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삼부작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참 애매한 어정쩡한 인지도의 삼부작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프랑스의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이 세 편 모두 각본을 쓰고 연출했습니다.



국내에는 2004년 개봉한 2002년작 프랑스 영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나름 영화 매니아들이 모인 이곳이라면 어느정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목부터 약간 이상하죠? 프랑스 영화인데 스패니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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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님 리뷰도 올라와있습니다.

http://www.djuna.kr/movies/the_spanish_apartment.html



곧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게될 프랑스 청년 자비에르(로맹 뒤리 분)가 스페인에 1년간 교환학생(일명 에라스무스)으로 다녀오게 되는데 여기서 유럽 각지(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영국, 독일, 덴마크)에서 몰려온 동년배 친구들과 한 아파트에서 쉐어하우스식으로 지내게 되면서 겪는 일들을 그린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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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이 아주 뛰어나다고까진 하기 어렵고 정작 제일 중요한 주인공 자비에르의 성장 스토리가 묻히거나 다소 설득력 떨어지게 그려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매력 넘치는 젊은 배우들이 안그래도 혼란스러운 대학생들의 유학생활을 다루면서 서로 국가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에 가져오는 혼란과 청춘 시트콤적인 일화들에서 성인용 섹스/로맨스 얘기가 마구 섞여있다는 것이 오히려 큰 장점으로 작용했는지 유럽 등지에서는 저예산 청춘/성장물 치고는 상당한 흥행을 했고 특히 젊은 관객들 사이에서는 나름 당시에 문화적으로 임팩트가 있었다고 합니다. 북미에서도 아트하우스 전용 극장에서 소규모 상영을 했는데 소소하게 흥행하면서 평가도 좋았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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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 계획이 있었는지 아니면 전작이 너무 기대이상의 대성공을 해서인지 3년 뒤 속편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살짝 문제가 생기는데 보통 시리즈물은 공통되는 제목 하나를 정해놓고 그 뒤에 넘버링이나 부제를 붙이는게 기본인데 스패니쉬 아파트먼트 2나 다른 제목은 붙이기 애매했는지 "Russian Dolls"라는 전혀 연결이 안되는 제목을 달고 속편이 나왔습니다. 국내 수입제목은 더 황당한 "사랑은 타이밍!"이였구요. 사실 영어제목은 작품을 보고나면 나름 주제를 관통하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한국어 제목은 도대체 어쩌자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프랑스 원제는 전작은 "L'Auberge espagnole"였고 속편은 "Les Poupees Russe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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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했듯이 전작 스패니쉬 아파트먼트가 제법 히트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는 이런 시리즈, 프랜차이즈 영화가 거의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속편이라는 마케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소규모 개봉을 했던 북미에서야 말할 것도 없구요. 포스터 위쪽에 문구를 써놓기는 했지만 이정도로 어필이 될리가 없겠죠. 할리우드가 예전 블록버스터 영화나 최근 MCU 같은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물을 홍보하는 것과 비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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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결과적으로 제작비 대비로는 어느정도 건졌지만 전작에 비해서 초라할 정도의 무관심을 받으며 묻혔습니다. 사실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전작이 완성도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설정에서 가져온 여러가지 혼란스러운 매력이 젊은 관객들을 사로잡아서 성공했다면 이 속편은 오히려 더 말끔하게 잘 뽑힌 결과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성과를 냈습니다.


전작의 출연진 중에서는 자비에르가 그대로 주인공이구요. 조연중에서는 몇명만 중요한 비중으로 남았고 나머지 유럽친구들은 사실상 카메오로 짧게 등장합니다. 전작에서도 자비에르의 연애 이야기가 적잖은 비중이 있었지만 그래도 취업/인생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컸었는데 속편에서는 거의 자비에르가 자신의 짝을 찾아가는 로맨스 영화쪽으로 굳어집니다. 그래서 전작보다 매력이 덜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삽질도 해가면서 어떻게든 사랑을 배워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름 괜찮게 잘 그려졌고 자비에르와 여러가지 다양한 관계를 맺는 여성 캐릭터들(정확히는 여배우들)의 매력으로 볼만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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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 시리즈는 1편의 관심도를 이어가지 못한 속편으로 인해 끝내는가 했으나 정말 뜬금없이 8년의 시간이 지난 2013년 시리즈 세번째 작품이 발표됩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2편을 재밌게 봤던 저도 전혀 모르다가 개봉 1년이 지나서 오드리 토투 최근 출연작이 뭐있나 찾아보다가 발견했습니다. 그때의 당황스러움이란... 제목은 "차이니즈 퍼즐(원제 Casse-tête chinois)"입니다. 네, 사실상 정말 이 시리즈를 둘 다 즐겼던 소수의 팬들만 알아볼 수 있는 내셔널리티가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제목이죠. 일반 관객들은 이게 시리즈인지 뜬금없는 중국영화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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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2편이 1편만큼 대박이 나진 못했지만 어쨌든 흥행에서 망하진 않았었고 워낙 스타일상 저예산인대다가 아직 이름값이 건재한 감독에 그동안 쭉 유럽권에서 스타배우로 활약해온 전작의 출연진들이 모두 복귀하면서 제작에 걸림돌이 되는 건 없었던 모양입니다. 1편의 성공 때문에 기획된 티가 났던 2편에 비해 이번엔 시간이 오래 지나고 각본도 모두 본인이 써온 감독이 정말 제대로 삼부작으로 마지막 매듭을 잘 지을 계획이 있었던 것이겠죠.


