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의 조문과 화환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사건을 학교폭력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안희정이 얼마나 키가 크고 무슨 직을 했으며 이전에 뭘 했는지 그런 완장 다 떼고 순수하게 그의 폭력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니까. 원래 어른들이라는 게 그렇다. 본인들은 그렇게 별의별 폭력을 다 저지르고 감싸도 청소년들의 폭력은 별세상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인 것처럼 바라본다. 아이들이 어른들을 배운 결과가 그런 건데. 웃기게도 어른들은 청소년간의 폭력에서는 일진이라든가 또래 문화 같은 걸 떠나서 폭력의 본질만 본다. 누가 누구한테 하면 안되는 짓을 어떻게 했더라, 하고.


그러니까 학생 회장도 하고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고 두발자유화도 외치고 야자폐지도 외치느라 교육청에도 찍히고 그런 근사한 남학생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까 자기랑 친한 여학생을 계속 성폭행하고 있었다. 그 남학생은 돈도 많고 집도 짱짱해서 아무도 못건드리는 애였지만 여학생이 거의 목숨걸고 고발을 해서 그 남학생은 어찌저찌 감옥에 갔고 법적으로 성폭행범이 되었다. 그런데 걔 엄마가 죽었다고 하면서 장례식을 치르니까 학교 선생님들, 교직원들, 그 남학생의 같은 반 남자애들, 같은 학원에 다녔거나 같은 동아리 활동을 했거나 같은 게임 길드를 했다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위로를 해주자고 했다. 담임선생님이 조례 시간에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개도 사람이고 엄마가 죽은 건 슬플테니 우리 같이 가서 좀 위로를 해주자. 교장선생님도 방송으로 위로를 해준다. 지금은 우리 곁에 없지만 땡땡 학생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니 그 학생의 장례식장으로 갈 학생들은 어디어디로 몇시에 가면 됩니다. 내가 그 여학생의 친구였다면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당사자 기분까지는 절대 모르겠다. 그런 건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정확해질 수 없는 기분일테니까. 그냥 그런 의문을 가질 것 같다. 그 새끼는 분명히 내 친구를 성폭행했는데 사람들은 그걸 다 까먹은건가 하고. 다른 사람들은 내 친구가 그 장례식장에 오길 바랄까. 절대 그런 부탁도 못할 거고 갑분싸 되는 그 상황을 피하고 싶을텐데. 그 새끼 엄마 죽은 걸 내 친구한테 위로받는 건 아무도 아예 상상을 안하고 있을텐데. 그 자리에 내 친구는 없는 게 당연하다고 지들끼리 미리 정해놨을텐데. 그 자리에 내 친구가 있으면 그 새끼가 성폭행범이라는 걸 다 생각할 거잖아?


안희정의 모친상과 조문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계속 안희정만 이야기한다. 이 점이 나를 환장하게 만든다. 안희정을 이야기하고, 문재인을 이야기한다. 본 적도 없고 이름도 모르는 안희정 어머니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아무도 김지은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지금 안희정 조문을 두고 가장 먼저, 가장 여러번 이야기해야할 것은 김지은인데. 김지은이란 여자는 있지도 않았다는 것처럼 계속 안희정만 이야기한다.


