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3 22:59
- 저도 가끔은 이렇게 신작을 보기도 합니다!! 제 올레티비 영화 요금제가 무료로 풀어준다면요. ㅋㅋㅋ 상영 시간은 1시간 41분. 스포일러 없게 적을게요.
(보시다시피 원제는 '보스 레벨'이구요. 한국 번역제 '리스타트'는 나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보스 레벨'이란 말은 잘 안 쓰죠 한국에서)
- 도입부는 다들 아실 거에요. 예고편에서 실컷 보셨을 테니... 한 중장년 근육질 남자가 금발 미녀랑 자고 있는데, 정체불명의 괴한이 마체테를 휘두르며 난리를 치죠. 그런데 주인공은 아주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어나서 식탁으로 걸어가고, 커피 따르고 마시고 하는 일상적인 행동을 다 하면서 쳐다 보지도 않고 괴한의 공격을 다 피합니다. 그러면서 이 상황에 대해 투덜투덜 설명을 하는데... 그러니까 시작부터 이미 타임 루프가 한참 진행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 날이 벌써 13x번 정도 반복되고 있는데 매번 눈 뜰 때마다 괴한들의 습격을 받고, 13x번 반복하다 보니 패턴을 다 외워서 물리치긴 하는데 어느 정도 진행을 하고 나면 너무 고난이도 상황이 등장해서 포기하고 거기에선 그냥 죽어버리는 거죠.
(주입식 암기 교육의 위대함. 실패시 육체적 고통을 가할 경우 더욱 위대해집니다.)
그러다 영화는 갑자기 타임 루프를 벗어나 하루 전날로 돌아갑니다. 이제부터 배경 설명인데... 그러니까 그 남자는 이혼남이고 전처는 나오미 와츠. 남자는 군인에 여자는 과학자입니다. 우리 어여쁜 나오미는 할배 멜 깁슨 밑에서 시간 관련된 뭔가를 연구하고 있는데 우리 깁슨씨는 아무리 봐도 악당이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그나마 유일하게 믿을만한 존재인 전남편에게 뭔 짓(?)을 해버린 거죠.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은 이 타임루프를 이용해 저 자객들을 물리쳐야 하고, 보스 깁슨 할배를 물리쳐야 하고, 아내와 아들을 구해야 합니다. 내친 김에 여건이 되면 세상도 구하면 좋구요.
(영화 재미의 5할을 책임져주는 킬러 군단.)
- 오프닝에서부터 길게 이어지는 반복 액션 장면이 상당히 재밌습니다. 액션 연출도 준수하면서 유머 감각이 좋아요. 역시 루프는 유머랑 궁합이 잘 맞죠.
그런데... 그 부분이 끝나고 하루 전날로 돌아가 배경을 설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재미가 훅 떨어집니다. 일단 그 사연이란 게 너무 뻔하고 식상하구요. 그러면서 어둡고 진지하거든요. 식상 + 진지. 최악의 조합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그렇게 진지, 심각하게 설명된 배경을 보고 나면 도입부에서 주인공이 당하던 재밌는 일들이 갑자기 이해가 안 가기 시작해요. 아무리 봐도 주인공은 백주 대낮에 헬리콥터 띄우고 개틀링 건으로 건물을 통째로 박살내야할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 '전혀' 아니거든요.
(내가 L.A. 경찰하던 시절 같았으면 너 같은 건 그냥 한 방에!!!)
그러니까 톤의 문제입니다. 그냥 쭉 가벼운 톤으로 가면서 개연성 따위 사뿐히 즈려 밟았음 괜찮았을 텐데 굳이 진지한 톤을 섞어 버려서 이야기의 포텐셜이 좀 깎여 나간 느낌.
멜 깁슨도 나오미 와츠도 모두 베테랑답게 자신들이 맡은 팔랑팔랑한 캐릭터들에 나름 강하고 믿음직한 인상을 심어주긴 하는데...
