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판에서도 몇몇 분들이 '한동훈의 딸이 조국 딸처럼 자기가 안 쓴 논문을 자기가 쓴 것처럼 위조한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 라는 취지의 말씀을 해주셨죠. 그런데 본인이 작성했을 것이라는 논문 저작 윤리의 최후의 선까지도 붕괴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한겨레에서 보도되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41913.html


<한겨레>는 Benson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메신저를 통해 한씨의 논문 ‘국가 부채가 중요한가(Does National Debt Matter?)’를 보내주고 문서정보 지은이 항목에 Benson 이름이 나오는데 ‘당신이 작성한 것이 맞느냐’고 문의했다. Benson은 “2021년 11월 초에 했다(I did it at the beginning of November 2021)”고 답변하며 자신의 컴퓨터 문서목록을 찍어서 보내왔다. Benson이 보낸 사진에는 ‘National Debt’(국가 부채) ‘National Debt-1_Comment’(국가 부채-1_코멘트)라는 워드 파일이 2021년 11월3일과 4일 작성된 것으로 나와 있다. 한씨의 논문 제목은 ‘국가 부채가 중요한가?’(Does National Debt Matter?)였는데, Benson이 보여준 문서 제목과 핵심 키워드가 동일하다. 또한 해당 논문의 문서항목에 보면 작성일은 2021년 11월11일로 돼 있고 한씨는 2021년 11월26일 해외 학술지인 ABC Research Alert에 게재한 바 있다. 이후 한씨는 같은 논문을 2022년 2월2일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SSRN에 다시 올린 것이다.



이로써 한동훈과 그의 따님은 아무리 애를 써도 조국과 그 따님과 동일한 '불공정범'으로 취급받을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한동훈의 딸은 그래도 자기 논문은 자기가 썼다는 게 변명의 마지막 보루였는데, 심지어 자기가 쓴 것도 아니니까요. 논문이 어떤 가치를 지닌 문서이고 어떤 식으로 평가받으며 그 인정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모를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겨도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자기가 썼냐 남이 써줬냐를 두고 사회적 허용을 논쟁할 순 없겠지요. 모든 학업적 기록의 전제는 '자기가 직접 연구하고 공부한 것일 것'이니까요.


물론 여기에 대해 태클거는 논리가 있을 것 같아서 미리 반박을 해놓자면...


- 왜 한겨레는 취재를 하다가 말았나?


-> 간단합니다. 취재원이 돈 달라고 했거든요. 취재는 그렇게 돈을 거래하면서 할 수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돈을 주고서라도 취재를 끝까지 했어야하지 않느냐는 말을 할텐데, 그건 정보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오염시킵니다. 한겨레가 돈을 줘서 가짜 정보원을 심어놓고 짜고치기 인터뷰를 하는지 어떻게 구분할 건가요? 재판가면 백퍼센트 집니다. ('의뢰인'이라는 법정 영화에서도 변호사 브로커가 증인에게 사후 보상을 약속한 사실이 들통나서 거의 박살나는 장면이 나오죠)


- 벤슨이란 사람이 누구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대필한 사람이 실재하는 게 맞느냐? 그냥 거짓말하는 게 아니냐?


->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률적으로 생각해보는 게 편할 겁니다. 한동훈 따님이 작성한 논문용 문서의 지은이 항목에 벤슨이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이걸 찾아보니 '대필작가입니다' 라고 자기 광고를 하는 벤슨이 또 나옵니다. 그리고 그 벤슨이 보여준 문서 사진이, 한동훈의 따님이 작성한 논문과 제목, 키워드가 동일합니다. 아무도 대필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한동훈씨가 '우리 딸은 대필을 안했다!'라고 반론을 펼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필 의혹이 가짜라고 한다면 할 말은 딱 하나 뿐입니다. 대필을 안했다고 해야죠? 그런데 한동훈씨는 엉뚱한 이야기를 합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2022/05/08/ZNVUEZCD35BWXDDUIXH3LERCJM/



자녀 논문 대필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학습과정에서 연습용으로 작성된 것일 뿐 입시에 사용된 사실도,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이건 대답이 아닙니다. 말 돌리기죠. 

대필했나요? 란 질문에 왜 "연습용으로 썼다"는 대답을 하나요?

한동훈씨는 대필 안했다는 대답은 안하고 있습니다. 듀게 키배에서도 흔히 보이는 말돌리기 수법입니다.

한겨레 기자들이 가짜 의혹을 퍼트리고 있다고 고소까지 한 주제에, 왜 이렇게 치명적인 보도에는 제대로 해명을 못하고 있을까요?

대필 안했으면 안했다고 하면 될 것 아닙니까?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1042009.html



대필 의혹을 받는 한 후보자 딸의 4쪽짜리 논문 ‘국가 부채가 중요한가-경제이론에 입각한 분석(Does National Debt Matter?-Analysis Based On the Economic Theories)’은 지난해 11월 오픈액세스 학술지 ‘에이비시 리서치 얼러트’(ABC Research Alert)’에 게재됐다. 이 학술지는 돈을 내면 논문을 게재해주고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거나 간소화해 출판 윤리를 어기는 저널이라 ‘약탈 학술지’이라 불린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건전학술시스템)에서 확인해 보니, ABC Research Alert는 4단계(부실, 주의, 논쟁 중, 특이사항 없음) 중 투고 시 주의가 요구되는 ‘주의’ 등급에 해당했다.



