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다시피 나온지 한 달이 안 된 따끈따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 호러 '영화' 시리즈이구요. 이 글은 1편만 다룹니다.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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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량특집 공포 삼부작 이벤트!!!)



 - 연도는 1994년이지만 마치 '기묘한 이야기' 시즌 3에 나왔던 쇼핑몰처럼 생긴 장소에 '기묘한 이야기' 시즌 3에 나왔던 우마 서먼 & 에단 호크 딸이 등장합니다. 오! 이 배우는 나오는 줄 몰랐는데!! 득템한 기분으로 흐뭇하게 지켜보는데... 그 분의 퇴근이 좀 늦어져서 거의 텅 빈 쇼핑몰에 수상한 그림자가 나타나고. 저는 그제서야 눈치를 채죠. 아 이거 '스크림'이잖아... ㅠㅜ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디나'라는 이름의 고딩입니다. '섀이디 사이드'라는 동네에 사는데 이 동네는 가난하고 궁상맞기도 하지만... 수십년간 꾸준히 연쇄 살인마를 배출해 온 걸로 그냥 전국구로 유명한 동네래요. 도대체 그걸 알면서 거기에 왜 사니 그리고 그런 이유로 바로 옆동네인 '서니 베일' 주민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하물며 혈기 왕성 아무 생각 없는 고등학생들은 더 심하게 무시하고 놀리겠죠.

 그런데 하필이면 디나의 방금 깨진 옛 애인이 서니 베일로 이사를 갔고... 암튼 이러쿵 저러쿵 하다가 결국 그 옛 애인이 마녀의 저주를 받아요. 그리고 우리 디나는 연쇄 살인마에 통달한 오타쿠 동생 녀석과 약쟁이 친구 둘을 거느리고 그 저주로 부터 살아남기 위한 피투성이 투쟁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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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저 3부작 주인공 먹었어요!!!!!)



 - 도입부에서 '스크림'을 인용한 게 그냥 그런 게 아니더라구요. 살짝 메타 호러의 성격을 띄는 이야기입니다. 동생 녀석을 연쇄 살인 오타쿠로 설정해 놓고 중요한 장면마다 해설자 역할을 맡기는 것도 그 일환이었겠죠. 그걸로 드립도 종종 치는데 유머 감각도 상당히 괜찮아요. 내친 김에(?) 살인마의 살인 수법도 슬래셔 무비 스타일이구요. 런닝타임 내내 유명한 호러 작가, 호러 영화들이 대사로 언급되거나 장면들로 오마주됩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마녀의 저주가 등장하는 이야기이니만큼 '스크림'과 비슷하단 느낌은 크게 들지 않습니다. 중반 이후 들어가서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이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탐구하기 시작하면 '스크림'보단 오히려 '링' 느낌이 많이 들더군요. 애초에 빌런도 비슷하잖아요. 아주 오래 전에 사람들에게 박해 받고 한을 품은 채 죽은 여자가 두고두고 자손만대 저주를 퍼뜨리는 이야기니까요.


 거기에다가 이제 그 살인마(들)이 본격적으로 튀어나와 액션을 벌이기 시작하면 뭔가 좀 크리쳐물 같은 분위기도 생깁니다. 갸들이 그리 똑똑하지 못한 데다가 행동 패턴 같은 것까지 있어서 주인공들이 그걸 막 분석해가며 작전을 짜거든요. 옛날 옛적 흘러간 B급 영화들 중에 '악마군단(The Monster Squard)'라는 게 있었는데... 암튼 뭐 전 그랬구요.


 그래서 결국 상당한 잡탕 장르 호러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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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쟈는 저 가면을 왜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의식이 있을 때 스스로 썼을까요. ㅋㅋ)



 - 근데 이 영화가 잡탕이 된 건 이유가 있죠. 앞으로 두 편 더 이어질 '섀이디 사이드' 마을 이야기의 시작하는 액자 역할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요. 이런 부담이 덜한 파트2의 경우엔 비교적 순수한 스플래터 무비 분위기로 갈 수 있었지만 파트1은 그런 식으로 그냥 슬래셔로 가는 건 불가능했을 것 같아요. 애초에 마녀의 저주라는 오컬트스런 배경을 깔고 있기도 하고, 또 속편들에 나올 살인마들도 미리 소개해줘야 하고, 당연히 배경이 되는 마을 설명도 해야 하고 주인공 캐릭터들 소개도 해야 하고... 참 해야할 일이 많은 영화였습니다만. 다행히도 그런 일들을 다 성공적으로 해내면서도 또 독립적인 영화로서의 재미도 잘 챙겨낸 편입니다. 에필로그격으로 따라오는 막판 장면 몇 분만 잘라내면 그냥 이것만 두고 완결된 영화라고 해도 아무 문제가 없게 잘 만들었어요.



 - 이 영화가 특별히 무서웠냐... 고 한다면 솔직히 그렇진 않았어요. 제가 원래 '마녀의 저주'류 이야기에 둔감한 편이기도 하고. 앞서 말했듯이 막판으로 가면 약간 크리쳐물 같은 분위기도 있고 해서 말이죠. 호러 효과가 약했다기 보단, 그냥 다 적절한 가운데 크게 튀진 않더라... 는 정도?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영화를 몰입해서 재밌게 본 건 캐릭터와 드라마 때문이었습니다. 캐릭터들을 참 잘 구성해 놓았고 갸들의 관계 묘사도 좋아요. 그래서 자연히 '살려야 한다!!!'라는 마음이 들게 되고 그렇다보니 별로 안 무서운 호러 씬이라도 어쨌거나 긴장하면서 보게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 호러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들이 죽거나 말거나 별로 신경이 안 쓰이는 인물들이라면 아무리 무섭게 분위기를 잡아도 결국 '창의적으로 사람 토막내기'쇼 밖에 안 되거든요. 그리고 전 그런 영화는 별로 취향이 아니어서 이런 게 좋더라구요. 네. 너무 좋았던 나머지 새벽에 아까와 같은 글을...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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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 나온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의 특징 : 짤이 다양하게 없습니다. 그래서 흐리게 나온 분들 죄송...)