서술했듯이 2편으로 넘어오면서 주역급 캐릭터 몇명만 남기고 나머지 조연들의 비중이 하락했었는데 이번엔 아예 자비에르와 인생을 함께해온 세 여인, 총 네 명의 이야기로 압축했습니다. 이제 확연히 나이가 든 티가나는 주인공들의 중년 인생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전작 두 편을 즐겼던 팬들에게는 충분히 재미와 훈훈한 감동을 남기는 내용과 완성도로 뽑혔습니다. 그리고 흥행은 2편이 그래도 제작비 두 배로 최소한 손익분기는 넘겼었는데 이번엔 딱 제작비만큼만 벌어들이며 실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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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안 유명한 삼부작의 소개를 마칩니다. 이건 무슨 삼부작이라고 공식적인 이름도 없고 붙이기도 애매합니다. 위키에서 보니 그냥 1편의 제목만 따서 "스패니쉬 아파트먼트 트릴로지"라고 명명해놨더군요. 해외리뷰들을 좀 보다보니 주인공의 이름인 "자비에르 트릴로지"라고 부르기도 하구요. 그냥 제작진, 배급사도 포기한 것 같습니다 ㅋㅋ


개인적으로 세 편 전부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고 '이게 왜 이렇게 안 유명하지?'하다가도 이 삼부작의 역사를 간단하게 정리하며 이렇게 글로 써보니 안 유명할만하다 싶습니다 ㅎㅎ 1편 말고는 딱히 흥행도 못했고 내셔널리티가 들어간다는 걸 고려해도 다소 무작위같은 연결성을 갖기 어려운 제목들에 액션같은 확실한 장르물 프랜차이즈도 아니구요. 그렇다고 비포 트릴로지처럼 평단과 소수 매니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시리즈도 아닙니다. 그럭저럭 호의적인 평가와 "극소수" 매니아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정도겠네요.


어쨌든 한 번 정주행하셔도 손해볼 건 없다고 소심하게 추천해봅니다. 장르는 청춘/성장/로맨스/섹스/코미디 정도로 할 수 있겠네요. 그냥 가벼운 코미디물로 보자면 의외로 감독의 나름 인생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철학이 깨알같이 담겨있지만 그렇다고 엄청 진지한 드라마를 기대하면 허술하다고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뭔가 여러가지 인생에서 넘어야할 난관들을 겪으면서도 결국 결론은 "좋은 인연 만나서 서로 바람 피우지말고 잘 정착하자." 뭐 이런 메세지를 담고있다고도 할 수 있거든요.


비포 트릴로지 비슷하게 1편에서 풋풋한 청춘이었다가 2, 3편을 거쳐서 중년으로 변모하는 배우들의 외모를 구경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입니다. 3편 모두 중요한 배역으로 출연하여 시리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네 사람은 밑의 사진 왼쪽부터 이사벨(세실 드 프랑스 분), 자비에르(로맹 뒤리 분), 웬디(켈리 라일리 분), 마르틴(오드리 토투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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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보시는 방법입니다. 거듭 말씀드렸다시피 대히트하거나 아주 크게 알려진 작품은 아닌지라 국내에서 손쉽게 세 작품 모두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일단 1편 스패니쉬 아파트먼트는 네이버 영화에서 다운로드 가능하고 DVD로도 구할 수 있습니다. 2편 사랑은 타이밍!은 네이버에 없고 그냥 DVD로만 구하실 수 있네요. 3편 차이니즈 퍼즐은 국내에 정식으로 개봉이나 수입이 없었기에 한글자막으로 보실 수도 없고 DVD/블루레이를 해외에서 구하시던가 하셔야하네요....


사실 세 편 모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감상이 가능하긴 합니다. 스토리상 고급지식이 필요한 내용은 전혀 없기 때문에 영어에 어느정도 익숙한 성인이시라면 영어자막만으로도 무리는 없으실 것 같습니다. 안그래도 딱히 유명한 작품도 아닌데 다 보기가 이렇게 까다로우니 더 안땡기실 분들이 많겠네요 ㅠㅠ 찾아보니 트릴로지 블루레이 박스세트가 있긴한데 자국인 프랑스 관객들용으로만 나왔는지 영자막도 없네요. 저건 나름 팬이라는 저도 건드리지 못할 물건...


그래도 네이버에서 저렴하게 5천원으로 볼 수 있는 1편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만큼은 기회되시면 꼭 보시길 권하구요. 맘에 드셨다면 아마존 프라임 가입하신 분들은 2, 3편도 한 번 도전(?)해보세요. 쓸데없이 길었던 소개, 추천글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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