게 악당 공룡인지 구분도 잘 안 갔지만, 설마 관객들 보고 저 공룡들 중에 한 쪽을 응원하라는 의도로 보여준 걸까요? 둘 중에 어느 쪽이든 간에 상대편을 물리친 쪽이 인간을 포식할 거라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결말임이 분명한데? 티라노랑 악당 공룡이랑 한참 싸우다가 랩터가 티라노를 도와주는 장면이 나올 때, 갑자기 화면이 느리게 돌아가면서 랩터의 얼굴을 가깝게 잡는 것도 부담스럽고 황당한 의인화더군요.



영화에 초반부를 보면 '구역 4에 있는 박치기 공룡이 투명 차폐막을 뚫고 탈출했다. 한 달만에 두 번이나'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상황실의 화면에 나온 섬의 모습을 보면 '구역 4'는 '통제 구역'에 포함된 게 아니라 그 아래 쪽에 있더군요. 아마도 관람용 우리에서 공룡이 탈출했다는 거 같은데, 동물원으로 치면 코끼리나 코뿔소가 탈출한 거나 다름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이 동물원을 폐쇄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건지 희안하더군요.



http%3A%2F%2Fimg3.wikia.nocookie.net%2F_



그리고 이 장면.... 사실 보트를 타고 저렇게 공룡들에 접촉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황당하지만, 더 무서운 건 저 장면을 보여주고 나서 카메라가 옆으로 한 100미터 쯤 평행 이동을 하니, 괴물 공룡을 잡기 위해서 출동한 기동팀의 모습이 잡힌다는 겁니다. 관람객의 지근에 괴물 공룡이 날뛰고 있었다는 건데 수뇌부는 이를 은폐하려고 한 거죠. 사실 클레어를 비롯한 수뇌부들이 호스킨스보다 훨씬 더 악마 같은 놈들 아닙니까? 물론 호스킨스처럼 어설픈 니체주의자에게 강한 힘이 주어진다면 나치즘 비슷한 것이 실현되겠지만 이 영화에서 일어난 일만 놓고 보면 수뇌부들이 훨씬 더 악마 같은 놈들이죠.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