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오징어순대

2015.06.21 12:44

말하는작은개 조회 수:1150

오늘도 꿈을 꾸었어요. 잊어버리기 전에 재빨리 번개처럼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고 쓰기 시작하는데요. 사실관계와 달리 인과관계를 위해서, 또 기억의 갈무리를 하면서 일어나는 수정에 의해 내용이 진짜꿈과 다를 수 있는 걸 양해바라요.


꿈에서의 저는 형사였어요. 일하다가 땡땡이를 치러 가는 형사였죠. 저는 서울경찰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영화에서 늘 그렇듯이 문득 어디선가 메세지가 날아온 거에요. 제주도로 오라는... 그 메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수가 없었지만 일하기 싫었던 차에 한번 가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인 제주시청으로 갔죠. 지하철에 몸을 우겨넣는 것도 힘들었어요. 지하철의 문이 세로로 좁았거든요. 그 안에 몸을 우겨넣다가 지하철 문이 닫혀서 '헉 안전사고가...' 라고 생각했는데 아프지도 않았고, 쉽게 다시 열려서 편안하게 탔어요. 알고보니, 그곳은 지하철이 아니라 승합차였지만요. 어느 틈에 시공을 뛰어넘어 저는 제주시청역에 도착하여, 구체적인 목적지로 가기 위해 지나가는 승합차에 올라탄 거에요. 요금을 받고 카풀을 하는, 동네주민들의 차였는데 꿈에서의 저는 거대한 몸을 가진 남자형사여서 복닥이는 사람들 틈에 끼어앉느라 힘이 들었어요. 게다가 안전벨트가 없어서 차가 앞으로 쏠릴 떄마다 앞에 탄 할머니의 허리를 잡아야만 했어요. 죄송했어요. 저는 남잔데요. 연인도 아닌 여자의 허리를 잡다니....


그 차 앞쪽엔 할머니들이 대 여섯명 타고 있었고 뒷줄에는 북한 말투를 쓰는 남자들이 많았는데... 그 남자들이 저에게 갑자기 귓속말로 협박을 했어요.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널 죽이겠다"


저는 고개를 끄덕끄덕거렸어요. 어쩐지 그들의 몸은 북한이탈주민이 아니라 북파공작원처럼 단련된 몸을 가지고 있었죠.


"차에서 뛰어내리자"


그러면서 우두머리가 차문을 활짝 열더니 뛰어내리길래 저도 몸을 던졌어요. 우리는 평소의 지구처럼, 관성의 법칙에 의해 논두렁으로 떨어져 살이 쓸리면서 나가떨어지는 게 아니라, 마치 스케이트를 타듯이 차를 따라서 달리고 있었어요. 차의 속도를 쫓아 우리는 달리는 게 가능했던 거였죠. 우리가 내리자 나머지 북파공작원들도 차에서 내려서 달리기 시작했어요. 이럴거면 뭐하러 차를 탔던 걸까? 싶기도 하지만 이들의 목적은 차를 멈추는 데 있었어요. 차보다 빨리 달려 차 전면부 쪽으로 갔어요. 영국과 일본처럼 운전석이 왼쪽에 있었는데 운전수는 C모 연예인을 닮은 훤칠한 미남이였어요. 아니 그였죠. 제가 "대체 뭐하려는 걸까? 차를 멈추겠다더니 운전석으로 가고 있네."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우두머리가 품속에서 꺼낸 칼로 운전수의 목덜미를 찔렀어요. 피가 콸콸 났어요. 저런! 저는 놀라서 갑자기 품에서 파란색 수건을 꺼냈어요. 집에서 쓰는 수건이였는데 꿈에서 왜 갖고있었는지는 몰라요. 그걸로 목의 상처를 막으라고 했어요. 그리고 경찰에 신고해서 앞도로에서 차벽을 치고 있으라고 한다음 그들을 유도해서 경찰들 앞으로 데리고 갔죠. 이걸로 사건이 마무리 되었어요.


.....이러고 있는데,


갑자기 서울에서 전화가 왔어요. 제가 근무하는 경찰서였죠. 상관이 일갈했어요.


"어디서 뭘하고 있는거야? 서울에 있던 놈이 제주도는 왜 가 있어? 또 사건에 휘말린 건 뭐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빨리 돌아와!"


저는 서울의 경찰서로 돌아가면서 소년원 여학교에 들렸어요. 신고된 건이 있었거든요. 학교에 이상한 사람이 와서 휘젓고 갔다는 얘기인데... 자세한 건 들어봐야 알 것 같았어요.

