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2년작이었군요. 런닝타임은 1시간 32분. 제목에도 적었듯 티비용 호러 영화입니다. 영화 성격(?)상 세세한 스포일러까지 적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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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가 옳았다!!!!)


 - 아마도 '주말의 영화'였던 것 같아요... 까지 적고 검색을 해보니 오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 방영 일자까지 다 나오네요. 주말의 영화가 맞고, 1986년 8월 9일 방영이라고 합니다. 그 시절 전통대로 '납량 특집' 성격으로 편성된 거였나봐요. ㅋㅋㅋ 연도랑 날짜까지 나오니 좋네요. 그 시절 제가 살던 집 안방 풍경도 생각나고 그 방구석에서 부들부들 떨며 이거 보고 있었을 제 꼴도 떠오르고 얼쑤 좋구나 지화자... (쿨럭;;)



 - 근데 뭐 딱히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 회자되거나 그럴 정도의 인기 영화까진 아니었어요. 사실 제가 기억하는 것도 인상 깊었던 장면 몇 개 뿐이었죠. 여자애 자던 침대에 불 붙는 거랑, 남자애가 뭐 가지러 집 지붕에 올라갔다가 창문에 밀려 떨어지는 모습, 결정적으로 피자 자르는 칼이 벽을 따라 스윽 올라가서 전화선을 박박 문질러 끊는 장면. 요것들만 기억나고 줄거리는 전혀 생각이 안 났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목은 기억이 나는 건, 듀게 덕분입니다. 너무 예전이라 언젠지 기억도 안 나지만 추억의 옛날 티비 영화들 제목 물어보고 답하는 분위기의 글에서 이 영화가 언급된 적이 있거든요. 아마 그 때 질문 올렸던 분도 피자 칼 얘기 하셨던 것 같은데. ㅋㅋㅋ

 암튼 그렇게 제목은 알게 됐지만 영화를 다시 볼 길은 없어서 오랜 세월 다시 보고 싶단 맘만 품고 있다가, 어제 갑자기 떠올라서 검색을 해보니 유튜브에 저화질이나마 풀버전이 뙇!! 반가운 맘에 무자막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재생을 하여 무사히(?) 다 봤습니다.



 - 혹시 저처럼 피자칼(ㅋㅋㅋ)만 생각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대략 스토리를 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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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를 타선 하나 없는 완벽한 개차반 패밀리)


 아빠, 엄마, 10살 갓 넘은 누나와 9살 남동생 + 외할머니로 구성된 가족이 새 집으로 이사를 가요. 다들 밝은 얼굴로 즐거운 척 하지만 뭔가 어두침침함이 있구요. 특히나 외할머니는 왠 여자애 사진으로 자기 화장대를 가득 채워 놓네요. 그리고 첫 날 밤부터 바로, 딸래미가 자던 침대가 불길에 휩싸인 후, 다음 날 밤부터 매일 밤 그 딸래미 혼자만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뭐 어차피 스포일러 다 할 거니까 이런 식으로 적을 필요가 없군요. ㅋㅋ 
 그러니까 1년 전에 교통 사고로 큰 딸이 죽은 겁니다. 그래서 온가족이 슬픔에 잠겼다가 극뽁!을 위해 기분 전환 삼아 이사를 한 거죠. 딸래미를 부르는 목소리는 당연히 죽은 언니의 목소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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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턴트 대역 안 쓴 것 같지 않습니까? ㄷㄷㄷ)


 그러다 결국 뿅! 하고 언니가 나타납니다. 그것도 백주대낮에!! 다만 여동생이 혼자 있을 때 갸한테만 나타나요. 그러고는 절대 가족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죠. 그놈들이 이 사실을 알면 널 정신병원에 쳐넣고 어떻게든 우릴 찢어 놓으려 할 거다. 그러니 약속 지켜라. 동생은 오케이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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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주 대낮에 특수 효과도 없이 출몰하는 프로 의식 부족한 유령님)


 그리고 복수(?)가 시작됩니다. 우선 막내 남자애가 키우던 이구아나가 갑자기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잠 자던 할머니 이불 속으로 들어가요. 자다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뜬 건강 안 좋던 할매는 심장마비로 빠이빠이. 며칠 뒤엔 잘못 날아간 프리스비를 주우러 집 지붕에 올라갔던 남동생이 자기가 들어가려던 창문이 확 열리는 바람에 데굴데굴 굴러 낙사. 아빠는 마티니 한 잔 하며 욕조에서 빈둥거리다가 욕조 위에 올려둔 라디오가 퐁당 떨어져서 감전사. 그리고 그 현장을 목격한 엄마가 부들부들 떨며 병원에 전화를 걸려는데 예의 그 피자 칼이 출동하죠. 그리고 이번엔 그 칼을 쥐고 있는 사람을 똑똑히 보여줍니다. 죽은 언니와 놀던 우리 둘째딸이에요. 엄마 왜 그래요? 라고 해맑은 표정으로 물으면서도 손에 쥔 피자 칼은 절대 놓지 않는 딸래미 때문에 겁에 질려 도망치던 엄마는 나선 계단에서 대차게 구르는데... 다행히도 팔만 다친 채로 차를 몰고 도주에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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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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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추억의 그 피자칼!!!! 왜 요즘엔 저런 거 안 주죠??)