(그냥 이러는 장면들이 제일 재밌다구요)
그럴 필요가 없는 영화여서... 심지어 그러면 안 되는 영화여서 결과적으로는 뭔가 그냥 헛수고들 하시고 간 것 같아요. ㅋㅋㅋ
- 그래도 다행히 이야기는 계속 오락가락(?) 해줍니다. 별로 재미 없게 늘어지는 진지한 파트가 끝나면 다시 타임 루프를 활용한 드립들이 난무하는 개그 액션이 나오구요. 그거 한참 보고 나면 다시 또 잠깐 진지하다가 아 좀 지루한데... 싶을 때쯤에 다시 코믹 액션으로 돌아가 주고요. 도입부만큼의 재미가 다시 돌아와주지는 않는 게 못내 아쉽지만, 재미 없는 영화가 되어 버리진 않았습니다. 볼만 했어요.
근데... 또 결말이 당황스럽습니다. 전 당연히 쿠키가 나올 줄 알고 끝까지 기다렸어요. 아무 것도 안 나오길래 인터넷 검색까지 해봤죠. 근데 그게 그냥 결말 맞더라구요? ㅋㅋㅋ 그래서 재밌게 봐 놓고 결말에서 살짝 식었습니다. 뭐 스포일러 될 얘긴 못 하니까, 간단히 말해서 결말이 궁서체로 진지합니다. 사실 이 영화 각본 쓴 사람들은 되게 진지한 이야기를 의도했었나봐요. 참 당황스런 일이죠. 특히나 조 카나한은 뭔 생각이었던 건지 모르겠네요. 본인이 쓴 각본으로 본인이 연출했는데 과연 그 결말이 맞다고 생각을 한 건지...;
(2021년 개봉 영화에 이런 장면을 넣으면서 진지해지려고 하면 어쩐답니까...)
- 그래도 뭐랄까. 그동안 봐 온 '게임 흉내 영화'들 중에 가장 완성도 높은 게임 흉내를 선보인 영화라는 의의는 있겠습니다. 그 의의 어디다 쓰나요
영화의 스토리상으로는 게임과 전혀 상관 없어 보입니다만. 감독은 처음부터 이게 게임 형식의 영화라는 걸 의식하고 각본을 쓴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틈틈이 게임 흉내 개그를 넣거든요. 영화 시작 장면부터 대전 격투 게임의 캐릭터 선택 화면을 흉내낸 타이틀로 시작을 하고. 정신 없이 보느라 다 까먹었지만 중간중간 게임 용어들을 이용한 드립들이 나오구요. 나중엔 아예 오락실에서 주인공이 게임을 하는 장면이 한참 동안 나오기도 해요. 덧붙여서 한국 제목인 '리스타트' 역시 막판의 중요한 장면에서 중요한 대사로 나오는데... 이 또한 게임에서 많이 쓰는 표현이죠.
암튼 그동안 봐 온 그 수많은 게임 흉내 영화들을 돌이켜보면 늘 진짜 평생 게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처럼 각본 쓰고 화면 연출해서 보는 사람 고통스럽게 만들고 그랬거든요. 심지어 데이빗 크로넨버그 같은 거장이 만들어도 게임 소재는 쉣(...)이었고 스필버그가 만든 게임 영화도 전혀 실제 게임 같단 느낌은 안 들었습니다만. 그리고 성냥... 아, 아닙니다.
어쨌든 이 영화는 나름 그럴싸해요. 그걸 영화의 장점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뭐 어쨌거나 말이죠.
(사실상의 최종 보스님. 뭔가 좀 폼이 난다 싶었는데 애초에 액션 특화 배우이신 것 같더군요.)
- 음... 뭐 제가 느낀 재미도와는 별개로 그렇게 할 말이 많지 않은 영화라 이쯤에서 정리하겠습니다.
재밌습니다. 도입부는 되게 재밌고 (다행히도 '도입부'치곤 꽤 깁니다) 그 다음엔 싱거움과 재밌음을 오락가락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이 정도면 재밌지 뭐. 라고 느꼈어요.
