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30 16:39
오종의 새 영화 '새 여자친구' 를 봤습니다. 정말 별로 새로울 거 없는 '프랑스 영화' 였어요. 뭐 첫 15분만 봐도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다 알게 되는. 사실 이야기 자채를 알아차리는 건 그렇게 대단할 게 없죠. (언젠가 soap opera 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책에서, 모든 시청자들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안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건 어떻게 그 이야기가 펼쳐지냐 이거다, 란 글을 읽은게 기억납니다). 그 이야기 안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느끼거나 생각할 거리가 있느냐,,,, 아뇨. 그냥 심심하게 공식따라 만든 영화였어요.
한때는 오종의 새 영화다 하면 기대하면서 봤는데, 이렇군요.
생각해보면 나이가 들 수록 더 좋은 영화를 만드는 혹은 나이가 들어도 일정한 질을 유지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있지만 (막 떠오르는 이름은 이안, 큐브릭, 베리만, 키에슬로브스키) 갈수록 안좋아지는 감독도 있죠. 코플라는 70년대가 최고였고, 이름도 기억못하는 (이건 제가 이름을 잘 기억못해서) 식스센스 감독은 이제 거의 웃음거리가 되었고, 폴란스키도 젊었을 때가 훨씬 좋았어요.
작가도 그런 사람들이 있죠. 누군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을 보고, 왜 이들이 정말 글을 잘 쓸때는 안주고 이제서야, 아니 나이들고 별볼일 없는 글을 쓰는데 주는 걸까? 란 말을 한적도 있어요. 언젠가 research school 교수님 한분이 저보고, '박사학위 논문이 네 케리어에서 제일 좋은 글이 된다면 너무 슬프지 않니?' 라는 말씀을 하신게 기억나요. (그런데 교수님 박사때 만큼 글 하나 가지고 몇달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때도 없더군요)
요즘에 사라 워터스의 the paying guest와 도나 타트의 황금 방울새를 읽고 있습니다. 사실 두 책다 무척 좋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너무 좋아서, 자꾸 글자들이 피부밑으로 들어와서 불편한 부분이 되자 건강이 안 좋을 때여서 읽기를 포기했습니다. 이제는 휴가이고, 또 건강도 많이 좋아져서 다시 시작인데, 두 작가 모두 정말 점점 더 좋습니다. 도나 타트는 작품이 별로 없어 이런 말을 하는게 별 의미가 없지만, 사라 워터스는 정말 갈수록 글쓰는 능력이 늘어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단어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는 지, 얼만큼 작은 단어들로 이끌어 낼려는 효과를 보는 지 정말 감탄하면서 읽고 있는 중입니다. 두 작가다 열심히 리서치하고 시간을 투자해서 글을 쓰는 걸로 유명한데 정말 대단합니다. 다 읽기도 전에 다음 작품이 언제 나올지 기대되요. (그나마 워터스는 3,4 년에 한번은 읽을 수 있는데, 타트는 또 10년을 기다려야 하나요?)
여러분이 계속 기대하고 기다리는 작가 감독은 누군가요?
2015.06.30 17:25
2015.06.30 19:07
전 이 사람 영화를 안봅니다. 너무 괴로워서요.
제 동료가 해준 좀 그로테스크한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이 사람의 친구의 그 당시 남자친구가 안티크라이스트를 벽하나를 다 채우는 대형화면으로 그렇게 자주 봤다고, 집에 갈때마다 보고 있더라고, 처음에는 그냥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이거 내 친구에 대한 정신적 괴롭힘 아니야? 란 생각이 들더라고.
또 다른 제 친구는 감기 몸살에 걸렸을 떄 그 영화를 봤는데 정신을 떄려 맞은 기분이었다고 하더군요.
2015.06.30 17:34
오종은. . .이제 기대가 안되죠.
홍상수와 이창동 감독 작품은 언제나
기대해요.
2015.06.30 19:03
홍상수의 영화를 지금까지 하나도 안&못봤어요. 언젠가 볼 수 있기를
2015.06.30 18:06
사라워터스의 유려한 글솜씨는, 정말 간단하고 짧은 문장과 단어들의 강력한 힘을 느끼게 합니다. 논문을 읽을때도, 간명한 스타일에 점점 더 끌리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같아요. 그런데, 핑거스미스같았던 그나마 비교적 밝았던 엔딩에 비하면 이번 작품이나, 리틀 스트레인저같은 것은 밑으로 침잠해나가는 느낌이 조금 힘겨워서 읽다가 그만 두다, 다시 읽다, 이렇게 하게 되네요.
2015.06.30 19:11
전 워터스 책을 사서 친구들한테 나눠주기도 했어요. 한번은 리틀 스트레인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엔딩중 하나에요)를 친한 친구한테 추천했는데 한밤중에 전화가 왔어요. 뭐 이런 무서운 책을 소개했냐고, 제가 웃으면서 무서운 책이라고 말했잖아 했더니 아니 이렇게 무서울줄 몰랐어 라고 하더군요.
지금 읽는 책은 정말 읽다가 그만 두다 다시 읽다 하고 있어요. 읽다보면 뭔가가 두려워서.
2015.06.30 19:17
미카엘 하네케, 미야자키 하야오, 동림옹 같이 나이 먹는데 두려움이 없으실 것 같은 감독님들도.
2015.06.30 19:53
하네케!!!
2015.06.30 21:39
원작과는 아주 다른 결말과 분위기의 영화라고 해서 전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안들어요. 오종을 딱히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원작인 루스 렌델의 단편은 옛날에 읽었는데 어린 마음에 좀 충격이었어요
2015.06.30 22:16
2015.07.01 08:46
2015.07.01 09:04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 씨요. 정서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커서 안심하고 볼 수 있어요. 과정이 괴로워도 자기가 만들어 낸 인물들 데리고(특히 약자) 뒤통수칠 일이 결코 없다는 걸 아니까 견딜 수 있어요. 그리고 야마다 요지 감독. 지난 역사와 그걸 움직였던 개인들에 대한 비판 의식, 그리고 그 안의 한 사람이었던 자신의 시간에 관해서도 죄책감과 부채 의식을 지닌 분이라, 작품의 배경이 민감한 시기라 해도 불안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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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초기작들도 좋아하지만 점점 극단적인 방식의 묘사와 주제를 가지고도 사람들에게 유연하게 어필하는 방법이 더 교묘해짐을 느낍니다.
예전만 해도 악동이었는데 이제 아무도 악동이라 하지 않을듯.
악동에서 거장으로 바뀐 제일 유명한 사람은 알모도바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