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이유로 그간 이번 사태(?)에 관해서 말을 아끼고 있었습니다만,


기술적인 부분 때문에 건설적인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는 점이 안타까워 부끄러운 글월을 띄웁니다.


많은 분들이(어찌보면 거의 대부분) 현 상황을 사단법인의 '정관'쯤 되는 '자치법규'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고 계신 듯 합니다.


그러다보니 의결정족수 이야기도 나오고 개정요건 설정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심지어는 기존 게시판규정보다 구속력이 강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하는 것 같네요.


그런데 말이죠,


듀나게시판은 애초에 '이용자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단체'가 아닙니다.


그저 듀나님 개인 홈페이지에 곁다리로 붙어있는 게시판일 뿐이에요.


이런점에서, 포털사이트 카페나 상업성 있는 사이트 자유게시판 등등과도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포털사이트 카페는 좀 더 단체유사성이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당장 민사법상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는 비법인사단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상업성있는 사이트의 경우에는 커뮤니티 자체가 홈페이지 운영에 직-간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트래픽 많은 사이트는 광고 단가가 높습니다)

운영자는 커뮤니티 구성원의 요구를 함부로 무시할 수 없지요.


나름 규모가 있는 커뮤니티치고는 상당히 특징적인 경우입니다만, 비유를 하자면,


자기 집 마당 한켠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그마한 평상을 놓아둔 것과 마찬가지라는거죠.


그렇기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주인장이 대문을 닫아걸고
"오늘부터 손님 안받어. 니들 다 나가"
라고 선언하면 그냥 다 집에 가야 합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듀게의 회원들은 듀게의 운영규칙을 만들거나 강제할 수 있는 어떠한 권한도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논의나 투표들은 직접적인 강제력을 가질 수도 없는것입니다.


이 집의 주인인 듀나님의 승인이 있어야 해요. 집행할 사람도 당연히 듀나님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구요.


이 점에서, 유효하게 성립하면 그 자체로 규범력이 인정되어 구성원에게 직접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사단법인의 정관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즉, 지금 진행되고 있는 투표는, 정관이나 자치규범이 아니라, 오히려 '이용약관 개선의견'에 가깝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의결정족수 따위 필요 없는 겁니다.


애초에 주인장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는 투표에 그렇게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거든요.


어떠한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규칙이라도 (혹여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서도) 듀나님이 "나는 싫은데"라고 하면 아무 소용 없는 겁니다.


저는 듀나님이 공식적으로 밝힌 "규칙을 만들어 와라"라는 말의 의미를,


회원들에게 규칙제정권을 위임한 것이 아니라,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어떻게 하자는 건지 니들이 정해와. 그럼 그대로 해주께"


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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