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자조 -> 무려 12명중에서 탈락자로 선정] 같은 개망신(...)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에 출연을 결정한 가수들의 사정은 거의가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황금 시간대에 공중파 티비에 출연해서 자신의 건재함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그 덕으로 앨범도 팔고 콘서트도 홍보하고... 뭐 그런 거겠죠. 심지어 이승환 같은 사람도 '콘서트도 망했으니 티비에 나가야겠다!'라는 절박함 때문에 '위대한 탄생'의 멘토 역을 맡을 정도이니까요.

 근데 그렇기 때문에 '1위도 나간다'라는 시즌 2의 룰은 승자조에 들어간 가수들에게 괴상한 딜레마를 안겨줍니다. 홍보는 될만큼 잘 하되 너무 잘 해서 1위가 되어 버리면 곤란하다는 것. 오늘 가수들의 잔잔하고 본인 취향에 충실한 선곡들이 맘에 들면서도 좀 찝찝한 느낌을 남겼던 건 아마도 그래서였던 것 같습니다. 눈치들을 보더라구요 이 사람들이. -_-;;


- 박명수에게 말할 기회를 적당히 박탈했더니 프로가 훨씬 보기 편해졌습니다. 성실한 모니터링 감사(...) 가수 한 명의 무대가 끝날 때마다 대기실의 가수를 재촉해서 한 마디씩 소감을 시키던 것도 '그냥 반응을 비춰준다' 정도로 바꾼 것 같더군요. 어색함이 덜해져서 맘에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2시즌 방송 중 가장 나았어요.


- 다만 1시즌에 비해 확연하게 아쉬워진 부분이 있으니 그건 바로... 가수들끼리 꽁냥거리는 분량이 사라져버렸다는 겁니다. 뭐 어쩔 수 없긴 하죠. 탈락자가 결정되는 주의 시청률은 대박. 탈락자가 없는 1차 경연의 시청률은 그럭저럭. 이도 저도 아닌 중간 평가 주간은 쪽박이었던 1시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 텀을 쭉 다 경연으로 채워 버린 거니까요. 하지만 정말 다른 것 아무 것도 없이 경연, 경연, 경연만 이어지니 새로 들어온 가수들에게 정 붙일 부분이 없어져서 오히려 몰입도는 좀 떨어지지 않나 싶어요. 처음부터 이런 시스템이었다면 '보다보니 정들었네'의 대표격인 조관우 아저씨 같은 분은 아마 광속 탈락으로 사라지지 않았겠습니까.


- 오늘의 ARS 안내는 인피니트였죠. 좋은 선택이었...; (하지만 노래도 다 부르는 메인 보컬 둘에게 이것까지 다 시켜 버리는 건 좀 가혹하잖아!! 명수를 시켜야지!!!)


- 뭐 어쨌거나 가수들은...

 1) 이수영 무대를 보며 이승철이 얼마나 훌륭한 보컬이었는가를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인간적으로, 음악적으로야 어쨌든 참 노랜 잘 불러요. 이수영도 딱히 크게 부족할 건 없게 부른 것 같았는데 그냥 무난하고 심심하네요. 그래도 망가진 컨디션으로 우려를 샀던 지난 경연에서의 모습을 생각하면 안심이 되더군요. 얼른 리즈 시절 모습을 되찾길.

 2) 김건모는 지난 경연에서 담담, 소박한 곡으로 승자조에 올라가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아요. 시즌 1 같았으면 이런 선곡에 이런 편곡 보여줄 수 있었겠습니까. 너무나도 편안해서 '이 아저씨 탈락 없다고 날로 먹네ㅋㅋ'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무대였습니다. 하지만 듣기 좋았으니 됐구요.

 3) 제가 이번 주에 1위가 되길 정말 간절하게 바랐던 이은미(...) 선곡을 보자마자 실망했지 뭡니까. 김건모와 마찬가지로 '나 1위 안 할래ㅋ' 라는 선곡이었지만 듣기 좋았으니 뭐.

 4) 박완규는 본인 캐릭터대로 그냥 아무 것도 신경 안 쓰고 자기가 부르고 싶었던 노래 자기 스타일대로 불렀던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이 프로의 컨셉과 잘 맞다 보니, 게다가 무대가 훌륭하기까지 했다 보니 1위에 등극하는 비극-_-을 맞게 되어 버렸고. 그래서 전 슬펐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완규 아저씨. 더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흑흑; 암튼 정말 제대로 삘 꽂혀서 노래하더군요. 워낙 몰입하는 게 역력해 보여서 소박한 퍼포먼스였지만 임팩트도 있었구요. 1위할 줄 알았습니다.

 5) 김연우가 1시즌에서 광탈할 당시 원래 팬들 사이에선 '우리 연우님하가 이 프로 때문에 창법이 이상해졌어요!' 라는 안타까운 반응이 있었는데... 오늘 그걸 좀 확인시켜 주더군요. 그냥 예전 스타일로 돌아와주면 안 되시겠습니까. 이토록 '나는 가수다 스타일'의 창법과 편곡이라니. ㅠㅜ 컨디션이 많이 안 좋다는 본인 말대로 실수가 많이 보이긴 했지만 선곡이 좋았고 그냥 듣기엔 괜찮았어요.

 + 근데 이 노래가 뭐 그리 마이너한 곡이라고 그런 설명을 덧붙이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유명한 곡인데다가 리메이크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되었던 곡인데요. 당장 이 프로에 출연 중인 김동욱도 불렀었고 투투(...) 버전도 라디오를 꽤 많이 탔었죠.

 6) JK김동욱 무대도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1시즌에서 자진 하차하지 않고 버텼다면 지금쯤 확 떠서 콘서트, 음원으로 뽕을 뽑고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2시즌은 반응이 좀 약해서...;


- 가수가 12명이나 되다 보니 탈락할 확률이 낮아져 보이긴 하지만 1위까지 나가는 방식이라서 가수 회전율(...)은 전보다 높아졌습니다. 전에는 1/7 이었다면 이제 2/12 = 1/6이니까요. 근데 그래도 명예 졸업 같은 걸 만들어 놓지 않으면 1년 내내 애매~하게 버티게 될 가수들이 많이 나오게 될 텐데 제작진이 어찌할지 모르겠군요. 어쨌거나 이제 박완규가 나갔으니 다음 차례는... 1시즌 중반부터 장기간 대기타고 있던 소찬휘가 들어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 암튼 어쩌다 보니 탈락자는 백두산. 1위는 박완규. 11명+1팀 중 락을 한다던 사람들이 죄다 사라져 버렸네요. 역시 한국 사람들은 락은 안 좋아해도 락 발라드는 참 좋아해요. 샤우팅도 시끄럽다고 싫어하지만 고음 발라드에 들어가면 사랑하구요. <- 박완규의 대타는 별로 기대가 되지 않지만 백두산의 대타는 좀 궁금해집니다. 밴드 자리는 밴드로 채우는 게 전통이었던지라.


- 그래서 괜히 생각나 올려 보는 노래 한 곡.



한국식 락 발라드에 환장하던 친구들 사이에서 숨겨진 명곡 취급을 받던 노래죠. 역시 노래방 가면 고음 락 발라드만 불러제끼던 친구놈들의 단골 레파토리이기도 했고;

크게 히트한 적은 없어도 알 사람은 다 아는 노래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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