예능에서 고영욱이라든가 강지환을 입에 올리면서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친했는지 이야기할수 있을까? 너무 많은 범죄자 남자들이 티비에 나오고는 있지만 어쨌든 여론에서 이미 매장당한 아청법 위반 범죄자나 강간범은 그냥 말을 안꺼낸다. 하면 안되는 짓을 저지른 비인간적인 인간들을 즐겁고 일상적인 대화에서 꺼내는 게 분위기 싸하게 만드는 짓이니까. 김종국은 유승준이랑 절친이지만 방송에서 아예 입밖에도 안꺼낸다. 군대를 안가고 외국으로 토낀 대역죄인이니까. 근데 안희정에 대해서는 계속 떠든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안희정의 존재감은 더욱더 뚜렷해진다. 그의 지지자들이 슬프고 안됐다면서 안희정을 이야기하고, 문재인도 이야기하고. 그 존재도 모르고 순전히 안희정 어머니인것밖에 알려진 게 없는 안희정 어머니도 점선으로 테두리가 표시되서 회색 실루엣으로 등장한다. 김지은만 투명도 80, 90, 100으로 조정되서 완전히 사라진다. 성폭행을 저지른 가해자를 지워야하는 게 정상인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를 지운다. 김지은이란 존재는 유령처럼 희끄무레하게 있다가 안희정의 인간적 슬픔 아래서 햇빛을 맞은 것처럼 흩어진다.


안희정은 혹시 김지은한테 조문 오라고 문자를 보냈나? 그래도 같이 일했던 사람이고 자기를 챙겨줬던 측근이었으니까? 이렇게 말하면 다 미쳤냐고 그럴 것이다. 그게 제정신이냐고. 왜 그게 미쳤는데? 하고 물으면 어떻게 성폭행범이 성폭행한 여자를 조문와달라고 부를 수 있겠는지 대답할 것이다. 그럼 나는 또 묻고 싶어진다. 그래도 안희정은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인간적으로 너무 슬프잖아? 그러면 사람들은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하면서 말을 하겠지. 성폭행범이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한테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게 말이 되냐고. 그럼 나는 또 물어볼 것이다. 성폭행범이,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만 빼면 다른 사람들한테 다 위로받아도 되냐고. 자기를 성폭행한 건 아니니까? 자기 지인을 성폭행한 건 아니니까? 자기 아는 사람이나 가까운 사람을 성폭행한 건 아니니까, 그러면 위로를 받아도 되냐고. 그러니까 그런 건가? 내가 또 지긋지긋한 친족 인질극을 여기 갖고 와야하나? "당신의 아내가/어머니가/여동생이/여자친구가..." 그러니까 이런 관계가 없으면 성폭행범"이지만" 민주화 어쩌고 대통령 친구 어쩌고 같은 정당 어쩌고 하면서 다 위로해주러 가도 되는 건가? 김지은이 안보이니까 안희정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순간에는 자연인, 전 도지사, 민주투사 어쩌고 하면서 갑자기 성폭행범으로서의 정체성이 다 사라져버리나? 그래서 물어보고 싶은 거다. 안희정은 김지은한테 조문 와달라고 문자 보냈냐고. 안희정 지지자들은 이걸 계속 이야기를 안한다. 인간, 인간, 인간 그러는데 인간 김지은은 왜 이야기를 안하는데?


같은 논리라면 최종범이 파티하고 자기 미용실 개업한 걸 욕할 이유는 뭔가? 인간적으로 존나 기쁠텐데. 구하라랑 뭔 상관인가? 최종범 애비가 뒤지면 우리는 "아무리 그래도..." 라면서 최종범의 부친상에 조의를 표해야 하나? 그럼 또 안희정 지지자들은 안희정과 최종범을 어떻게 비교하냐면서 차이점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뭐가 다르냐고. 도지사를 했던 성폭행범의 성폭력은 미용사를 했던 협박범의 성폭력과 다른가? 같은 논리로 손정우 애비도 계속 읍소했다. 우리 아들을~~ 그럼 우리는 그 아버지 마음을 이해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동감해야하나? 다른 성폭행범들과 성폭력 전과자들을 욕할 때는 피해자를 생각해서 차마 동조할 수 없는 그들의 인간적 입장을, 왜 안희정한테만 예외적으로 공감해주냐는 거다. 안희정이 뭔데. 이럼 또 안희정이 얼마나 훌륭했고 많은 일을 했으며 노무현의 친구였는지(왜 사람들은 누가 노무현 친구인 걸 무슨 정의의 상징인 것처럼 이해하는지 모르겠다 대체 어쩌라고) 주절주절 늘어놓을텐데, 그럼 또 물어봐야지. 아, 존나 많은 일을 했고 뭔가 훌륭한 것 같으면 같은 성폭행을 했어도 그걸 지우거나 잊어버리면 되는군요? 싸구려 충무로 영화에 나오는, 뒤에서는 여자 성폭행해놓고 앞에서는 넥타이 차고 헛헛헛 웃는 중년남자 악역 캐릭터들에는 짜증을 내면서 왜 그 뻔한 캐릭터가 현실에 나오면 갑자기 눈을 뒤집고 같이 울어주느라 정신을 못차리냐는 거다. 내가 궁금한 건 안희정이 성폭행을 저질렀고, 그 피해자인 김지은한테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거다. 안희정 안희정 안희정. 안희정이 슬픈데 어쩌라고.


