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에 가족분께서 보고 싶다고 직접 예매까지 하셨길래 뮤지컬을 보고 왔는데, 어제 출근해 보니 직장 옆 자리 앉는 분 자리에 영화 DVD가 굴러다니길래 본의가 아니게 연달아 감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뮤지컬은 더블 캐스팅 배우들이 김자경, 전수경, 이현우였던 공연이었는데. 뮤지컬에 대해선 쥐뿔도 몰라서 무슨 의견은 없구요(...)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아바의 노래는 '댄싱 퀸'입니다. 무척 뻔한 취향이긴 하지만 암튼 그래요. 아바의 나머지 노래들을 다 합한 것보다 댄싱 퀸 하나가 더 좋아요. 개인적으론 좀 이상한 추억이 있는 노래이기도 하고. 뮤지컬, 영화를 연달아 보고 난 지금엔 다른 노래들에도 좀 더 애정이 생기긴 했는데, 그래도 역시 댄싱 퀸이 짱입니다. -_-b 근데... 이거 좀 슬프게 들리는 노래 맞죠? 신나서 좋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제가 변탠가 하는 생각이...;


- 뮤지컬은... 보던 날은 피곤하기도 했고 또 이상하게도(?) 별로 재미가 없어서 중간에 좀 졸았습니다. orz 일단 그 번역투의 대사가 너무 거슬리더군요. 이 뮤지컬만 그런 건 아니긴 하겠는데, '햄릿' 같은 걸 볼 땐 그게 어차피 사극이라고 생각하고 보다 보니 말투가 어떻든 신경이 안 쓰였는데. 이건 참 적응이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뮤지컬을 즐기지 못 하나 봅니다. 뮤지컬 '영화'는 좋아하는데... -_-;;

 그리고 찐한(?) 개그가 많이 나와서 좀 의외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이해가 가긴 했는데, 뮤지컬이 수위도 빈도도 훨씬 높고 셌던 듯. 


- 그래서 결국 전 영화가 나았다는 얘긴데. 뭐 이건 애초에 서양 배우들이 나오는 외국 영화이고 대사는 자막으로 보다 보니 번역투는 안 거슬렸구요. 많이들 놀림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 피어스 브로스넌의 노래 실력도 전 들어줄만 했습니다. 아이돌 팬질 좀 하고 '드림하이2' 같은 걸 보고 있다 보면 그 정돈 괜찮아요. 전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영화판이 더 좋았던 진짜 이유는 그런 게 아니라 '댄싱 퀸' 과 'Slipping Through My Fingers'. 이렇게 두 장면 때문이었어요. 일단 '댄싱 퀸' 장면은 어찌보면 참 뻔하다 싶은 영화 속 뮤지컬 장면이었는데도 참 보기 좋고 기분 좋고 예쁘더군요. 특히 (주관객층이었다는)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들께선 보면서 완전 신나셨겠다는 느낌이. 그리고 메릴 스트립이 딸 시집 보낼 준비를 하며 부르는 'Slipping Through My Fingers'는 대충 막 흘러가서 스토리고 인물 감정선이고 챙길 겨를이 없던 이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감정 이입이 되는 감동적인 장면이었어요. 메릴 아줌마 표정이 참 좋았고. 아만다 사이프리드도 시집 보내기 아까운 이쁜 딸래미의 모습으로 참 훌륭하더라구요. 실은 그런 것 치곤 지나치게 섹시하긴 했지만


- 전 배우들 면면만 보고선 뮤지컬에서 이현우가 맡았던 날라리 부자 아저씨 역할(마지막에 커밍 아웃하는)이 당연히 피어스 브로스넌이고 성기윤씨가 맡았던 도나가 정말로 사랑했던 진중한 아저씨 역할은 콜린 퍼스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미지가 그 쪽이 맞지 않나요? -_-;; 진중하고 애틋한 피어스 브로스넌과 날라리 갑부 콜린 퍼스라니. 이 조합이 어색하다고 느끼면 제가 이상한 건가요;


-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아버지 후보 역할을 맡았던 스텔란 스카스가드 아저씨. 이 분의 순박하고 해맑은 표정을 볼 때마다 참 난감했습니다. 이유는 생략;


- 노래 가사와 영화 속 상황이 전혀 매치가 안 되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좀 웃겼구요.


- 어쨌거나 밑도 끝도 없이 밝고 긍정적이고 행복한 이야기에 아바 노래를 두 시간 동안 듣고 나니 확실히 기분은 많이 좋아지네요. 하하.


- 바낭에 제대로 된 결론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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