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3 19:51
http://www.djuna.kr/xe/index.php?mid=board&search_keyword=%ED%95%99%EA%B5%90&search_target=title_content&document_srl=13950025
위에 링크된 글을 보고서 씁니다.
전에 말씀드린데로,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300명 미만인 학교라 3단계 격상 전까지는 2.5단계여도 전체등교하는 초등학교입니다.
3월 2일부터 전체등교 시행중이고, 우려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고...현재 진행형입니다.
학생수가 400명 넘어가는 학교들은 지난 5월부터 전체등교가 이뤄지고 있는데, 유은혜 나으리가 그토록 원하시는 전체등교를 2학기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면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크게 뉴스화 될게 뻔합니다...
1. 개판인 생활습관이 익숙해진 학생들을 교육 시키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예요. 작년 1년간 감축등교에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조금만 집중하는것에도 힘들어 하고, 선생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아요. 단 5분 기다리는것도 힘들어 하고, 조금만 불편해야 하는것도 아이들에겐 짜증 그 자체예요. 애당초 아이들이 가정에서 조금 불편해도 참아야 하는 습관을 가정에서 들여야 하는데, 피로도가 쌓이다 보니 부모들도 어떻게 아이들을 제재해야 할 방법을 찾지 못했고, 자신들도 돈을 벌어야 생활할 수 있다 보니 무조건 교육은 학교에 맡겨버리는데 교육부에서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단 1도 제시하지 않았어요. 이게 '인권'과도 관련이 깊어 다소 엄격하게 대해야 할 아이들도 잡지 못하니 결국엔 교사의 팔다리 다 자른채로 '학생교육 잘 시키라'는 교육부의 의도죠..생활교육이 가정에서 잘 이뤄지지 않으니 학생들이 폭력적으로 변해 버려버려 자기들이 화나면 해소대상을 약한 아이들이나 학교시설을 대상으로 정해버리죠...중,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초등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유리창 깨먹고, 책상 부수거나, 사물함 부수고, 문 부수기...덕분에 1학기도 안 끝났는데, 2천만원 가까이 깨졌습니다.)
2. 그러다 보니 5,6학년 고학년학생들의 학교폭력건수가 많이 늘었고, 심지어 저학년인 1,2학년의 학교 폭력건수가 대폭 늘었습니다. 고학년들은 체격이 어른 수준 이상으로 커버리고 알건 다 알다 보니 담임선생님의 케어나 제재가 아주 불가능해져버렸습니다. 특히나 6학년은 담임 선생님들이 포기한 상태...1,2학년 아이들은 무조건 부모에게 일러바치는게 생활화 하다보니 민원이 폭증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3,4학년은 대놓고 담임교사에게 대드는게 일상이었던 작년에 문제시 되었던 악습관이 학년이 올라와지면서 억세져버렸고요...아이들을 잘 다루는 4학년 선생님들이 올해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3. 생활습관이 개판이라는걸 제대로 보여주는게...점심시간입니다. 고기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이들이 같은 고기라도 튀기거나 가공한 것 이외엔 불고기도 버립니다. 학교급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게 아니라, 한끼 식사에 대한 교육을 하는것이고 한끼 식사를 만들어주는것의 과정을 알고 고마워하는 그런 시간이어야 하는데...대중매체가 그런걸 다룰리는 없고 '먹방','고열량음식 소개'등을 위주로 무차별 방영을 하다 보니 아이들도 가공음식이나 배달음식에 너무 익숙해져버렸어요. 게다가 '랍스타'급식으로 장관상 받고 아주 유명해진 모 영양사님 덕분에 학교에서 근무하는 영양(교)사들은 '랍스타 안주는 나쁜사람'이라는 인식이 애어른 가릴것 없이 깊어졌고요..아시다시피 랍스타 1마리 값이면 급식비 일주일분 입니다. 해당 영양사가 랍스터급식을 할 수 있는 과정도 학교급식법,계약법을 위반한건데 언론과 교육부 장관에선 잘했다고 포장해버린 코미디..(학교에서 근무하거나 행정에 대해 아는 분들이라면 저게 오히려 잘못된것이라는거 잘 알죠..)
랍스타(혹은 킹크랩) 급식이 실제 학교급식에서 실시하기 어려운 이유는
1) 랍스타(킹크랩)도 갑각류 식품입니다. 갑각류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는 새우도 못먹는데...영양선생님과 보건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해를 거듭할 수록 식품알레르기 어린이들이 배 이상 증가한다던데..그 중 가장 많이 증가하는게 우유, 달걀, 갑각류 알레르기.
2) 아무리 손질해서 입고되고 조리한다고 해도 애들이 손으로 집어먹어야 합니다. 요즘 애들이 생선가시도 발라내기 귀찮아 하는데..