전두환이 모친상을 당했다고 하면 아무도 안슬퍼할 것이다. 전두환이 모친상을 당했다고 해서 빈소를 가거나 화환을 보내면 바로 다들 정의롭게 화를 낼 것이다. 광주 유족들이 어떤 심정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아느냐...!! 무고한 시민들의 어머니를 죽이고 아들을 죽이고...!! 그러면서 또 이런 비교는 부당하다고 할건가? 전두현은 수백명을 학살한 살인범이지만 안희정이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안희정이 뭐냐는 거다. 안희정은 뭔데. 전두환이랑 다르다고 치자. 그럼 안희정은 뭔데. 그는 그냥 성폭행범일 뿐이지 학살자는 아닌가? 사람은 안죽였고 그냥 성폭행을 했을 뿐인가? 전두환은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안희정은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사람이고 블라블라블라블라. 민주화 운동을 한 남자의 성폭행과 민주화 운동권을 탄압한 남자의 성폭행은 그 값을 달리 치나? 내가 몰랐네. 왜 전두환에 대해서는 그 죄와 피해자들을 바로 떠올리는데, 안희정에 대해서는 그게 안되냐는 거다. 박정희 이야기하고 친일파 이야기하고 다 끌어와야 되나? 존나 피곤하다. 성폭행범을 존나 감싸고 도는 본인들을 왜 그렇게 인식을 못하는지.


지지자들이나 옹호자들이 이야기하는 지겨운 표현이 "죄인" 이란 단어다. 죄를 짓긴 했지만... 죄인이라 해도 어머니를 잃은 슬픔은... 이명박이나 박근혜한테는 죄인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들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진 않을 거잖아. 계속 신화적인 표현을 끌고 와서 안희정이 무슨 양을 바치는 제사장이라도 된 것처럼 죄인 죄인 거리는데, 그럼 난 또 물어봐야 된다. 안희정이 무슨 죄를 지었죠? 그리고 내가 혼자 대답한다. 안희정은 성폭행범입니다. 성폭행범을 성폭행범이라고 하면 무슨 쌍욕이나 패륜적인 비하단어를 들은 것처럼 안희정 지지자들은 울컥한다. 말이 심하시네요... 성폭행범이라는 말이 심하면 그 심한 짓거리를 다시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전두환한테 학살자라고 하는 건 아무렇지 않아하고 박정희한테 뚜쟁이 강간교사범이라고 하는 건 아무렇지 않아하는데 왜 안희정한테는 강간범이라고 하면 다르게 불러주고 기억해야하는지?

