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에서 만난 마루

2015.01.02 19:14

mockingbird 조회 수:2163

오늘 휴가라 집 근처 관악산에서 아침 산행을 하던 중 거의 반쯤 얼어있던 아가 냥이를 발견,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진 녀석을 급히 배낭 안에 있던 수건으로 싸서 품 속에 집어넣었어요.

안아올리는 데도 냐옹거리기만 할 뿐 전혀 반항하지 않더군요.
거의 정상 다다른 지점이었던 지라 뛰다시피 잰 걸음으로 내려왔는데도 1시간 걸렸죠.
내려오는 길 내내 품 속에서 나옹나옹거리다 다 내려왔을 즈음엔 기운을 좀 차렸는지 제 옷속을 탐험하기까지...;

이빨 난 상태를 보니 최소 2개월령은 넘은 듯해서 바로 따끈히 데운 우유랑, 우리 몽몽이 밥에 섞어주는 닭가슴살+명태 삶은 거, 삶은 고구마 섞어서 으깨주니 허겁지겁 먹어치우네요.
11시에 집에 왔는데 지금까지 벌써 다섯 번의 식사를 했어요. 오래 굶주린 듯한 배에 갑자기 많이 들어가면 탈날까봐 조금씩 주긴 했지만요











너무 말라서 안으면 바스라질 것 같아 겁나요.
조심조심 대충 따뜻한 물로 씻겨 놓으니 거지 꼴은 좀 벗어났네요.
아무도 안보이면 불안해선지 자꾸 나옹거려요.
제 무릎에도 폴짝 잘 올라오고 어머니가 귓속 청소해주신다고 주물러도 가만히 있어서 당신께는 살짝 점수를 딴 듯.
(우리집 독불장군 몽몽이는 어머니께 너무 도도히 구셔서 외출했다 돌아오신 직후 10분 정도만 스킨쉽을 허용하심.;)
몸이 너무 약해진 탓에 기운이 없어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눈 마주치면 눈웃음짓듯 스르르 감는게 완전 순둥이같기도 하고요.
지금은 14살된 우리 몽몽이 품 속을 파고들더니 곯아 떨어졌어요.






다음 주엔 병원에 한 번 데려가봐야겠어요. 구충제도 먹여야 할테고...
냥이 키우는건 처음이라 여러 유명 카페도 가입해서 공부 좀 해야할 듯 싶네요.








산 정상에서 만난 처자라 '마루'라고 호명할까 하는데, 더 좋은 이름 알려주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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