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사회에 대하여"라는 이전 글에서 무례함 자체에 대해 적었지만  이제는 무례한 논쟁에 대해서도 한마디 쓰고 싶습니다. 

보통 온,오프라인에서 논쟁이 산으로 가는 대표적인 경우는 두가지 인 것 같습니다.



1.'논지'가 아니라, 맞서고 있는 '상대방' 자체를 문제 삼을 때. (이것이 극단적일 때는 인신공격)



만약 상대방이 이런 방식을 취한다면 그냥 논쟁에서 신속하게 빠져나가거나 무시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왜냐면 이 경우는 이미 논쟁을 "a라는 주제에 대한 논의"가 아닌 "나와 너의 대결"로 보고 있을 뿐더러 모든 문제를 '그 사람'으로 환원해서 생각하게 되죠
.
그로 인해  논쟁은 상대방에 대한 공격과 자기 방어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에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평소에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공격당했다고 생각하거나, 그로 인해 감정이 상하면 역시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공격하게 되죠. 
만약 그걸 거절하고 빠져나갔는데도, 계속 공격하면 서로 멱살 잡히는 건 시간 싸움입니다.

애초에 '그의 논지=그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은 절대 이길수도 패할수도 없어요. 누구나 '자기부정'을 하는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 논쟁 문화에서는 비판을 당하면 자기 의견이 반박당했다고 생각안하고 자기가 부정 당했다고 여기거든요. (이건 교육의 문제가 큽니다.)

사실 반박당하는 것은 기분나쁠 수가 없습니다. 자기 얘기의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주제에 대해 더 나은 의견을 듣는 것은 '배우는 것'인데 그게 기분나쁠리가.
만약 반박당하는 것이 기분나쁘다면 애초에 자신의 견해와 스스로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거죠. 이렇게 동일시해서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 "네가 맞다"라고 해주는 게 편합니다.
그 의 속마음은 "인정받고 싶어"라는 심리적 기제로 가득할 가능성이 많거든요. 

(보통 아이들이 자신의 물건과 자기를 동일시하고 그 물건을 빼았으면 울고 화내고 떼 쓰죠? 하지만 커가면서 그걸 '분리'할 줄 아는 게 성인이구요. 심리학의 기초적인 얘기입니다.
의견과 자신, 소유물과 자신, 부모와 자식, 더 나아가는 "타자와 자신"이 분리가 제대로 안 된 성인이 얼마나 많은지는 아마 잘 알고 계실겁니다. 피하세요. )





2. 시작된 논지를 (자신이 불리할 때 혹은 뭐라 할 말이 없을 때마다) 맘대로 다른 point로 바꾸는 경우. (게다가 그 논지 전환의 행로가 자신에게 상식적이지 않다면 더 심각한 경우.)


(자신의 입장에서) 논지를 상식적이지 않은 전환으로 홀로 이행하는 사람은 따라가서는 안됩니다.(영화의 엉뚱한 씬 전환을 떠올려보세요.)
예전에 어머니가 그러셨잖아요. 나쁜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어두운 뒷골목으로 끌고 가면 도망가는 게 상책입니다. 
드래곤볼 '마인부우'편에서 계속 장소를 바꾸는 우주선이 있죠. "자신에게 유리한" 중력이 작용하는 장소로, 다 그런 경우입니다. 

이미 논쟁의 시작이 "a"라면 a에 대한 논의가 끝나고 "a-2"로 넘어가야 되는데 엉뚱하게 자신이 해석한 "c" "6"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a에 대한 논의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그러면 애초에 논쟁은 '무한대의 시간'을 요구해요. 불리할 때마다 계속 바꾸면 되거든요. 안 끝납니다. A=>~A가 아니라 a->c3->f->2. 아마 반박당할 때마다 "그럼 이건 뭔데?"로 나올겁니다. 
결국 이렇게 전환이 되다보면 위에서 설명한 1의 종착지로 다다르게 됩니다. "너는 근데 왜 그러냐?" 감정싸움-> the end.
이런 사람은 논지에 대해 말하고 싶은게 아니라 지고 싶지 않은거에요.

비판이라는 건 결국 상대방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고 난 뒤에서야 가능한 일입니다. 
애초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비판하나요. 글이 어렵다 라고 비판하려면 글을 이해하고 난 뒤에서야 가능합니다. 
"좋은 비판"을 당하면 "아 나를 잘 이해해 주었구나, 고맙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 "어? 나한테 왜 이러지?" 란 생각이 들지 않아요.

