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4 01:49
온갖 악평을 듣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별 기대는 안했지만, 전 이 시리즈를 극장에서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라는 게 이렇게 인간의 사고를 저해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트랜스포머같은 건 대놓고 아이들 보는 판타지니까 아무 생각도 안했어요. 그런데 이건 어느 정도는...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역학이라든가 운동에너지 같은 걸 적용하는 현실드라마 아닙니까? 주인공들이 특별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초능력을 쓰거나 신비의 초과학적 도구를 다루는 게 아니라 그냥 자동차를 기깔나게 운전을 잘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정말 말도 안되는 장면들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제가 속으로 '이게 말이 도ㅐ...'라고 불만을 품는 순간 영화가 자동차를 뒤집어엎습니다. 그러니까 생각할 틈도 없이 그냥 놀라고 충격을 받아요. 이게 말이... 쿠당탕탕!! 이게 말이... 쿠당탕탕!! 부침개 한바퀴 뒤집는 것보다 더 쉽게 차들을 엎어대서 나중에 가면 그냥 중력이나 균형에 대한 감각이 마비됩니다. 차가 아무리 치명적으로 엎어져도 반드시 그 안에 주인공을 뱉어내고 혼자 굴러갑니다. 아니면 기어이 균형을 잡아서 다시 굴러갑니다. 트랜스포머 차들이 안엎어지는 이유는 개네가 용을 쓰면서 균형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여지라도 있는데 분노의 질주는 해리포터의 마법이 아니면 달리 생각할 길이 없습니다. 암만 차를 굴리고 엎어도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는 운전을 잘하고 엎어질 땐 엎어진다고요...
이 영화는 차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찍은 영화같습니다. 원래 레이싱 영화로 시작한 거 아니었나요. 자동차를 가지고 찍는 영화인데 자동차를 너무 쉽게 부수고 도구화시킵니다. 차에 별 관심이 없는 저도 가슴이 아플 지경이에요. 고급차들이 무슨 딱지치기 딱지처럼 버려집니다. 자동차가 아니라 1회용 범퍼카처럼 쓰더군요.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세계평화나 지구에 큰 관심이 있어보이지도 않습니다. 그 자식이 날뛰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동네 1등 건달의 자부심이 더 강해보입니다. 사람도 쉽게쉽게 쏴죽이고 쳐죽입니다. 이러면 자동차 광고가 되려나요. 그래도 007은 자기 애스턴 마틴이 부숴지니까 엄청 승질내면서 복수라도 했는데. 자동차 액션도 별거 없고 그냥 무지큰 자석 싣고 다니면서 파워온 하면 다 끌려들어가서 다른 애꿎은 차들만 박살납니다. 아이언맨과 헐크를 차로 그리고 싶다는 욕망만 보였네요.
비유가 아니라 이야기가 진짜 우주로 갑니다. 이미 육해공 다 점령했으니 갈 데가 우주밖에 안남은 건 이해를 하는데...왜 굳이 차를 타고 우주를 가야하는지? 그 순간부터 정말 보는 내내 표정이 -_-가 되서 정색한 채로 영화를 봤습니다. 어지간해야 즐기는데 이건 진짜 해도 너무한 것 같아요. 이제 남은 건 시간여행? 악마소환? 차를 타고 또 뭘 할 수 있을까요. 차들끼리 합체해서 로보트가 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게 바로 미국식 열혈인거겠죠? 미션임파서블은 톰 크루즈가 내내 심각한 척이라도 하는데 이 영화는 툭하면 자기들끼리도 어이없음을 감추지 못해 농담따먹기를 해서 그게 좀 짜증이 났습니다. 어이없으면 찍지를 말라고...
사실 제일 웃긴 건 그 말도 안되는 위기탈출 상황에서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똥폼을 잡는 주인공들을 볼 때였습니다. 빈 디젤이 차에서 튀어나와서 폭발하는 차를 등지고 늠름하게 일어설 때 저도 모르게 푸핫!! 하고 웃음이 터지던구요. 영화 전체가 프로레슬링 같아서 뭐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저렇게 얼척없는 후까시는 좀 그렇지 않나... 마지막의 가족주의도 황당하긴 했습니다. 트라우마 이딴 거 당연히 없고 해피해피 바베큐 파티~ 할 때는 이야 세상이 하수상해서 이제 바베큐 파티가 하나의 영화적 판타지가 되었나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뭘 해도 바베큐 파티로 끝나지 않나요...? 그게 미국인들만의 명절 차례 같은 건가 싶기도 하고... 패밀리 패밀리 패밀리~~ 아주 깝들 거하게 깐다 이런 생각만 들었고 그 온화함과 훈훈함에 제가 다 그릴 소세지가 되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극장에서 본 영화 중 이렇게 뇌절을 많이 맞은 영화는 이게 처음이었던 것 같네요. 분뇨의 질주 안보시길 추천합니다...
2021.06.14 10:04
2021.06.14 19:04
요새 유튜브 유행어로 무지성 자동차 영화인 것 같습니다 ㅋㅋ
2021.06.14 11:43
그래도 나름 긍정적으로 봐주는 제 입장에서는..