타임루프와 액션 연출을 엮어서 코미디로 승화시키자는 아이디어는 꽤 신선했고 또 잘 해냈는데, 거기에 바탕이 되는 스토리가 영 망한 퀄이라 아쉬웠네요.
하지만 뭐 그 진지한 부분은 나오미 와츠와 멜 깁슨이 나름 열심히 소화해주시니 그냥 두 배우 얼굴 뜯어 먹으며 버티셔도 됩니다. ㅋㅋㅋ
이렇게 좀 재미가 오락가락한다는 건 알아두시고. 액션과 코믹 중에 코믹은 괜찮은데 액션은 그냥 무난한 수준이라는 거. 그것까지 감안해서 관람 결정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전 워낙 루프물 좋아하고 이런 허랑방탕한 개그 좋아해서 재밌게 봤네요. 가볍게 보는 와중에도 아쉬움이 많았지만요.
+ 제가 보고 싶어했던 근래 나온 B급 성향 영화 셋이 '프리키 데스데이'랑 이거, 그리고 '노바디'였는데요. 그 중 둘을 봤는데 둘 다 볼만은 한데 좀 아쉬운 구석들이 많네요. '노바디'는 어떨지...
++ 제가 며칠 전 보고선 이쁘다고 생각했던 '오버로드'의 여배우가 여기에도 나옵니다. 맡은 역할은 참으로 하찮습니다만, 그래도 나오는 동안엔 대사 많더라구요. 헐리웃에서 성공하시길!
+++ 최근에 이렇게 타임루프와 액션을 섞어 만든 영화를 생각해보자면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있었죠. 완성도는 그 쪽이 훠얼씬 낫습니다만 이 쪽은 코미디 특화라서 나름 존재 가치가 있네요. 근데 중간에 정말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어떤 장면과 굉장히 비슷한 장면이 한 번 나옵니다. 그리고... 그 영화는 속편 만든다더니 이러다 톰 아저씨 칠순 잔치 하겠어요. '매버릭'은 개봉 못 하지, '미션 임파서블'은 찍어도 찍어도 안 끝나지. 아마 지구에서 코로나 제일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 해 싫어하는 사람이 톰 할배일 듯.
(엣지 오브 투모로우랑 매트릭스를 반반씩 흉내낸 듯한 장면)
++++ 쌩뚱맞게 웃겼던 장면. 여성 킬러의 칼을 보고 멜 깁슨이 한 마디 합니다. "좋은 칼이군, 이게 카타나인가."
그랬더니 여성 킬러가 피식 비웃으며 이래요. "카타나는 일본 칼이고 이건 중국 칼이거든??"
감독이 의도한 건진 모르겠지만 게임판에 보면 일뽕(...)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서 뭔가 아시아스런 게 나오면 다 일본 거라고 생각하거나, 일본쪽 용어를 일반 명사처럼 생각하고 써버리거나 그러거든요. 그런 걸 살짝 놀리는 드립 같았... 는데 정말 그런 의도였다면 조 카나한은 게임 덕후가 맞을 겁니다. ㅋㅋ
+++++ 쌩뚱맞게 캐스팅이 화려한 영화입니다. 이미 적었다시피 나오미 와츠에 멜 깁슨, 비중은 작지만 켄 정도 나오고 양자경도 나와요. 주연을 맡은 프랭크 그릴로가 그리 널리 알려진 스타가 아니어서 더 쌩뚱맞은 느낌이 들죠. 아니 쟤가 주인공인데 저 사람들이 조연, 단역이야? 이런 느낌. ㅋㅋ
그 중에서 멜 깁슨이 특히 오랜만이라는 느낌이었는데 필모그래피를 검색해보니 꾸준히 뭔가 하고 있었네요. 그리고 지금 촬영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인 영화가 넷, 촬영 진행 중인 영화가 셋입니다. 몰라뵈어서 죄송했습니다 할배...;;
(세상에 내 목숨과 지구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는데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인간이 이깟 썩은 놈 하나 뿐이라니... 라는 듯한 나오미 와츠의 눈빛.)