안희정 조문 이야기를 보면 볼 수록 히스테리가 도질려고 한다. 전두환 이야기를 할 때는 518유족을 이야기할 거고 박근혜 이야기를 할 때는 세월호 유족을 이야기할 건데, 왜 안희정 이야기를 할 때는 김지은 이야기를 안하냔 거다. 분명히 사람이 살아있고 기억을 해야 하는데, 그 존재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지운 것처럼 완전히 삭제되어버리니까 내가 그 존재를 계속 억지로 데리고 온다. 안희정이 인간적으로 어쩌구 저쩌구 하면,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없는 김지은을 내가 데리고 온다. 어머니를 잃은 비통함을 어쩌구 저쩌구 하면, 또 내가 김지은을 데리고 온다. 안희정... 하면 김지은. 문재인... 하면 김지은. 노무현... 하면 김지은. 내가 전혀 원치않았던 신기를 내가 혼자 느끼고 있다. 김지은은 분명히 산 사람인데, 귀신인 것처럼 아무도 이야기를 안하니까 내가 혼자 굿판을 벌이고 김지은을 소환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김지은을 너무 멀리에 두고 땅속에 묻어버린 것처럼 취급하니까. 김지은을 이야기할 때마다 내가 접신한 사람처럼 반쯤 돌 것 같다.


성폭행범 남자는 죄인이듯 전 정치인이든 어머니를 잃은 아들이든 뭐든간에 아무튼 욕이라도 처먹으면서 그 존재감을 뚜렷이 상기시키는데, 성폭행 피해자 여자는 흔적도 없이 지워진다. 그 여자 어디갔는데? 성폭행범을 감싸면서 사람들이 계속 살아있는 여자를 지워버린다. 존재의 완벽한 말살이다. 불편해서 듣기 싫은가? 그런데 어쩌라고. 김지은이, 그 듣기만 해도 불편한 성폭행이라는 걸, 안희정한테 계속 당했다고. 이게 현실이다. 그런데 그 이름을 말안하고 모른 척 하고 있으면 되나? 뭘 위해서? 안희정을 계속 불쌍히하고 보듬어주려고? 없어지는 사람을 있게 하려고 애를 써야하는 게 너무 정신병 오는 상황이다.


심지어 안희정 지지자는 김지은이란 존재를 그렇게 활용한다. 김지은을 김지연으로 내가 오타를 냈더니, 그거 가지고 "저 인간은 김지은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네" 라면서 김지은을 부정하는 데 사용된다. 계속 지워지는 김지은을 데리고 왔더니 그 김지은이 김지연이란 이름의 김지은이 아니라면서 김지은을 또 지워버리는데만 사용된다. 아, 그러셨군요. 그러면 김지은 이름을 한번도 오타 안내고 정확히 쓸 줄 아는 당신은 김지은을 얼마나 이야기하고 얼마나 정확하게 데리고 오고 있는데? "네가 말하는 김지은은 가짜다"라고 할 때만? 본인이 정확히 아는 김지은이 있으니까 말 좀 해보라는 거다. 안희정한테 성폭행당하고서도 살아있는 김지은을, 정확하게 말해보라고. 안희정의 어머니가 죽었다. 그래서 장례식을 하고 있고 너무 슬프다. 그러니까 김지은을 이야기해보라는 거다. 상관없나? 김지은은 김지은이고 슬픈 안희정은 안희정인가?


이러면 또 뻔한 레파토리... 그러면 안희정은 평생 김지은을 생각하면서 숨도 쉬지 말고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할까요..!! 나는 모르겠다. 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긴 하던데, 난 모르겠다. 차라리 본인이 김지은한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저기요, 제가 안희정 지지자인데요, 안희정이 김지은씨를 성폭행하긴 했는데요, 그래도 어머니가 죽어서 너무 슬플 거잖아요, 그러니까 안희정이 조문 받고 화환도 좀 받고 그럴 수 있지 않나요? 이것까지 뭐라고 할 거에요?" 이러면 또 어떻게 그런 말을 당사자한테 할 수 있냐고 나를 미친 사람처럼 몰겠지만, 나야말로 좀 묻고 싶다. 당사자를 앞에 두고서는 절대 할 수도 없는 소리를 왜 당사자가 세상에 없고 그걸 알지도 못할 것처럼 이렇게 당당하게 처 하고 자빠졌는지. 그래서 내가 그걸 상상해보라고 아주 친절하게 학교 폭력으로 살짝 바꿔주기까지 했는데.