 

 - 그렇다면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길 하는 영화인고 하니.

 제가 참 자주 하는 얘깁니다만. 아주아주 21세기 여성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답습니다. ㅋㅋㅋ '서니데일 vs 섀이디 사이드'의 대립 구도 설정에서 뻔히 보이는 빈부 격차, 그 중 빈자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데 또 그 선택받은 빈자들이 여성, 유색인종, 동성애자들인 거죠. 배경을 20세기로 잡은 것도 단순한 추억팔이 말고도 이런 부분을 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였을 것 같구요. 등장 인물들이 극중에서 직접 본인들의 입으로 섀이디 사이드의 이 엿같은 삶을 마녀의 저주와 연결시키는 대사도 자주 해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힘써봐야 난 섀이디 사이드 사람이고 평생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주인공들이 마녀의 저주에 맞서 싸우는 건 본인들의 (말하자면) 저주 받은 마이너리티 숙명에 맞서 싸우는 게 되는 거겠죠.


 그리고 이렇게 메시지가 뻔히 보이는 이야기치고는 그걸 튀지 않고 거부감 들지 않게 잘 녹여냈습니다. 심심찮게 들어가는 유머도 한 몫을 한 것 같고, 또 참으로 악의 없이 허술하면서도 착한 주인공 패거리의 캐릭터들도 한 몫을 한 것 같구요. '난 PC를 강요(?)하는 영화가 싫어!' 라고 투덜거리기를 잘 하는 분들도 이 영화는 별 거부감 없이 재밌게들 보실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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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우자!!!!!)



 - 암튼 뭐... 다들 아시다시피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결말도 클리프행어식이구요.

 이 영화 하나만 뚝 떼어놓고 길게 무슨 얘길 하기는 좀 애매한 기분이라 이 정도로 간략하게 (저 치고는!!) 마무리하겠습니다.

 웃기고 슬프고 긴장감 넘치게 잘 뽑아낸 소품 호러 영화에요. 뭣보다 참으로 정이 가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내서 잘 굴려 먹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호러 영화들 보다보면 의외로 이렇게 정 가는 애들 나오는 공포 영화가 그리 많지는 않거든요. ㅋㅋ 그래서 더 몰입해서 잘 봤습니다.

 이미 사방에서 극찬이 쏟아지는 중이라 더 길게 영업할 필욘 없을 것 같고. 그냥 넷플릭스 유저시면 한 번 보세요. 사람들 호평만큼 재밌네요.

 다만. 이렇게 착하고 정이 가는 톤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와중에도 폭력 장면은 가차 없다는 거. 그것만 좀 감안해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 한국 버전으로 번안하면 지명에서 빵 터지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양지리와 음지리 주민들끼리 갈등하고 반복하고 뭐 그러는 얘기인 거잖아요? 심지어 구글로 확인해보니 둘 다 실제로 한국에 있는 지명이네요. 다행히도 둘이 붙어 있진 않아요.



 ++ 제발 쓰러진 살인마를 옆에 두고 노가리 까지 말라구요. 계획 다 짰으면 마음의 준비 같은 거 하지 말고 일단 실행부터 하라구요. 그리고 제발제발 기껏 살인마를 쓰러뜨려 놓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지 말라구요. 확인 사살을 해야지 이 사람들이... ㅠㅜ



 +++ '팔로우(It Follows)'라는 영화 생각도 조금 났네요. 사실 별로 닮은 영화는 아니지만 피할 수 없는 저주에 걸린 친구를 위해 가난한 동네 아이들이 참으로 장하고 갸륵하게 힘을 모으고 희생하며 돕는다... 라는 식의 이야기라서. ㅋㅋ

 그리고 주인공들이 정이 가는 호러가 또 뭐가 있었더라... 생각을 해봤더니 요즘 영화들 중엔 딱 떠오르는 게 '캐빈 인 더 우즈'네요. 이것도 참 재밌게 본 영화였어요. 정말 정이 안 갈 것 같은 놈들이 떼로 나왔는데 의외로 정이 가서 더 재밌게 본 듯.



 ++++ 근데 디나 엄마는 도대체 어디에서 뭐하고 있는 거죠. 제가 뭘 놓친 건가요. 아빠 이야긴 확실히 알겠는데 엄마는?



 +++++ 근데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중에서 '코나미 커맨드'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 게임 덕후셨어...

 주인공 동생이 설렐 때마다 읊는 정체불명의 대사 얘깁니다. ㅋㅋ 이거요.   ↑ ↑ ↓ ↓ ← → ← → B A



 ++++++ 90년대 배경 영화에서 이 노래 저 노래가 흘러다니며 사람들 올드 갬성 자극하는 건 참 당연한 일입니다만. 정말로 딱 그 시절에만 좋아하다가 20년간 잊고 지냈던 노래가 하나 흘러나와서 되게 반가웠어요. 



 그리고 영화하곤 정말 아무 상관 없지만 제가 가장 좋아했던 저 분 노래는



 이것도 패키지로 20년간 잊고 살았는데, 위 곡이 살짝 흘러나오니 바로 기억이 나더라구요.

 문자 그대로 20년간 묵혔던 뇌세포가 살아난 기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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