2021.06.14 11:17
2021.06.14 11:52
맞아요 능글능글. ㅋㅋㅋ 진지한 연기 할 때는 뭐랄까... 못 한다기보다 별로 안 매력적인데 느끼하게 웃길 땐 좋더라구요.
스카이 라인이면 되게 존재감 없는 인디 SF였다는 것만 아는 영화인데 그게 속편이 다 있었나... 하고 검색해보니 프랭크 그릴로 외의 배우가 이코 우에이스!! 그리고 전혀 안 유명하지만 제가 이 영화 저 영화에서 예쁘다고 생각했던 보야나 노바코비치!!!
갑자기 이걸 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진지하게 듭니다. ㅋㅋㅋㅋㅋ
2021.06.14 11:24
딱 킬링타임용 영화를 생각하고 봤는데 기대치 그대로더군요. 나쁘진 않았는데 크게 재밌지도 않고 그정도였어요.
나오미 왓츠는 요새 출연작 성과들이 대체적으로 별로더군요. 차라리 절친 니콜처럼 본인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좋은 프로젝트를 찾아보는게 어떨까 싶은데... 멜 깁슨은 감독으로서는 몇년 전 핵소 고지도 그렇고 아직 위치가 있지만 배우로서는 이런 B급밖에 나올 수가 없는 처지 같더군요. 요즘 차이나 머니 때문에 눈치본다 어쩐다 하지만 결국 할리우드에서 정말 건드려서는 안되는 건 그분들이구나 싶습니다 ㅋㅋ
2021.06.14 11:54
그렇죠 그냥 가볍게 즐기기 딱 좋은.
나오미 와츠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커리어가 그냥 그렇죠. 갑툭튀로 호평 & 주목 좀 받고선 바로 또 애매한 것들 나오고... 또 어딘가에 갑툭튀 했다가 또 이상한... 이 패턴을 배우 경력 내내 반복하는 느낌입니다.
멜 깁슨 얘기는 무슨 말씀이신가... 했는데 '패션' 사건 말씀이었군요. 그게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라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ㅋㅋ 그렇네요. 역시 미쿡에선 절대 그분들을 놀라게 해선 안 되는... ㅠㅜ
2021.06.14 12:37
2021.06.14 15:02
아 그 후로도 뭐가 더 있었나 보군요. 허허... 그것 참 신념 확실한 양반 같으니. ㅋㅋㅋ
2021.06.14 14:00
양자경은 피아노 선생이고 나오미와츠는 앤디 맥도웰 아닙니까! (옛날사람)
묘하게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들이 그맘때 바쁜 아빠한테 사랑못받고 자란 엑스세대 쯤 되는 감독들이 청소년기에 좋아했을 만한 게임이더라고요 ㅋㅋ
2021.06.14 15:03
사실 그맘때 바쁜 아빠에게 사랑 못 받고 자란 듀게 잉여 한 마리도 청소년기에 그 게임들을 무척 열심히 플레이했습니... (쿨럭;)
2021.06.14 15:33
저는 백원이 없어서...뒤에서 쳐다보다가...그렇게 하는거 아닌데...중얼거리는 음침한 아이였죠. 후후
제 개인적인 취향에는 딱 맞았던 키치함 풀풀 풍기는 장르물이었는데
전 나름 존웨인식(이라고 혼자 평가한) 궁서체 결말도 괜찮았습니다ㅎ
프랭크 그릴로의 능글능글한 이미지가 카우보이 캐릭터에 어울리더군요
프랭크 그릴로는 스카이라인이라는 B급 SF 영화의 속편에서도 비슷한 마초남으로 나왔는데
취향 심하게 타는 영화라 개인적으로는 유쾌하게 봤지만 추천하기는 어렵고ㅎㅎ (외계인 침공 + 뇌이식 + 거대로봇물!!)
나름 이런 배역에 찰떡인 배우이지 싶습니다ㅎ 진지한 영화 말고 좀 농담스런 영화 위주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