글을 봐달라고 하면 그 글을 잘 이해하고, 하고 싶은 말을 파악 해 준 다음에 "너가 말하고 싶은건 이건데 이 표현은 어렵다"가 맞습니다.
철학에 대해 주장하는데, 철학에 무지한 사람이 어떻게 논쟁을 겁니까. 그냥 딴지나 걸겠죠.(물론 요즘은 철학을 다 안다고 여기지만....)
영화에 대해 평론하는데 , 영화를 안 본 사람이 어떻게 논쟁을 겁니까. 그냥 역시 인상비평 하겠죠. (물론 글만 봐도 안다고 여기겠지만.....)
애초에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잘못 비판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판은 '선행된 이해'가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게다가 <어렵다 재미없다> 와 같은 감상과 인상을 "자신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박 할 수 없어요. 
영화 재미 없다는 걸 어떻게 반박하나요. 그는 그렇게 믿고 느끼고 있으니, "그렇구나"라고 해주면 됩니다. 
어떤 근거도 없이 "너는 참 어렵고 재미없다"라고 해주면 "허허허허 그래그래" 라고 하고 무시하면 됩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 느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신을 보고 느낀다는 사람"한테 신을 증명해보라고 하지마세요. 정말 보고 느낀다는겁니다. 
느낌,감상을 '주장'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느낌'에 대한 공감&비공감에 그치면 됩니다. 논쟁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무시하는데도, 물고 늘어지면서 달려든다면 조심하세요. 
그때부터 그건 사람이 아니라 개와 비슷하니까요. (전도 한두번 당해보셨어요?)





3. 모든 건 태도의 문제다.

차승원 씨의 요리솜씨를 두고 한 요리사가 말하더군요. 
"보통 요리솜씨를 판단할 때 그 사람이 칼을 어떻게 다루는지 본다. 칼을 얼마나 잘 휘두르는지 보는 것이 아니라, 칼을 어디에 두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 말이다. 그는 좋은 요리사다"

저도 최근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지식의 깊이나 넓이, 알고 있는 바가 많은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지식을 대하는 태도 입니다. (물론 깊이가 있는 사람은 태도가 불량할 수가 없습니다.)
exo의 으르렁을 듣는 사람이라도 (오해마세요.비유입니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열려있으면 더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자기계발서만 읽는 사람이라도 (오해마세요.비유입니다)  책을 대하는 태도가 좋으면 더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애초에 그것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닫혀있거나 잘못 잡혀있으면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습니다.

왜 지식은 책으로 배워라. 음악은 앨범으로 들어라 영화는 극장가서 봐라. 운동은 좋은 스승에게 배워라. 라고 할까요? 
배우는 내용은 똑같습니다만 그게 '지식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가장 잘 잡아주기 때문이에요. 
MP3로만 음악을 쉽게 접하고 스트리밍으로 듣기만 하면,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소비적이고 가벼워질 수 밖에 없고
SNS로만 지식을 접하고 의견을 들으면, 역시 지식을 대하는 태도가 소비적이고 가벼워 질 가능성이 많다고 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통 발전가능성이 많다 라고 하는 경우, 노래를 얼마나 잘하나보다 그 사람이 어떤 태도로 노래하는지를 보죠? 박진영이 어깨 내리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왜 유희열이 쌤킴이 기타 잡는 것만 보고 "잘치겠다" 라고 했는지. 싸움고수가 서있는 것 만 봐도 고수라는 걸 파악하는지. 다 여기서 시작됩니다. 태도가 좋으면 애초부터 너무나 많은 훈련을 이미 거친 겁니다.
자기맘대로 잘못된 습관이 잡혀있으면 (잘못된 태도가 오랫동안 유지되서 몸에 녹아있으면) 그걸 수정하기란 힘들고 더 좋은 노래를 접할 가능성이나 부를 가능성은 적다고 보는거죠.(복면가면에서 자세 보는 게 그 이유입니다.)
물론 기적적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갈수록 그걸 바꾸는 게 힘듭니다. 나이든 오디션 출연자가 탈락되는 경우가 거의 그렇죠.

무협영화에서 왜 사부가 제자에게 백두신공을 안 가르치고 허구헌날 지루한 자세만 가르치겠어요.
왜 군대에서 총 잡을 때 자세연습만 시키겠습니까. 운동할 때도 마찬가지. 태도가 곧 모든 걸 결정합니다.
스승이나 선배가 가르치는 건 어떤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일 수 밖에 없고 그것이 곧 그 사람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내공은 보통 지식의 양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잘 잡혀있는지에서 나옵니다.

대학에서 배운 것이 얼마나 오래가겠어요? 하지만 대학에서 '공부하는 태도'를 잡은 사람은 계속 배울 수 있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운동에서 배운 것이 얼마나 오래가겠어요? 하지만 운동하는 자세가 좋으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삿짐 나르시던 어르신이 그러더군요. "이 놈아 짐 옮길 때 중요한 건 힘이 아니라 자세여...잘못 자세 잡으면 네 몸만 다친다.!" 

논쟁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 보다 어떤 태도로 논쟁에 참여하는지 봐야합니다.  
논쟁을 할 때 그 사람이 나를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거기서 참여할 지 안 할지 결정하는 게 우선입니다. 
(애초에 그 사람이 자신을 '대상화' 하고 있는 경우가 가장 위험합니다.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례한 사회에서"란 글에서 다룬 주제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산'에 가지마세요. 



















+EXO 으르렁 춤을 마스터했습니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