꾸준한 덩치 키우기 및 A급 배우 (악역) 영입으로 이 시리즈만의 고유한 영역을 확보한 느낌입니다ㅎ 11편이 마지막이라더군요ㅎ
씨네리 한줄평에서는 허풍, 뻥쇼, 모든 게 과한 여름 팝콘 무비 등등으로 묘사되던데 정말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고요ㅎ
볼때마다 실소가 나오긴 한데 또 막상 볼 때는 유쾌하게 보긴 해서ㅎ (물론 저같은 사람 한정..ㅎㅎㅎ)
인빈시블 드립이나 우주까지 가는 건 자조적인 농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ㅎ 시종일관 뻥뻥 터뜨리는 액션과 더불어 농담까지 아메리칸 스타일...ㅎㅎ
비슷하게 막가는 액션이라도 스핀오프인 홉스 & 쇼 쪽이 좀 더 제 취향이긴 했는데...
뭐 본 시리즈도 워낙 인기가 있으니 한국관객 200만 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ㅎㅎ
2021.06.14 13:26
저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조... 좋아합니다. 만화같은 허무맹랑 액션을 꽤 즐기는 편이에요. 시리즈 중간을 넘어가면서부터는 물리법칙을 초월한 화려한 뻥카 액션이 시리즈의 정체성으로까지 자리잡지 않았나 싶구요. 현실 액션으로는 멕시코 금고터는 5편까지가 최대치였던 듯. "빈 디젤이 차에서 튀어나와서 폭발하는 차를 등지고 늠름하게 일어설 때" 또 저런다, 또. 겁나 우껴ㅋㅋㅋㅋㅋㅋ 마초 액션 영화를 볼 때 곧잘 나오는 이런 장면들은 코미디로 받아들이고 낄낄거리는 악취미가 있어서리;;
2021.06.14 20:44
너무합니다 영화가 오죽 할 말이 없었으면 위에서 둘러싸고 총알을 퍼붓는데도 한방도 주인공이 안맞은 걸 주인공 입으로 신기해... 라고 말하게 하다니... 뭔 수작질들인지 어이가 없었네요 ㅋㅋㅋ 저 말고도 실소를 흘리는 관객들이 참 많더군요
2021.06.14 12:13
<걸파이트>의 미셸 로드리게스가 나오는 영화라 1편을 보았다가 중간 좀 거르고 나중에 보기 시작한 시리즈네요. 자동차를 소재로 남자 두명이 주인공인 영화라서 여성 비중이 별로 없는 것 같다도, 또 괜찮은 여배우들이 꽤 재미있는 역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헬렌 미렌이 악당 엄마역으로 시작해서 결국 이번에 운전 실력을 뽐낸 것도 그렇고요.(원래 운전을 잘하는데 이 시리즈에서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샤를리즈 테론이 최강 악역으로 이전 영화에 이어 다음편에도 나올 예정으로 보여서 기대 됩니다. 여성 해커역을 맡은 배우가 이 자동차 시리즈에서 운전을 처음 시작한 것도 재미있고요. 생각해보니 로드리게스도 원래 면허도 없었는데 시리즈 시작하면서 운전을 배웠다고 했거든요^^
2021.06.14 20:45
마초 영화 치고 의외로 여성 캐릭터 비중이 커서 놀라긴 했어요 ㅋ 샤를리즈 테론의 존재감이 크더군요 여성 해커분도 씬 스틸을 잘 하시고...
2021.06.14 12:18
2021.06.14 20:46
빼밀리 빼밀리 빼밀리~~
마지막에 빈 디젤이 모범가장 같은 피케 티 입고 나올 때도 어이없어 죽는 줄 알았네요 ㅋㅋ 가장 모드 코스튬이 따로 있나봅니다
2021.06.14 16:24
이 시리즈는 2편만 봤는데, 길거리 레이싱하던 인간들이 경찰한테 약점 잡혀서 협력을 강요당하는 바람에 범죄조직에 잠입해서 조직 보스의 계획을 망가뜨리고 그 와중에 자동차 운전 실력을 발휘하고 그러는 소박한 스케일의 영화였습니다. 근데 그 뒤로 예고편만 봐도 점점 뻥이 커지더니 이젠 그냥 시리즈의 주역 배우들이 나오기만 하면 되는 괴상망칙하게 거대한 액션물로 변해있더군요. 근데 시리즈 명맥을 계속 잇는 걸 보면 관객들이 이런 걸 더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극장간 김에 난 이런 쿠과과광 무지성 액션물을 봐야겠다! 하는 수요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2021.06.14 20:46
지성이 뻥뻥 터져서 날라가는 ㅋㅋㅋㅋ
영화는 안 봤지만 분노의 감상에 좀 공감이 됩니다.
저도 너무 봐 줄 것 없는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하거든요.
영화는 문학이나 미술과 달리 공동 작업이고 망했을 때 관계자가 엄청 많고 돈도 엄청 많이 쓰니 사용한 만큼의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한 보람이나 보상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의 기준은 충족시켜 줘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소한, 관객들 중에 그래도 이런 부분은 만족할 것이야, 정도의 지점은 있어줘야 된다고요. 몇 백억 들여서 만들면서 양심이 있으면 말이죠. 양심이 왜 나오냐 이 비지니스의 세계에서. 그걸 떠나 상도덕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