3) 랍스타 80~120g(초등 기준)으로 한마리당 최소 1만 3천원 입니다. 학교급식비는 학생기준 1식당 2,800원 입니다.(교직원은 중학생 이상 급식비 단가 적용해서 4,300원/지역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만약 랍스타 급식을 한다면 저희학교 기준으로 무려 400만원 가까이 나갑니다. 참고로 저희학교 한달 식품비가 평균 2,300만원이고, 하루 식품비가(월 20일 기준) 120만원 입니다. 그럴려면 랍스타가 나간 날이면 다른 날엔 며칠간 식단이 부실하게 나갈 수 밖에 없는데, 안그래도 1끼만 부실해도 난리치고 언론에 보도되는 이 판국에....그 영양사님도 랍스타 급식을 위해 다른날엔 식단을 약간 부실하게 한다고 인터뷰 했었다고 합니다.
4) 학교급식법에 의하면 수산물은 haccp인증을 받은 제품만 사용가능합니다. (영양 선생님 설명) 그런데 해당 영양사는 직접 발품팔아 가격마저 깎았다니 명백하게 계약법 위반입니다. 그리고 수산물 포함 학교급식 식재료는 EAT라는 학교급식 조달시스템을 사용해서 입찰을 실시하고 기준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한 업체를 낙찰 선정하여 납품받아야 하는게 의무입니다. 저 영양사는 수의로 계약한것 같은데, 과정으로만 봐도 위반한게 한두건이 아니네요.
5) 학교회계법에 따라 특정기간에 급식비를 몰아서 많이 쓰지 못합니다. 위반한 경우 회계 감사 대상입니다.
4. 이렇게 개판된 학교상황이 2학기라고 나아진다는 법은 없어보입니다. 장관 나으리는 학생의 생활교육보다 학력교육에 더 신경쓰는것 같고 2학기에 모두 다 등교시키는걸로 밀고 나가고 있으나 학생들이 '학생'이 아닌 '괴물'이 되어 학교를 개판으로 만들 수 있다는건 알려나 모르겠습니다. 학부모들이나 일반인들은 '교사'가 악의 축이라고 생각하지만..안그래도 가정교육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괴물'을 최소 10명 이상 상대해야 하는 교사들이 안스러운건 제 생각일 뿐일까요? 학부모들도 문제인게 아이들이 초등학생일적에 제대로 생활교육 시키는걸 가볍게 여기는것 같더군요. '맞벌이'라는 핑계로 말이지요...
5..참...전체등교에 겁먹으면서 막상 전체등교 시킬때 학부모들이 원하는거...현장학습 많이 해주세요. 재량휴업일 없애주세요. 현장학습 가도 우리가 도시락 안싸게 해주세요.
6. 이게 저희학교뿐만 아니라 초중고 가릴것 없이 심각하더군요...어떤 중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이 '숙제 해와라'라는 말만했는데, 애들 몇몇이 '아 어쩌라고요~'라고 덤비고 그랬다는데..
2021.06.13 20:07
2021.06.14 09:43
도저히 답이 없습니다.
2021.06.13 20:11
사회 전반적으로 스트레스가 올라갔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보다 많이들 날 서있어요 애들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 같구요 대다수의 인원이 백신 접종이 되면 지금보다는 나을거에요 애들은 스트레스에서 마음을 돌리는 스킬을 배우기엔 아직 어리니까요
2021.06.14 09:44
그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절제해야 하는 교육을 어릴적부터 집에서 배워야 하는데, 현재 초등학교 학부모님들은 그런 방법을 모르죠. 먹고 살기 바쁜것도 그렇고, 대중매체가 그런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죠. 오로지 결과만..결과만..
2021.06.13 20:20
2021.06.14 09:47
학교 교육기관이 돌봄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어요. 몇 년전 경기도에선 아침에 과일을 주자는 캠페인도 했었는데, 현실은 아이들 대부분이 과일을 외면했죠. 무조건 학교에서 돌보고, 재워야 하는게 정부의 바람인가 봅니다. 학교가 해줄게 있고 한계가 있는 부분들이 명확한데...
초등 강의...힘내십쇼.
2021.06.13 21:43
똑같이 '학교' 간판을 달고 있어도 중고등학교랑 초등학교는 또 다른 세상이라 뭐라 섣불리 말씀은 못 드리겠네요. ㅠㅜ
다만 그 장관님... ㅋㅋㅋ 그 분은 참 운 좋으신 것 같아요. 코로나 덕에 일 잘 모르시는 게 오히려 덮이는 느낌이랄까.
코로나 시국 1년여동안 '학교 재량에 맡긴다'는 말을 정말 원 없이 들어 본 기분이에요. 아마 지난 1년을 제외한 제 교직 경력 내내 들었던 것 다 합한 것보다 더 많이 들은 듯.
2021.06.14 09:51
중등학교 선생님 이신가 봐요. 초등도 힘든데 중등이상은 더 헬이라고 들었습니다...힘내십쇼.