단순하게 생각하랜다. 한 인간의 어머니가 죽었고 그에 대한 조의를 표하는 거라고. 어떻게 단순해지지? 전두환 어머니가 죽으면 그냥 어머니를 잃은 아들로 단순해지나? 단순해지기 위해서는 뭔가 치워버리는 게 있다. 안희정이 조문받고 화환받는 걸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체 뭘 치워버리고 있냐는거다. 문재인이 화환을 보내면서 뭘 치웠는데. 김지은을 치웠다. 갑자기 분위기 싸하다고? 그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 게 김지은인

가 김지은을 성폭행한 안희정인가? 성폭행 이야기 그만해라 김지은을 그만 욕보여라 어쩌구 저쩌구 할 건데 그러니까 안희정이 성폭행범이라는 그 현실을 불편해한다고 사라지냐는 거다. 그리고 사라지게 해도 되냐는 거다. 밀양 집단 성폭행 때 그 가해자들 다 우리집 귀한 자식들이고 장손이고 어쩌다 실수한 착한 아이들이었다. 그 부모들한테는. 단순하게 그냥 이쁜 자식으로 생각했으니까. 뭘 누구 마음대로 단순해지나. 단순해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손정우도 그냥 손정우 아빠의 아들이다.


대학 시절 교수님이 이야기했던 어느 학생의 유학 사례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 어떤 여자가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 거기서 월셋방을 하나 얻어서 혼자 살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 하숙집 주인 아들이 그 유학생을 강간했다. 이 여학생은 프랑스어도 딸리고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있으면서 나중에는 학교도 못나갔다. 친구 같은 것도 없었고 전화비가 비싸서 한국에 전화도 못했고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었다. 자기가 강간당한 걸 유일하게 말 할 수 있는 건 딱 한사람뿐이었다고 한다. 자기를 강간한 그 남자의 엄마, 하숙집 주인. 자기가 강간당한 걸 강간범 엄마한테밖에 말을 못하는 상황에서, 그 유학생은 점점 이상해졌다고 한다. 결론은 이렇다. 이 유학생은 귀신들렸다. 그 때 교수님이 쓴 표현이 정확히 이랬다. 미쳤다도 아니고, 우울증에 걸렸다도 아니고, 돌았다도 아니고, 귀신 들렸다고 했다. 세상이 살아있는 자신을 계속 지우고 투명하게 만들고 아무 데도 말할 수 없게 만드는데, 그 영락없는 귀신의 처지에 갇혀있는 여자가 될 수 있는 게 귀신 빼고 또 있나? 성폭행범의 모든 인간적 순간을 다 챙기면서 어떤 사람들은 살아있는 여자를 귀신들리게 만든다. 옆에서 보고만 있는 나도 귀신이 올랑말랑 하는데, 당사자들은 어쩔지 모르겠다. 귀신들리게 하는 사람들이 무슨 악령을 소환해서 빙의시키는 게 아니다. 살아있는 여자가 허공에 떠있는 귀신인 것처럼 아무 말도 안하고 슥 지나쳐간다. 단순하게. 조선시대 귀신들이 왜 하나같이 하얀 소복을 입고 긴 머리를 늘어뜨렸는지 너무 잘 알겠다. 귀신이 나온다는 설화들은 하나같이 강간당하고 억울하게 죽은 여자들의 원혼이다. 무슨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귀신들릴 것 같아서 참을 수가 없다. 남자 정치인 챙기는 어떤 인간들이 사람을 귀신들리게 만든다.


@ 이 글을 어제 퇴근하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에 와보니 박원순이 성추행을 했고 혼자 산속으로 튀었다가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시는 5일장씩이나 치뤄준다고 한다. 이 모든 이야기가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러니까 학생 회장도 하고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고 두발자유화도 외치고... 어떤 여자는 또 지워진다. 아주 단체로 지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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