한동훈씨의 대답은 거의 졸렬하기까지합니다. 나는 뷔페 먹다가 락앤락 용기에 음식을 담기만 했지 그걸 집에 싸갈 생각은 없다, 나는 이마트에서 한우 한 팩을 내 가방에 넣었지만 계산대에서는 꺼내서 직접 계산할 예정이었다, 나는 이번주 주말까지 연락을 못했을 뿐이고 다음주 월요일에 빌린 돈을 갚을려고는 했었다... 그냥 본인은 진심으로 뭘 몰랐고 본인 행동은 다 우연이었고 아무튼 당신들이 의심할려고 했던 건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입니다. 퍽이나. 밑에 제가 썼던 글에서 언더그라운드님도 직접 인증을 해주셨죠? 아무나 논문을 게재할 수 있는 사이트인가본데 자신은 돈이 결제해야하는 과정 직전에서 멈췄다고.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뭐하러 돈 쓰고 컨설팅 업체에 시간 들여가면서 그런 쓰레기 학술지 사이트에 글을 올리나요?

 

(제가 좀 우습다고 생각했던 건, 한동훈은 필사적으로 '내 딸이 논문을 쓴 건 아니다, 그냥 에세이만 썼다'라고 하는데 그걸 비호하시는 분은 계속 논문을 썼다고 본인이 주장을 하셨다는 점이죠)


대필의혹말고도, 표절논란도 있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607/0000001084


그런데, 이 논문의 상당 부분이 학생들의 영어 에세이를 올리고 거래하는 해외 웹사이트(UKessays.com)에 2018년 11월 올라간 “딥러닝의 개념과 응용”(Concepts and Applications of Deep Learning)이라는 에세이의 핵심 내용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웹사이트는 주로 학생들이 쓴 에세이를 올리고 거래하는 곳으로, 한국의 ‘해피캠퍼스’와 비슷하다. 이 에세이는 무료 샘플로 제공되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한동훈씨 따님의 논문은 그냥 문장의 몇몇 단어들을 유사단어로 바꿔서 표절 검사를 비켜나가고 내용은 동일하게 쓴 표절이라는 기사입니다.

좀 좀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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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식의 논증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글만 길어지고, 기사 짜깁기 형식으로 글이 못생겨지는데다가, 어차피 안읽는 사람은 안읽거든요. 애초에 한동훈을 편드는 사람들은 정보가 백지 상태이거나 순수하게 모든 것이 확정되거 나서 화를 내려고 준비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파적 분노는 언제나 신속했고 의혹이 결론을 추월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한동훈 건에 대해서는 이렇게 기사까지 났는데도 아무 응답도 하지 않거나 한동훈을 감싸는 건 합리적인 반응이 아닙니다. 정파적 판단이 모순에 부딪혔을 때 필사적으로 모르는 체 하려는, 적극적 무지의 상태죠.


한동훈씨 따님이 어떤 논문들을 썼는지 아시나요? 미술 준비하는 고1학생이 반독점법, 국가채무, 기하학, 기초 미적분학, AI 까지 각각 논문에서 다뤘습니다. 이 정도의 천재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오히려 반문해야할 겁니다. 뭐하러 컨설팅을 받았고, 인정받는 학술지가 아니라 약탈적 학술지에 논문 형식으로 글을 게재했었는지요. (지금은 또 다 지워졌답니다. 전자책 출판한 것도 다 삭제되었어요.) 물론 변호하고 싶으신 분들은 '그냥'이라는 논리를 길게 쓰고 싶으시겠지만 논문 게재처럼 어렵고 자기 미래가 걸린 일을 고등학생이 그런 식의 변덕으로 하는 사례는 그냥 없습니다. 가짜 시험인 모의고사도 그렇게 진지하게 임하고 점수에 일희일비하는데, 돈 들여가면서 논문 게재하는 걸 '그냥' 한다는 건 그냥 이 사건의 사회적 맥락을 눈가리고 아웅하겠다는 소리죠.


조국과 그 딸에 대한 기준을 근거로 한동훈과 그 딸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다못해 수행평가를 베껴서 내도 욕먹습니다. 자기가 지지하는 정파에 대한 무지성 지지자의 입장에서만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입장에서 생각을 해봅시다. 자기 자식이 공부 열심히 했는데 그거 편하게 베껴서 누가 먼저 내고 성적을 가로채기를 한다거나, 자기는 빡세게 전문가들에게 알아보고 나름 정직하게 논문이나 에세이를 준비시켰는데 돈있는 집안에서 싸구려 학술지에 돈만 내고 짜깁기한 논문 내서 해외 유수 대학의 입학 기회를 가로채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어떨지요. 



@ 해외 대학 입시에 나름 정보가 있는 분들은 한동훈씨 딸이 이제 영원히 미국쪽 명문대에는 진학못할 거라고 말하더군요. 그 쪽이 심사를 유달리 빡빡하게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입학후보 학생의 학부모 쪽에서 지금 이 건을 터트릴 거기 때문에요. 뭐 그게 그 쪽 동네의 공정과 합리 아니겠습니까? 남탓할 필요없죠. 지 애비가 법무부 장관 한다고 설치지만 않았어도 됐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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