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1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89분. 워낙 유명 & 심플한 이야기지만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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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도 아니고 티비 영화가 히트를 쳐서 재편집본으로 극장 개봉을 한 경우가 그렇게 많을 것 같진 않은데요.)



 - 거의 5분여를 자동차 본넷 시점(이라지만 범퍼 시점에 가깝네요)으로 무의미하게 달리며 시작합니다. 그나마 라디오 방송 덕에 적적하진 않아요. 그러다 드디어 얼굴과 목소리를 드러내는 우리의 주인공은 빨간 승용차를 모는 '데이비드 맨'이란 아저씨구요. 일이 있어 어딜 급하게 가야 하는데 앞에서 거대 트럭 하나가 알짱거리며 매연을 뿜어대서 추월을 합니다. 매너 있게 추월해서 그냥 제 갈 길 열심히 가려고 합니다만. 그 트럭 안엔 얼굴 모를 최악의 싸이코가 타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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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월 당하기가 싫으면 빨리 달리든가. 매연 풀파워로 뿜으며 안전 운행하면서 죽어도 추월 당하기는 싫은 건 무슨 심뽀인지.)



 - 뭐 워낙 유명한 영화죠. 특히나 우리 듀게 탑골 유저님들이라면 대부분 방영 당시 티비로, 누가 만든 뭔 영화인지도 모르고 보다가 퐁당 빠져들어 버렸던 기억이 있을... 그런 영화이고. 또 우주 천재 스필버그 필모그래피 중에서 단편과 십대 때 만든 동네 극장 상영용 영화를 제외하면 실질적 데뷔작 격이라서 탑골 노인이 아니어도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알고 다 이미 본 영화 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원래는 티비 영화였고, 런닝타임도 70분 정도였는데, 이게 워낙 화제 폭발을 해서 10여분을 추가해서 극장 상영을 했다 하구요. 요즘 vod로 서비스되는 건 다 이 극장판인가 봅니다. 제가 본 것도 마찬가지이고 저 위에 올려 놓은 포스터 이미지도 당연히 극장 상영용일 듯.

 덧붙여서 이게 1984년에 주말의 영화로, 1986년엔 일요일 낮시간에 방영했다는데, 제가 본 건 후자입니다. 대낮에 본 기억이 분명히 있거든요. 1월에 방영했다니 아마 안방에서 이불 덮고 귤 까먹으며 14인치 볼록 티비로 봤을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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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 영화의 아이콘이자 사실상의 주인공은 바로 이 분(?)이십니다.)



 - 굉장히 심플한 이야기죠. 그 시절에 이걸 보고 충격 비슷한 걸 받았던 것도 이 극단적인 심플함 때문이었을 겁니다. 불쌍한 운전자 아저씨가 미친 놈이 모는 트럭과 사막의 황량한 도로에서 영문 모를 서바이벌 배틀을 한다. 그냥 이거잖아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을 발단으로 극단적으로 치닫는 이야기 구조도 신선했고. 또 그걸 대사 몇 마디 없이 액션으로 채우는 형식도 놀라웠구요. 뭐 이제 와서 다시 보니 중간중간 주유소, 식당, 고장난 버스, 다른 주유소 등등에서 잠시 쉬며 제 3자들과 대화하는 전개가 제 기억보다 많긴 합니다만. 그래도 정말 중요한 장면은 그냥 다 승용차 vs 트럭의 카체이스 아닌 카체이스씬으로 거의 대사 없이 채워져 있는 건 맞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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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다시 보니 은근히 이 아저씨가 운전 말고 대화 '연기'를 보여주는 부분이 많더라구요. 자동차씬만 기억에 남았을 뿐. ㅋㅋ)



 - 원작자이자 직접 이 작품의 각본까지 쓴 리처드 매서슨에겐 좀 미안한 얘깁니다만.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것도 그 말 없는 자동차 액션입니다. 아니 각본이 나쁜 건 아니에요. '환상특급'에서 가장 사랑 받았던 작가님답게 심플한 환상특급류의 스토리로서 아주 탄탄하고 매력적으로 잘 짜여진 얘기이긴 한데요. 만약 이게 스필버그 아닌 평범한 티비 영화 감독에게 맡겨졌어도 지금 같은 명성을 얻을 수 있었겠냐... 고 하면 뭐, 그건 절대 아니었을 테니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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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의 원조격 장면이 아니었나 싶었네요. 이런 것도 노장 감독의 초기작 보는 재미죠.)



