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병이더라[잡담]

2015.03.18 14:54

해삼너구리 조회 수:1517

저희 언니는 평범한 젊은 주부로서, 자식들의 건강과 환경에 매우 신경을 쓰는 사람입니다.

아마 조카가 아파서 더 마음이 갈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런 언니에게 여태까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스테인레스 제품은 처음 사면 제작 과정에서 사용된 기름(구리스??) 때가 묻어 있기 때문에 식용유를 이용해서 빡빡 닦아줘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절단 과정에서 기름때가 많이 묻기 때문에 타공 방식으로 구멍이 난 채, 찜통 등의 구멍을 닦아주는 게 필수라는 이야기.

처음 말로 들었을 때는 에이 뭐 그렇게까지 하냐, 어차피 식기로 나온 건데 다 알아서 했겠지 했는데 

언니네 집에 놀러가서 심심파적으로 냄비 하나 닦아봤다가 키친타월에 꺼멓게 묻어나는 걸 보고 실색

그 뒤로는 언니의 가르침대로 스테인레스 제품을 닦아가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충동적으로 베트남 커피핀을 샀지 뭐에요.

스테인레스로 되고 바닥에 아주 작은 타공 구멍이 잔뜩 나 있는 그런 물건을요.

택배를 받고 흐뭇한 기분은 잠시, 뜯어보자마자 아 이것은 족히 한시간을 날 고생시킬 물건이구나 이런 느낌이 딱 드는 거에요. 하하하

하루 정도 방치해두다가 결국 궁금함(베트남 커피에 대한)을 이기지 못하고 좀 전에 한시간은 좀 덜 되게, 40분 가량 들여서 닦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베트남식 연유 커피 한잔을 내려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커피는 맛있습니다. 고생한 보람이 더해지니 맛이 없을 수 없겠죠. 

그렇지만 정말 아는 게 병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사실을 모르던 저는 이미 어제부터 맛난 베트남 커피를 즐기고 있었겠죠. 

기름때가 아주 조금 섞였을 지도 모르지만, 뭐 어때요 모르고 먹으면 다 약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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