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서는 공립학교안에 유치원 과정이 2년 포함된 형태로 유치원이 운영되고 있더라고요. 한국에서 아이 유치원 입학을 준비하면서 그야말로 대입을 방불케 하는 전쟁을 치르면서 많은 좌절을 경험했던 저로서는 이사오면 그 동네에 있는 학교 부설 유치원으로 당연히 배정이 되는 시스템이 너무나 고마왔습니다.


졸업식은 긴 여름 방학을 앞둔 6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 아침에 한 시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체육관에 유치원 아이들이 무대에 관객석을 바라보고 앉고, 관객석엔 다른 학년의 언니 오빠들이 빼곡히 앉고, 제일 뒤에 부모님들이 세줄로 앉았습니다. 세 클래스의 졸업반 아이들이 각각 한 곡씩 준비한 노래를 발표하고, 다 같이 유치원 노래를 부르고, 언니오빠들이 한 선생님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답가를 불렀는데 노래가 하나같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리고 농구부 아이들에 대한 시상이 있었고, 간단한 프로그램을 하고 졸업식을 마쳤습니다. 거창한 사각모에 가운도, 대단한 표창장도, 꽃 한 송이도 없이 그야말로 조촐한 분위기에서 치뤄진 행사였지만 충분히 그 의미는 살리고 있었어요. 교장 선생님 말씀은 또 어찌나 짧은지 "졸업은 끝이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모두 화이팅!" 정도의 간결한 메시지가 한국에서 몸을 배배 꼬게 만들었던 교장선생님 말씀과 비교되어 짜릿하더라고요. 


졸업식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교의 청소를 맡아주었던 Mr.프라이드(가명)의 은퇴식이었습니다. 다른 소박한 순서와는 달리 정말 거창하게 이 분을 소개하길래 누군가 했더니 학교에 들어설 때마다 문을 열어 주고,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 바닥이 미끄러우니까 조심하라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던 아주 작은 키의 스패니쉬 할아버지였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이 분이 얼마나 학교를 위해 헌신하고 아이들을 아껴주었는지, 학교에 얼마나 중요한 일을 했는지, 그의 빗자루와 걸레가 얼마나 스페셜한 힘을 갖고 학교를 아름답게 해주었는지에 대해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전교생과 학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를 불러 인사하고 선물을 증정했지요. 큰 박수를 받은 Mr. 프라이드는 매우 감격에 겨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아, 이런 장면, 한국 학교에서도 보고 자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이 학교는 전교생이 몇백명 안되는 작은 학교입니다. 올해 2월까지 학교를 맡았던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의 이름을 전부 외울 정도로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었어요. 저는 잠깐 오피스에서 그 분을 뵐 때마다 환한 미소와 다정한 인사에 마음을 뺐기곤 했었죠. 아이 학교 주변 도로에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많아서 등하교 시간에는 교통정리를 도와주는 봉사자들이 있었는데, 매일 아침 학교 앞 길 모퉁이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이들이 다칠세라 어깨를 안고 길을 건네주던 봉사 아주머니가 바로 이 학교의 교장선생님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 분이 다른 학교로 가실 때 진심으로 눈물이 날뻔했더랬죠. 비록 지금 우리 주(province) 교사들의 파업으로 아이들의 성적표도 못 받고 학년을 마치고는 있고, 시설이나 프로그램의 열악함, 교사의 마인드에 대해 놀랄 때도 많지만, 어떤 면으로는 이 나라에서 학교라는 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유치원생에게 학습이 웬말이냐며, 무조건 그림그리고 만들고 노래하고 자연속에서 뛰어 놀게하는 이곳 교육 목표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어찌됐건 아이가 무사히 유치원을 졸업하고 일학년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다행히, 2년 동안 한국 유치원, 불어 유치원, 영어 유치원을 오가는 정신없는 생활을 잘 버티고 적응해 주어 어디서나 사랑받고 친구들과도 제법 어울리고, 교실 게시판을 자기 그림으로 빼곡히 채우는 아이로 자라주었습니다. 아직은 또래 중에 키도 작고 여기 아이들처럼 고무공같은 체력으로 뛰어놀려면 분발이 필요하지만요. 일가친척 하나 없는 머나먼 땅에서 그야말로 오로지 혼자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2년간 키웠다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에게도 고생했다고 격려를 해주고 싶습니다. 짧은 일주일간의 방학 동안 아이랑 좀 놀아주려고 해요. 그동안 두어번 밖에 못가본 토론토 읍내에도 좀 나가보려고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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