 - 제가 개인적으로 스필버그 찬양을 할 때 늘 하는 말이 '별 거 아닌 장면들을 말도 안 되게 적절한 컷과 타이밍으로 완벽하게 만들어내서 별 것으로 만든다'는 건데요. 이 영화야말로 스필버그의 그런 능력을 평가하기에 가장 좋은 작품이 아닌가... 다시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의 배경은 시작부터 끝까지 황량하게 아무 것도 없는 황야의 도로이고, 그 안에서 승용차 하나, 트럭 한 대로 추격전 벌이는 게 런닝타임의 절반이 넘어요. 그리고 그 추격전의 대부분은 별다른 아이디어 없이 '트럭이 겁나 빠르게 달려와서 위협한다 & 주인공은 필사적으로 밟으며 도망친다'에요. 근데 이게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 박진감이 넘치는 겁니다. 물론 상황의 변주가 적절하게 들어가주긴 합니다만 그래봤자 황야의 카체이스인데 변형을 해봐야 뭘 얼마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계속되는 비슷한 상황들을 완벽한 컷 구성과 편집, 촬영만으로 내내 커버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먹혀요. 이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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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초 후에 이 전화 부스는...)



 - 지금 와서 다시 보니 어려서 볼 때는 생각 못 했던 부분들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성 부터가 '맨'이고.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사연들 중에 와이프에게 굴욕을 당하며 산다는 남자 사연이 홀로 시작부터 끝까지 풀버전으로 나오구요. 주인공의 와이프와의 통화 내용을 봐도 뭔가 소심하던 동네 아저씨가 살아 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황야의 터프 가이(...)가 된다는 식의 서사 같은 게 있어요. 애초에 멀끔한 사무직 남자 vs 공포의 트럭 운전사라는 구도부터도 그렇구요. 근데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겠구요.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자동차씬 연출이 몸통이니까! 스토리는 거들 뿐이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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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확실하게 얼굴 한 번 안 비치는 트럭 운전사 역을 맡으셨던 분. 본업은 스턴트 드라이버이고 연기도 종종 하셨나 봅니다.)



 - 암튼 다시 봐도 참 신기합니다. 1971년이면 이제 반백년이 넘게 흐른 옛날 옛적이에요. ㅋㅋㅋ 게다가 이게 실질적 데뷔작인데, 스필버그의 나이는 한국 나이로 고작 26세였는데, 이 양반의 능력은 그 때 이미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는 거죠. 정말 뭐 이런 괴물이 다 있나 싶구요. 또 영화 특성상 어린이들 보면 안 될 폭력 장면 같은 것도 없으니 더더욱 스필버그답단 생각도. ㅋㅋ

 덧붙여서 그런 탁월한 연출 + 영화의 거의 미니멀리즘스런 스토리와 배경 덕에 지금 봐도 촌스럽단 느낌 거의 없이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잘 만든 오락물이기도 합니다. 50년 넘은 액션 스릴러 중에 이만큼 현대적으로 재밌는 영화가 또 뭐가 있을까 싶죠.

 혹시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한 번 보셔도 좋구요. 이미 보신 분이라도 본지 오래됐음 또 보셔도 좋지 않겠나 싶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스필버그 만세.




 + 사실 우리 주인공 아저씨는 운전을 너무 잘 하시구요. 또 영화 속 트럭은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성능과 드라이빙을 선보이고 그러죠.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애초에 현실성 따위 신경 안 쓰는 환상특급류의 이야긴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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