학교복도를 걸어가니 진홍색 죄수복을 입은 여자학생들이 수군거리면서 "그 목 잘린 사람... 어떻게 됐을까?" 라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죠.

학교답게 소란스럽거나 밝지 않고 음울한 폭풍전야의 분위기였어요. 마치 아기가 죽어가고 있는 집안에 들어온 것 같달까... 그 아기는 집안 유일한 귀염둥이이자 막 태어난 갓난애인데 중병에 걸려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거죠. 엄마도 출산한 뒤라 건강이 좋지 않고... 숨넘어가는 아기의 갈길을 재촉할까봐서 모두가 깨끔발을 들고 복도를 걸어다녀야 하는 우울한 가정...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학교에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간 "이상한 사람"은 한층에 있는 열 교실을 들락거리면서 "목없는 사람"에 대한 전설을 이야기해주고 갔다고 했어요. 그런데 마지막 교실에서는 다른 일이 있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갔어요. 증언을 해줄 그반의 담임선생님은 문채원이였어요. 아름다운 사람이죠. 그녀는 공포로 파랗게 질려있었어요.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받은 충격에 매우 슬퍼서 횡설수설하는 것 같았어요. 목소리가 떨리고 말이 자꾸 끊어졌죠....


처음엔... 그 사람도 앞의 9개반에서 했듯이 목없는 사람 전설이야기를 했다고 해요. 흔한 방문판매원인줄 알고 가라고 하려던 그녀는 주변을 압도하는 그사람의 분위기에 말을 잃고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어요. 목없는 사람이 세상에 출현하려면 몇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 조건들을 이야기한 거라고 했어요. 일본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몇가지 예술품이 있으면 목없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고 했대요. 그러고는 이야기를 마치자, 그사람은 칼을 꺼내 스스로 목을 싹싹 잘랐어요. 머리가 떨어지자 그는 더이상 얼굴의 표정을 지을 수는 없었지만, 마치 만족한 듯이 목없는 사람이 되어 반에서 걸어나갔다고 했어요.


증언을 듣고 '말이 되는 것인가 안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심장에 소름이 돋아 있는데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없는 사람을 봤다고 하니 진짜겠죠? 단체로 헛것을 본 건 아니겠죠?


그리고 동료형사와 함께 근무경찰서로 돌아와서 제 책상으로 왔어요. 형사 ㅇㅇㅇ 라고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당연하지만 상관이 밀린 화를 냈죠. 왜 제주도를 가냐고! 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를 하면서 화를 받아주고 있는데 상관 자리에 전화가 왔어요. 화내다 말고 상관이 전화를 받았죠.

스피커폰이라서 저도 전화내용을 들을 수 있었는데.


'택시기사입니다. 한강 유람선 안에 타고 있는 택시기사입니다. 배안에 지금 목없는 사람 아홉명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너무 무섭습니다. 와서 좀 도와주세요.'


그래서 빨리 가겠다고 하니 갑자기 목소리톤이 바뀌면서 '흐흐흐, 내가 사실 범인이다. 오려면 경찰 한명만 혼자 들여보내라. 안 그러면 배안의 다른 사람들을 목없는 사람으로 만들겠다. 반드시 혼자 와라.'


...라고 해서 제가 그 혼자 가는 사람으로 발탁이 되었어요. 범인이 반드시 수상스키를 타고 오라고 했는데 수상스키를 탈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거든요. 무기를 챙겼어요. 경찰에게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권총과 테이저건, 그리고 악어를 챙겼어요. 상관이 왜 악어를 챙기냐고 해서 경찰에서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무기라고 변명했어요.


수상스키를 타고 배의 끝부분으로 가자 해치가 열렸어요. 저는 안으로 들어가려고 발을 들여놓았는데 해치가 갑자기 쾅하고 닫혀버렸어요. 이번에도 제주시청에 갈때처럼 무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범인의 웃음소리와 함께 해치가 다시 열려서... 끔찍한 모습이... 저는 목이 숭덩숭덩 잘려서 여름날 사람 손에 맞아 죽은 모기처럼 온몸을 꽈배기처럼 비틀고 짜부라져서 죽어있었어요. 숭덩숭덩 잘렸다는 건 오징어순대처럼 잘렸다는 거에요. 저는 꿈에서 봤어요. 진짜 봤어요. 숨이 멎는 것 같았어요. 진저리를 치며 꿈에서 깨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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