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는 외톨이 신세였다.
다들 삼삼오오 어울려 나가는데 나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혼자 밥을 먹어야 했기에 점심시간이 괴로울 정도였다.
엘리트들의 주류 네트워크에 포섭되지 못한 국외자의 삶을 맛본 것이다.
이런 처지를 안 동료들 몇몇이 나를 불러 함께 밥을 먹었다.
연수원 시절 내내 그들과 가깝게 지냈다.
정치를 하고 대통령을 하는 동안에도 이따금 만났다.
(<운명이다>, 돌베게, 2010, 유시민 정리, p.65-66)

그러나 처음 얼마간은 연수원에서 외톨이 신세를 면할 수가 없었다.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점심시간이 제일 곤란했다.
다들 패거리를 지어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데, 나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 서성거려야 했다.
그러다 얼마 지나 내가 외톨이란 걸 눈치챈 몇몇이 같이 밥 먹으러 가자며 나를 자기 패거리에 끼워 주었다.
얼마나 고마왔던지 연수원 시절 내내 가깝게 지냈고, 지금까지도 가끔씩 만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여보, 나좀 도와줘>, 도서출판 새터, 2005, 노무현, p.188-189)


같은 내용도 노대통령 본인이 쓴 것과 유시민 작가가 쓴 게 살짝 느낌이 다른게 흥미로웠습니다.
'패거리' 라던가 '얼마나 고마왔던지' 같은 친근하고 솔직한 표현이 그 분 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에세이집인 <여보, 나좀 도와줘>는 초판이 나온게 94년 쯤인걸로 아는데, 시종일관 저 정도의(?) 솔직 담백함을 유지하며 후원금이 모자라서 책 팔아 돈 보태려고 이 책을 쓴다는 것까지 상세하게 써있습니다.ㅋㅋ
청년 시절 노가다 하다가 다쳐서 입원생활 중에 단편소설을 쓴 얘기나, 75년도에 썼던 고시 합격수기가 그대로 실려있는 점도 인상적이었고요.

읽고 쓰고 말하기 좋아했던 그가 퇴임 후에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아마 본격적인 저술활동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서거 1주기에 맞춰 출간됐었던 <운명이다>는 이번에 유시민, 문성근 낭독으로 오디오 버전이 나왔더라구요.

벌써 10주기가 되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77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214
124109 듄: 파트 2 내년(2024년) 3월 15일로 개봉 연기(엠파이어 듄 표지 링크) 상수 2023.08.26 365
124108 프레임드 #533 [2] Lunagazer 2023.08.26 89
124107 [왓챠바낭] 막장 배우의 막장 캐릭터 연기 구경, '크롤 스페이스' 잡담입니다 [8] 로이배티 2023.08.26 386
124106 넷플릭스 신규 컨텐츠 라이트하우스(그 흑백영화 아닌 일본 넷플 오리지널 컨텐츠) 추천 상수 2023.08.25 356
124105 프레임드 #532 [4] Lunagazer 2023.08.25 96
124104 씨네21의 2023 여름영화 평론들, 전부터 게시판 분들에게 드리고 싶었던 이야기인데요 <>는... [3] 상수 2023.08.25 650
124103 이기원 작가의 미임파7, 더문, 밀수 리뷰 [6] daviddain 2023.08.25 429
124102 '얼룩소'라는 플랫폼이 재미있군요 [15] Sonny 2023.08.25 876
124101 디즈니 영화 크레이터 이야기를 하다가 [2] 가끔영화 2023.08.25 181
124100 [EIDF] 어느 수도사의 대성당 [9] underground 2023.08.25 408
124099 [티빙바낭] 세상은 넓고 호러는 많습니다. 핀란드산 호러 '햇칭' 잡담 [4] 로이배티 2023.08.24 314
124098 버호벤의 두 신작 [4] daviddain 2023.08.24 386
124097 '오펜하이머' 잡담 [12] thoma 2023.08.24 599
124096 프레임드 #531 [4] Lunagazer 2023.08.24 106
124095 일본이 핵을 맞은 이유 [6] catgotmy 2023.08.24 565
124094 한국 넷플릭스 신작영화 - 너의 시간 속으로 메인예고편 상수 2023.08.24 250
124093 듀게에 지옥만세 보신 분 계십니까 [2] 상수 2023.08.24 318
124092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시작 [4] 상수 2023.08.24 468
124091 조금 늦은 2023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후기~ [2] Sonny 2023.08.24 395
124090 <에릭 클랩튼: 어크로스 24 나이츠>를 보고왔어요. [7] jeremy 2023.08.23 24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