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0 09:31
오늘자 뉴스페퍼민트에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 것을 그래도 옮긴듯한 기사번역문이 실렸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히 좋아'라는 헤드라인인데요.
특히 제 마음에 든 부분은 이 단락입니다. 원문 필자는 인간의 유형을 만족자 satisficers와 최대자 maximazer로 구분하는데
“만약 새 노트북 컴퓨터가 필요하다면, 최대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 친구가 어떤 컴퓨터를 사용하는지 물어보세요. 그리고 똑 같은 컴퓨터를 삽니다. 이 컴퓨터가 과연 당신이 정확히 원하던 컴퓨터 일까요?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이 컴퓨터가 당신에게 충분히 좋은 컴퓨터일까요? 당연하죠. 왜냐하면 이런 결정을 하기 위해 5주가 아닌 단 5분만이 걸렸으며 당신이 “충분히 만족할만한”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최대자란 고를 수 있는 것 중에서 고심하면서 항상 최고의 것을 골라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래요.
그러고 보면 저는 최대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항상 시간과 능력이 없어 적당한 것에 안주하면서 조금은 그게 미진한 구석으로 남아있었는데
이젠 개운하게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사는 곳에 대형 수퍼와 독일에서 들어온 알디가 있습니다.
똑같은 샐러드 드레싱을 사더라도 대형수퍼는 한 복도가 전부다 샐러드 드레싱일 정도로 선택의 여지가 많죠. 이탈리안 그릭 프렌치 발사믹, 노팻 등등등. 그런 선택을 즐기는 사람도 많구요.
반면에 알디는 박스채로 수납을 하여 매장에 직원이 별로 없는 걸로 유명하고
자기네들이 싸게 들여올 수 있는 것만 들여오기 때문에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 두개 정도에서 골라야 하는 경우가 많죠.
그게 얼마나 편한지!
나는 그냥 평범한 샐러드를 조금 더 맛나게 하는 드레싱이 필요한 거지 맛구별 잘하는 식도락 미식가가 아니거든요.
대형수퍼에는, 한국이 아니라 그렇겠지만, 생소한 물품이 엄청나게 많거든요. 다녀도 다녀도 모르겠는 것들.
그러면,
다들 이런 걸 해먹고 산단 말인가, 이런 건 도대체 언제, 어떻게 요리해서 어떤 그릇에 놓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 건가 생각하는게 스트레스였어요.
남들 다 잘 하고 사는데 나는 부족하고 덜떨어진 기분.
그러나 다 포기하고 알디같은 조그마한 곳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삶의 질이 높아진 기분까지 들고 더 행복해진 것 같아요.
본문과 댓글의 가장 재밌는 내용은 이거 아닌가 싶네요. 최대자 친구를 사귀면 되는 거.
주위에 보면 한 두명씩 있죠. 뭔가 사기 전에 꼭 충고를 얻으려고 전화하게 되는 친구.
결론은,
이정도면 충분히 좋아라고 만족하면서 살자.
최대자 친구를 아끼자. 남에게 만족을 주려고 자신은 불행한 사람이다.ㅋㅋ
뉴스페퍼민트 링크-> http://newspeppermint.com/2015/03/18/the-power-of-good-enough
2015.03.20 09:51
2015.03.20 09:58
최대자의 악순환 같은 것도 떠오릅니다.
"그렇게나 고심해서 샀는데도 역시나 쓰고보니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었어. 다음에는 더더욱 신중해야겠다"
아아...
2015.03.20 10:3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공감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2015.03.20 10:00
알디Aldi 알아요!! ㅎㅎ 미국에서 6개월 살때 버스타고 다니며 온갖 수퍼마켓과 그 상품들을 섭렵하고 다녔는데 물건도 괜찮고 저렴하고 종류도 적어서 쇼핑시간도 짧아지고 넘 맘에 들더라고요.
구경은 대형 마트에서 꼼꼼히.. 구매는 알디에서 간단히 다만 귀국하기 얼마전에 알디를 알아서 식비를 많이 절약하지는 못했어요 ㅠ ㅜ
2015.03.20 10:35
우와 재밌는 글이네요!
회사 사람들과 얘기해봤는데
생각외로 예민하고 분석적인 사람들이 만족자에 머무르는 경향도 있네요~!
이미 결정의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어 있고, 워낙 평소에 생각을 많이해서 적당히 해도 남들보다 잘한 선택을 한다고 생각해서 안심하는 경향도 있고요
2015.03.20 11:03
전 확실히 최대자들의 정보력과 자부심을 피곤해하고 만족자 기질이 높은가봅니다. 호기심은 많아서 정보를 '구경'하는 건 재밌습니다만 정작 소비는 경제상태나 운영능력에 맞춰 적당히 단순하게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PC를 봐주러 오신 AS기사님이 '윈도우 비스타를 쓰시다니 엄청 느긋하시네요' 하며 하도 신기해하셔서 좀 뻘쭘했습니다. 2007년도에 산 브랜드 PC라서 정품 비스타가 깔려있었거든요. 몇번 밀고 다시 깔기도 했는데, 굳이 바꿔야 할 이유나 불만이 없었어요.
2015.03.20 12:42
2015.03.20 13:12
그게 저군요! 뭔가 너무 많으면 안 사고 그냥 가고 싶어요..
2015.03.20 13:51
전 최대자 힘을 빌리지 않는 만족자,하지만 최대자가 더 영웅입니다.
2015.03.20 16:40
2015.03.20 18:52
마침 오늘 대형수퍼에 다녀왔는데 사야할 것을 고르고 고르다가 못산 품목이 하나있네요.
저는 최대자는 아닌건지 고르고 골라서 산 물건과 바로 산 물건의 차이를 못느끼기기 일쑤라 시간을 낭비한 것에 대해 후회해요. 요즘에는 그냥 첫 눈에 반하는(?) 걸 사려고 노력중입니다. 쇼핑할 때 제한 시간을 두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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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어보니 저도 바로 그 '최대자'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하나 사더라도 성능,가격,가성비, 가장 싸게 파는 곳... 등등을 다 따져보고 고르죠. 제 친구중 한명도 그러더군요. 어떤 물건을 사고 싶은데 제일 싸고 좋은 것을 고르고 싶으면 XX에게 물어보라고... 그런데, 웃기는 건 비교적 싼 물건은 그렇게 고르면서, 오히려 더 신중하게 골라야 할 비싼 물건 (가령 차라던가 집이라던가...)은 대충 고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비싼 물건들은 따져 봐야 할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그걸 다 따질 엄두가 안나서 애초에 포기하는 것이죠. 아무튼, 최대자들의 고난은 선택의 과정에만 있지 않습니다. 고르고 나서도 그 선택이 최적이었는지를 따지면서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그 선택을 정당화 하기 위한 사후작업에 몰두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