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이해영 감독이 고른 작품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영화인 세라복과 기관총 이었죠. 끝나고 gv 하는데 이감독이 영화를 고른 이유가 자기 차기작과의 연관성 땜시라고... 아이돌을 기용한 전형적인 기획영화 처럼 보이지만 뭔가 미묘한 그런 걸 하고 싶다??? 뭐 그런 내용이었던걸로 얼핏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몇달 전에 경성학교에 대해서 알게 됬는데... 솔직히 첨 보자마자 에효~ 그랬습니다. 뭔가 경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이미 한물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뭐 그런거 있잖습니까 딱 봐도 30년대 특유의 고풍스러운 비쥬얼에 서스페리아 스러운 그런건가 보다... 그래서 패스할려고 했는데 리뷰들이 좋더라고요? 영화가 생뚱맞게 전개된다고... 저는 그런거 너무 좋아해서 도대체 뭐가 생뚱맞은지 궁금해서 보러 갔습니다. 

  전반적으로 그냥 별로였어요. 그냥 연기들도 다 별로고 미장센도 별로고 누구나 그랬겠지만 이미 중반부 가니까 반전?이 어떤것일지 눈치 안챌수가 없겠더라고요. 문제는 반전이 중요한게 아니라 이렇게 된다면 후반부 폭주라도 화끈해야하는데 이도저도 아니더군요. 최소한 캐리급 깽판은 쳐야되는거 아닙니까? 꼴랑 일본군 몇 명 죽인거....그것도 너무 시시하고... 헐크보영의 기술이래봤자 쵸크슬램뿐이고.... 서스페리아,행잉록에서의 소풍,캐리,캡틴아메리카??? 

등등을 다 섞고 휘휘 저은듯한 느낌인데 그렇게 생뚱맞고 아이디어가 참신했다는 느낌도 없고 연출도 그냥 그렇고 다 그냥 그런... 평범한 작품인거 같아요. 실망. 



  온갖 극악한 영화들은 다 봤지만 여태까지 못 본 영화는 딱 두편. 마루타랑 살로 소돔의 120일. 공통점은 두 작품 다 현실 기반이라 볼 염두가 안났다는거죠. (특히 전자는 그냥 전형적인 쓰레기 익스플로테이션 영화라도 그게 레알 현실이었기 때문에 진짜 못보겠음 ㄷㄷㄷ) 서울극장으로 이사간 서울 아트시네마도 한 번 가볼 겸 해서 봤습니다. 일단 낙원상가 시절 특유의 분위기가 없더라도 접근성이 더 좋고 상대적으로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상영관 규모가 작아진게 조금 아쉽긴 한데 스크린 크기만 놓고 보면 비슷하지 않았나?... 허리우드도 상영관은 큰데 사실 스크린은 작지 않았나 싶어요. 다만 약간 우려?되는건 유명한 영화나 감독의 gv라도 있는날엔 예매없으면 앞으론 절대 못보겠구나 싶었네요.

막상 영화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이 없네요. 생각보다 프린트가 너무 깨끗한게 의외였다 이정도? 하긴 너무나 유명한 영화라 너무나 많은 정보가 차고 넘쳤기 때문에 안봐도 본 것 같은 영화기도 했죠... 예를들어 그 유명한 대변장면도

초콜릿이었나? 뭐 그런걸로 찍었다는 이야기 너무 많이 들어서 아 그냥 초콜릿 먹는구나 이런느낌.... 후반부의 고어한 장면들도 뭐...요즘 기준으론...   아무튼 당대의 문제작이라던가 충격적인 작품들은 확실히 동시대에 경험하지 않으면 그런 강도를 느끼기 힘든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최근에 가장 기대했던 영화가 전규환의 성난 화가였어요. 이 양반 영화들 타운3부작이랑 몇 개 본 적이 있는데. 사실 저는 한국 인디영화나 아트하우스 영화들 반 쯤은 의심하면서 보는 편입니다. 뭐 기준은 제 맘인데요. 이 감독 영화는 굉장히 흡입력이 쎄더라고요. 뭐가 특별난지 뭐가 다른건지 솔직히 모르겠는데 그냥 그 특유의 서늘함이 좋았습니다. (이런 영화들이 한바가지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갑자기 액션물을 그것도 유준상을 데리고??? 거기다 포스터나 예고를 보니 이거슨 '니콜라스윈딩레픈류'의 향기가 모락모락. 쌍팔년도 저렴한 비디오출시용 액션물의 느낌도 그렇고 뭐 어이쿠야 이건 뭐 취향저격이네! 이랬죠. 근데 막상 하는 곳이 거의 없어서 대한극장으로.... 대학극장은 2년전인가? 그때도 플레이스 비욘드 파인즈 하는곳이 없어서 거기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의문은 도대체 여기서 굳이 쥬라기월드를 보시는 분들은 무슨 이유일까요?.... 롯데시네마나 cgv가 나을거 같은데... 아무튼 의외로 사람많은 대한극장에 놀라며 입장

  일부러 그렇게 찍은 영화들이야 많은데 이 영화의 극단적인 톤에 조금 놀라고 시작합니다. 진짜로 90년쯤 만들어진 영화같아요. 일부러 그런 처리를 한 게 아니라 정말 어디 창고에 쳐박혀 있던거 꺼내서 영상자료원에서 보는 기분입니다. 분명히 현재의 서울인데요. 와..... 스크린에 갑자기 강리나나 전영록이나 이런분들이 쓱쓱 지나가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입니다. 쿵 퓨리 처럼 일부러 vhs 스럽게 처리한거랑 완전 달라요. 거기다 감독이 감독이다 보니 영화는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산에서 시작해서 산만 타는데요... 정말 기괴해요. 앞서도 말했지만 90년대 초반중반쯤의 괴작들 말입니다. 이를테면 로켓트는 발사됬다(하아..) 거의 그 느낌이에요. 녹음은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대사도 잘 안들리고요... 아니 일부러 저렇게 했나 싶을정도로  강렬한 '방화'의 스멜. 게다가 주 무대는 이태원쪽인거 같은데 그러다보니 '여왕벌','은마는 오지 않는다' 스럽고 심지어 에스토니아 로케까지 가서 90년대 초반에 한창 유행하던 '동유럽 올로케'의 계보를 잇는 듯한.... 온갖 오래되고 익숙한 생경함의 덩어리에요. 근데 굉장히 인상적인게 주연인 문종원 배우. 제가 여태 본 한국영화에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마초적인 캐릭터는 처음 봐요. 정말 짐승 그 자체. 그러니까 비주얼이요. 이정도면 리허설의 최민수 형님 정도는 가볍게 제압 가능할 정도랄까요? 당장 미국영화 아무데나 던져놔도 위화감이 없을거 같네요. 그리고 유준상도 아주 인상적이에요. 흰색 헨리넥 티를 자주 입고 나오는데 워낙 화질이 그러다보니 쇼브라더스 무협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처럼 보입니다. 조하석이나 오정태같은 조연들 포스도 상당하고. 절대로 잘 만든 영화도 아니고 재밌는 영화도 아닌데요. 그냥 괴상한거 특이한거 보고 싶다는 분들은 꼭 보세요. 특히 저처럼 이런 쪽 취향이시면 무조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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