작년 한 해 공문으로 접한 '학교재량'이라는 단어는 주 3회 이상이었어요. 20년 넘는 교행직 생활동안 접한 횟수와 작년 한해 접한 저 단어 횟수와 비슷할걸요.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유은혜 나으리는 금방 경질될 사람이었을텐데, 지나치게 학부모만을 위해주다 보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2021.06.14 00:59
2021.06.14 09:52
교육청에서 받는 학교급식 관련 민원들 중에 저 부분도 있었다는게 충격이죠. 아무리 담당 주무관이 설명해도 '내 세금으로 애들 밥주는데 랍스타 한마리도 못해주냐?'며 되려 따진답니다.
학교급식 관련 인터넷 뉴스를 보면 댓글들 대부분이 이런 사정을 모른채 랍스터 안주는 학교를 비난하더군요.
2021.06.14 09:31
2019년 이후 모든 것들이 바뀌는 와중에 가장 방치되고 있는 세대가 초중고 아이들 같습니다.
2021.06.14 09:53
방치를 막아야 하는데, 교육부에서는 오로지 '학업'만...
2021.06.14 09:48
와... 랍스타 급식을 얼핏 뉴스로 듣기는 했는데 민폐 제대로 끼친 거였군요. 해서는 안되는 짓을 의욕만 가득차서 저지르고 영양사 본인만 주목받고 장관상 받고 영웅되고 떠나버리고 결국 남은 사람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전시되는 업적에 안달하는 정치인같은 짓을 한 거네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2021.06.14 09:55
3천원 급식에 1만원짜리 퀄리티를 바라는거죠..학교급식은 이윤이 남을수가 없는데도 아직도 돈받아쳐먹는다, 횡령한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저 영양사님이 근무했던 지역이 경기도 지역인데 '랍스타'로 유명해진 이후 경기도 지역 학교 영양(교)사들이 졸지에 욕을 많이 얻어먹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교조에서도 '랍스터 급식'으로 여론조성 하지 말라고 언론사에 요청해도 말 안들었고...저 영양사가 학교를 그만두니 다행이라고 한숨 돌렸다는 후기가....
2021.06.14 10:47
학부모로써 심히 죄책감을 느낍니다. 학교에서도 어찌할바를 모르는데 학교 공문에서 느껴집니다.
애가 어렸을때는 눈에 안보이면 불안했는데 이제 눈에 보이면 불안합니다.
2021.06.14 12:27
이런 시기 일수록 가장 중요한게 학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은 돈벌어야 가정 살림을 할 수 있는데다, 개인 시간도 충분치 않으니 자녀에게 부모 역할을 못하고 있죠...대중매체든 뭐든 아이들의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던지 그래야 해요. 님이 자책하실 필욘 없는데...
2021.06.14 11:32
학생들이 거칠어진 건 코로나 이전부터도 그랬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더 심각해진 것 같습니다.
실무를 담당하시니 학교 급식비의 운용이나 집행에 관련된 부분은 정확하시겠죠. 랍스타 관련은 뭐 사정 모르고 하는 불만들이니 저절로 사라질 종류라고 생각됩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라 이 글을 쓰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4번에 적으신 내용은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학교가 언젠가는 코로나 이전처럼 정상 등교가 가능해야 하니 미룬다고 '괴물'같은 아이들이 달라질 건 아니니까요. 미룰수록 애들 상태는 더 안 좋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특별한 시국이었으므로 교육부에서 생활 습관이 나빠지고 적응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유동성 있는 적응 기간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현장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은 합니다. 상담 교사나 보조 교사를 더 뽑는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을 거고. 이런 방안들을 교감, 교장이 모이면 얘기하고 윗선에 건의하고 그래줘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겠죠.
학력 문제도 심각하긴 한가봐요. 학력 격차가요. 집에서 학원이나 과외로 점검해 줄 여건이 안 되는 애들은 점점 처진다는 통계가 있더라고요.
애들은 자신들을 싫어한다는 것을 즉각 알아차리는데 쓰신분이 이 글에선 애들에게 짜증이 많이 나셨다는 게 느껴집니다. 행정실 계시니 깊이 만나실 일은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2021.06.14 12:31
교육부 장관부터 교육청 관계자들과 이야기는 잘 해도 정작 현장 이야기는 안들으려고 해요. 학교 교장,교감,교사,행정 모두 지치기 일보직전인데...
그렇다고 교육청에서부터 학교말을 듣는것도 아니고...교육감들이 임기 말기라 일을 제대로 안해요.
저는 행정실장이라 아이들과 깊게 연관되지 않습니다. 요즘 사건사고가 많아 아이들 혼내는 경우가 많네요..
학력격차도 무시 못하죠. 금전적인 여유가 어떠냐에 따라 학력격차도 더 벌어지더라구요.
1,2학년은 물론이고 심지어 3,4,5학년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최악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게 생활습관인데..코로나 시국에 이를 가르쳐주는 이가 아무도 없으니 1년이 지난 지금 총체적 난국입니다.
과연 2학기는 어떻게 되려나...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