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스포가 있을 수도 있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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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영화 <굿보스>를 보았습니다. 제목에서도 훤하게 드러나다시피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닌" 한 자본가, 사장의 이야기입니다. 그 사장은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얽히고 설키는데 그 중 한명이 그가 해고시킨 호세라는 직원입니다. 좋은 기업 상을 받아야하는 사장 블랑코는 심사위원들이 오기 전에 빨리 그를 치워버려야 합니다.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회사 앞에서 자신을 계속 욕하며 구호를 외치는 전 직원을 좋아할 사장은 없겠지요.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하는 식으로 각 요일별로 막이 올라가는 이 영화는 며칠이 흘러가도 그 자리에서 버티고 서서 뭔가를 외쳐대는 호세와 그를 어쩌지 못하는 블랑코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에서 특기할만한 점이 있다면 호세의 이 투쟁을 블랑코가 직접 건드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모든 걸 원만하게 처리하고 싶어하는 블랑코는 맨 처음에는 퇴직금을 두배로 올려서 호세를 치워내려고 하지만 실패하고, 그 다음에는 몰래 경찰에 신고해서 그가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일종의 누명도 씌워봅니다. 그리고 그를 직접 만나 다시 자리를 줄테니 이 행위를 멈춰달라고 협상을 하기도 하죠. 이런 전개를 보면서 저는 좀 씁쓸해졌는데, 한국이었으면 그는 며칠 안되서 정체를 알 수 있지만 정체를 알 수 없기로 다들 작정한 용역 직원들에 의해 저 자리에서 버틸 수 있는 저 허름한 주거지를 다 파손당하고 심한 경우에는 자신의 육체도 완전히 거덜났을 게 뻔하니까요. 그렇지만 적어도 중후반부까지는 호세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고, 블랑코도 그런 계획까지 세우진 않습니다. 


블랙코메디이지만 현실과 아주 밀접하게 닿아있는 이 영화의 묘사는 한국의 현실을 훨씬 웃돕니다. 영화에서는 그런 전조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어떻게든 사회적 방식으로 처리하려는 식으로 그 갈등이 심화된다면, 한국의 현실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자본가 사이의 갈등은 웃음기를 싹 빼고 바로 암울한 일방적 폭행으로 진행되어버립니다. 아예 이런 게 관행처럼 되어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그래도 중후반부까지 평화롭게 투쟁할 수 있는 호세의 상황이 뭔가 좋아보이기까지 하더군요. 물론 스페인의 노동 투쟁이라고 해서 꼭 저렇게 따사롭고 사장에게 할 말 다하는 건 아니겠습니다만. 한국은 자본가가 용역깡패를 고용해서 노동자들을 "조져버리는 게" 너무 당연한 해결책으로 나오고 있고 법이나 사회도 그걸 묵인하고 있어서 아예 해결책이 안보이다싶은 상황이니까요. (이상할 정도로 친기업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뻔한 폭력에는 또 별말을 하지 않고 늘 '강성노조'같은 단어나 떠들어댑니다) 


이 영화에서 호세가 저렇게 투쟁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가 서있는 땅이 사유지가 아니라 공유지이고, 그 토지를 공유지로 소유한 국가가 블랑코의 별의별 공작질에도 넘어가지 않은 채 그의 투쟁을 묵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경찰도 저걸 터치할 순 없다면서 블랑코의 신고를 대충 마무리하고 떠나버립니다. 국가가 노동자의 편을 드는 게 아니더라도, 심지어 자본가의 편을 드는 일만 안해도 노동자들의 투쟁은 한결 더 안전하게 진행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게 이 영화의 수많은 숨은 의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은 과연 불공정한 편들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자본가와 국가의 협력적 탄압에서 어떻게 둘을 떼어놓고 노동자 대 자본가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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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한달전? 쯤에 <프랑스>를 본 것도 유사한 생각을 했습니다. 듀나님이 트위터에서 지적한 걸 보고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이 갑자기 한국의 언론 현실, 방송현실과 겹쳐지면서 좀 휘발되어버린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래도 영화 속 주인공인 프랑스는 자기가 위험지역으로 들어가서 그 라이브함을 직접 얻어내려곤 합니다. 중간에 편집을 해서 조작 비슷한 짓도 하고 나르시스트로서의 태도를 버리지 못해서 시종일관 앵글 중심에 자신을 크게 담는 짓도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열정이 있고 위선이되 선을 추구하기는 하니까요. 그런데 지금 한국의 언론들은 그런가요. 현장취재는 커녕 우라까이만 안해도 양반인걸요. 아니, 아예 취재를 안해버리거나 아주 의도적이고 편향적인 취재를 합니다. 그런 와중에서 프랑스의 언론인으로서의 태도는... 그래도 이 사람은 자기 명예와 자기애적 자아라도 걸고 있죠. 


영화는 시작부터 프랑스의 저속한 면모를 마구 보여줍니다. 매니저랑 멀리서 저질스러운 성적 농담을 제스처로 마구 주고 받으면서 무려 눈 앞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놔두고 신경도 안쓰면서 시청률 팔이로서 써먹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런데 전 이런 장면들이 그렇게 충격적으로 와닿지가 않는게, 대한민국의 메이저 언론이 대통령을 대하는 모습들이 더하면 더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대통령뿐인가요. 특히다 대형 재해의 희생자들에게 취재 열기를 불태우며 하루종일 쫓아다니고 카메라를 들이미는 모습들은 거의 윤리가 마비된 느낌이었죠. 그게 그냥 저질 언론들이었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언론들이 그랬단 말이죠. 그래서 영화가 뭔가 좀 약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니, 저것밖에?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제가 너무 다이나믹한 나라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죠. 이를테면 어떤 영화에서는 주 50시간 일하는 게 너무 과하다면서 관객들을 기겁시키려는 의도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코리아는 대선 후보가 무려 주 120시간을 진지하게 내뱉는 그런 곳이니까요. 유럽의 풍자영화들이 미적지근하게 다가올만큼 쓴맛 진하게 나는 국가의 현실에서 살고 있다는 게 참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영화를 만들면 그건 바로 현실을 반영하는 게 되어버리거나 현실의 예언이 되어버려서 그게 고통스럽기도 해요. 저는 똑같은 사건을 영화 바깥에서 보려고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봤던 것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현실은 아다시피... 늦었지만 추모와 분노를.


https://www.khan.co.kr/local/Gyeonggi/article/202201051619001


A씨는 “처남이 소지한 자격으로는 전기 연결 작업을 할 수 없었는데 하청업체에서 무리하게 보냈다”면서 “사고 이후에도 하청업체는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문제가 공론화되니까 이제서야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장비를 당연히 지급해줬어야 하는거고 현장 감독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기본적인 것들 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다운이 같은 죽음 생기지 않도록, 최고의 형벌을 내릴 수 있도록 힘 닿는 데까지 모든 수단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결혼을 앞둔 제 동생을 죽음으로 내몰은 한전과 하청업체의 강력한 처벌을 요청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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