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보다 100배 좋았습니다. 어떤 영화들은 첫 장면만 보고도 아! 하고 삘이 팍! 오는 영화가 아주 종종 있는데 이 영화가 그랬네요. 첫 장면 남자 주인공을 보자마자 아...감독이 뭘 좀 아는 구나 싶었네요. 잠자리 선글라스에

 흰 티를 바지 속으로 집어넣고 적절한 벨트에 청바지를 입은 남주를 보는 순간 아! 아! 아! 왔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뱀파이어 소녀. 무수히 많은 뱀파이어 물이 있고 무수히 많은 뱀파이어 캐릭터가 있지만 정말 정말 킬러 캐릭터에요. 차도르를 두르고 스트라이프 티에 스니커즈를 신은 소녀 뱀파이어라니!!!!!!!!!!!!! 특별한 아이디어도 아니고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단지 '이란'적인 것이 가미된 것 만으로 이 작품은 엄청나게 유니크하게 다가왔어요. 

제 추측이지만 감독이 고스 팬이고 펑크 팬일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비주얼도 그렇고 나오는 음악들도 그렇고 뱀파이어 소녀가 스케이트 보드 타는 장면은 감독이 대역을 한 것으로 알고있는데 (스케이트

보드를 오래 탔데요) 분명히 고스와 펑크에 익숙한 사람 일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심지어 클럽 장면에서는 본인이 직접 출연도 하는데 (해골처자) 맨 얼굴 보면 꽤나 섹시할듯 해요. 

   연출도 연출이지만 남녀 주인공들이 다 대박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이들이 아름답지만 주인공 두 남녀는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답더군요. 남주는 정말 깎아놓은듯이 아름답게 잘 생겼구요. 자연산 곱슬인지 만든 머리인지 모르겠지만 80년대 뉴웨이브 스러운 머리스타일도 아주 잘 어울립니다. 중간에 잠깐 아이라이너 칠하고 드라큘라 코스프레 한 모습은 완전 바우하우스 였습니다. 그리고 여주는 아....아... 젊은 시절 위노나 라이더의 고스 버전같았어요.

단발머리와 귀걸이가 너무 잘 어울렸고 인형처럼 이쁜 얼굴만 드러낸체 시꺼먼 차도르로 온몸을 감싸고 얼굴만 둥둥 떠다니는 듯한 모습이 정말 강렬했어요. 뭐 이 영화는 딴 거 없어요. 애초에 뭐 이야기랄것도 없고 그냥 이미지로 승부하는 영화고 어떻게 보면 긴 뮤직비디오 이기도 하고... 흑백 뱀파이어 영화라서 그런지 아벨 페라라의 어딕션이 좀 생각나네요. 어딕션과 차이나걸을 뒤섞은 느낌이랄까. 어우 너무 좋았고요. 취향 제대로 저격입니다.  

아 그리고 엔딩에 나오던 음악. 인디록에 이슬람 아잔을 섞은 듯한 음악도 정말 인상적입니다. 이런 것 까지 감독이 주문한건지 모르겠지만 '이란'적인 것이 서구의 세속적인 것과 믹스가 너무 잘 되서 신기할 정도에요. 


  아무 생각 없다가 하도 좋은 말들이 많길래 한 여름의 판타지아를 봤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낭만뽕 치사량 주입 당하고 아직까지 헤롱헤롱 중이네요. 가끔 그런 영화들이 있습니다. 무식한 생각이지만 영화가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그냥 좋은 그런 영화가 있습니다. 분명히 영화가 '일'을 안합니다. 돈을 내고 입장한 관객인 나에게 상영되는 영화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냥 막 좋은 영화들이 아주 가끔 있죠. 이 영화가 그렇네요.

그런데 보다보니 영화가 아무것도 안하는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하나? 스크린에서는 여전히 태업중인데 영화가 내 어깨를 마사지 하고 있는 그런 느낌? 저 밑에 어떤 분이 언급하신 것처럼 정말 제대로 치유계 영화더군요. 몇 달 전에 얻어맞은 인생 최악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는 것 같은 영화였습니다.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말할 게 없네요. 하지만 어떤 기사에서 본 대로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키스신' 이라는데 저도 한 표 던집니다. 보는데 정말 탄성이 나왔네요.

불이 켜지고 극장을 나오면서 그 조그만 상영관 안의 사람들 (커플이 많았음) 의 얼굴을 쓱 한번씩 훑어 봤는데 다들 뭔가 상기된 얼굴들 이었습니다. 고조가 관객들을 고조시킨듯? ㅋ  

아무튼 막 멘탈이 붕 떠가지고 청계천을 따라 죽 걸어오다 생전 안 하던 길바닥에서 맥주를 한 캔 마시기를 시전했습니다. 원래 알콜무식자 였는데 지난 두 달 동안의 하드 트레이닝으로 알콜의 기쁨을 아는 몸이 되버려서....


아무튼 두 영화 강추 합니다. 투떰즈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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