 장면이 바뀌면 엄마는 집에 돌아와서 출장 간호사에게 간병을 받고 있구요. 딸래미는 좁은 방에 구속복을 입은 채로 갇혀서 정신과 의사에게 최면술을 시전 당합니다. 자~ 이제 사고가 났던 그 날로 돌아간다~~ 뭐가 보이니? 그리고 이 때 그 교통 사고의 진실이 밝혀져요.

 사실 죽은 언니는 엄마, 아빠, 외할머니 모두에게 풀파워로 편애를 받고 있었고. 게다가 성질머리도 별로라서 늘 주인공 여자애를 괴롭히고 있었던 겁니다. 그 날도 그런 체험을 반복한 후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다가, 언니가 잠이 들자 한 번 놀려보자고 남동생을 꼬셔서 언니의 양 발 신발끈을 하나로 꽁꽁 묶어 버렸는데... 사고가 난 거죠. 그리고 아빠, 엄마, 남동생이 차에서 탈출하고 정신차리느라 신경을 못 쓰고 있을 때 "나 좀 살려줘!!" 라는 언니 앞에서 대차게 차 문을 닫아 버린 우리의 주인공. 심지어 구하려 가겠다는 아빠를 말리고, 그 순간 차는 폭발. 안녕 언니.

 이상의 이야기를 마친 주인공은 갑자기 깔깔대고 웃으며 자기는 사실 언니이고 주인공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드립을 치고요. 당황한 의사가 정신 차리라고 한 마디 하자 표정이 이상해지더니... "안돼! 언니 가지마!! 사랑해 언니!!!" 라고 절규하다가 간호사들에게 침대에 묶여 끌려 나가요.

 드디어 끝입니다. 장소는 다시 집. 엄마가 약 먹고 홀로 침대에서 잠이 드려는 찰나에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간호사인가? 하고 불러보지만 답이 없구요. 그 순간 누워 있는 침대 발치에서 스윽하고 올라오는 사람의 그림자... 는 죽은 언니였네요. "안녕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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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헤헤헤헤 무섭지롱.)



 - 일단 좀 놀랐던 게, 이게 의외로 스토리가 탄탄합니다? ㅋㅋㅋ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그 교통 사고 사건에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는 게 제법이에요. 그게 밝혀지는 순간 그동안 봐 온 가족들의 모습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니까요. 또 결국 엄마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을 죽인 게 귀신이 아니라 딸래미였다는 것도 당시 기준 상당히 센 설정이었구요. 뭐 직접 난도질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폐륜 설정 자체가 당시에 흔한 건 아니었으니. 또한 마지막에 언니 귀신이 직접 나타남으로써 여동생이 귀신을 보던 게 단순히 정신이 나가서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반전에 반전... 으로 끝낸 것도 훌륭하구요.


 - 그리고 주인공 가족들 캐릭터가 하나하나 다 임팩트가 있어요. 시작부터 아주 마귀 할망구급으로 못되고 사악하게 나오는 외할머니. 다정하고 이성적인 척 하면서 사실 본인 생각만 해서 수시로 성질 드러나는 술고래 아빠. 단순한 개구쟁이가 아니라 여러모로 못돼 먹은 구석이 있는 남동생 녀석. (이 녀석 귀신 소리에 시달리는 누나를 골탕먹인다고 직접 유령 소리 흉내내 녹음해서 밤에 몰래 틀어댑니다 ㅋㅋㅋ) 그나마 멀쩡한 캐릭터가 엄마랑 살아 남은 딸래미 둘인데, 막판 회상씬으로 엄마는 큰언니 편애 및 큰언니의 행패를 방조한 죄가 생기고 살아 남은 딸래미는 귀신 들린 살인자가 되죠. 허허. 뭐 이런 내용 하나도 기억 안 났었지만 그래도 지금 다시 보니 상당히 임팩트 있는 스토리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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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를 알아볼 땐 집 주소도 신경 좀 씁시다.)


 - 마지막으로 주인공, 그러니까 여동생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후덜덜합니다. 이게 요즘 같으면 되게 조심스러울 역할인데 (어린 애한테 사람 죽이는 사악한 존재 연기 시키는 거니까요) 뭐 1982년에 그런 거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문득문득 섬뜩한 표정, 아예 그냥 작정하고 표독스런 표정 같은 걸 보여주는데 그게 되게 살벌한 느낌이에요. ㅋㅋ 물론 멀쩡하고 얌전한 어린이 연기도 나무랄 데 없으니 나름 호러 신동... 이었으나 검색해보니 커리어는 진작에 끊긴지 오래네요. 아쉽습니다.


 - 대충 결론 내자면요.
 어차피 추억 파워로 찾아 감상한 영화이고 그래서 그냥 '본 것만으로 만족' 모드라는 걸 전제에 깔고 하는 얘기지만 생각 외로 완성도도 준수했어요.
 별 두 개 주자면 미안하고 두 개 반은 좀 후한 느낌이지만 40년전 티비용 영화라는 걸 감안하면 별 셋은 줘야할 것 같은 느낌... 으로 좋았습니다. ㅋㅋ
 혹시 저와 같은 추억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시간 나실 때 감상해보세요. 자막 없고 화질 구리지만 대사들이 쉬워서 대충 맥락, 흐름 파악엔 문제 없을 겁니다. 화질도 마찬가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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