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21 00:25
시간도 늦고 졸리기도 하니 간단하게만 쓰고 자러 갑니다. ㅎㅎ
1월의 주제도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였어요. 오간 이야기가 많은데.. 결론적으로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가 유려한 문체로 써낸 위인전.. 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발제와 감상은 책에 등장한 역사적 장면과 인물들 중에 마음에 와닿았던 것들을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는것이었구요. 오간 이야기가 재미있었는데 그건 그 자리에 오신 분들끼리만 알 일이라. 음..
치맥 모임이기 때문에 줄기차게 치킨과 맥주를 먹고 마십니다. 2월에는 매너리즘에 빠지는 걸 경계하기 위해 스시와 사케로 종류를 바꿀 계획이지만.. 아무튼. 2월의 추천도서와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고딕성당_데이빗 매컬레이 : 그림이 예쁩니다. 중세시대 성당 축조작업을 상세히 보여줍니다.
2.우리본성의 선한 천사_스티븐 핑커 : 인류는 진보하고 있는가에 대한 1400여페이지의 대답이라고 합니다.
3.21세기 자본_토마 피케티 : 이 책 안읽으면 간첩.. 까지는 아니고 요즘 가장 핫한 책이죠.
4.밤이 선생이다_황현산 : 마음을 쉬게하는 책이라고..
5.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_이범준 : 통진당 해산 사태로 유명해진 헌법 재판소의 성립과 굵직한 현대사를 다룬다네요.
6.자기앞의 생_에밀 아자르 : 로맹 가리가 써낸 인생에 대한 통찰
7.아직은 신이 아니야_듀나 : 오로지 듀나님에 대한 팬심으로 추천해주심. 사실 저도 팬입니다.
8.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_존 르카레 : 오로지 재미 하나만으로 추천해 주셨다고. 얼마전에 영화도 했었지요. 이비에스에서..
공정한 투표 시스템으로 고딕성당이 선정되어 다음달 주제 도서는 고딕 성당, 발제자는 제가 되겠습니다. (이 얼마만의 일인가요..흑..ㅜ.ㅜ)
참고로 4회째 모임을 마친 지금까지 읽어온 책은 동적평형_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_쥐_광기와 우연의 역사 입니다. 추천받은 책들중에서도 좋은 책들이 많아 횡재하는 기분이기도 하지요.
모임을 하면서 느낀건 이 모임의 제일 큰 장점은 다양한 연령대, 직업, 성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시각과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읽고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즐거움은 술과 함께해서 그런것도 없지 않겠으나 굉장히 상쾌한 지적 유희라는 기분입니다. 물론 치열한 학구적 탐구와 토론은 부족하지만 애초에 살짝 나이브한 모임을 지향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이크.. 말이 점점 길어지네요.
다음달을 기대하며.. 살짝 광고 하나. 애초에 의도했던 모임으로 자리가 잡히고 있습니다만.. 활동이 없으신 분도 계시고해서 구성원을 좀 늘려볼까 싶습니다. 책과 사람, 술과 치킨을 좋아하시는 분이면 제한없이 받아들입니다만.. 활동 규칙이 있으니 따라주실 의향이 있고 이름, 나이, 직업 정도는 공개해주실 의향이 있으신 분들에 한해 카페에 초대할까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쪽지 주세요. ^^ 그럼 좋은 밤 행복한 꿈들 꾸시길.
2015.01.21 03:18
2015.01.21 03:50
2015.01.21 09:30
고딕성당 - 데이비드 맥컬레이 맞겠죠?
스시와 사케, 기대하겠습니다. : )
(쓰고보니 본문에 저자가 써있었어.... OTL)
2015.01.21 09:53
미드 '대지의 기둥' 개봉 즈음에 배경지식 삼아서 '고딕성당'을 읽었는데, 완전 꿀잼ㅎ
'도시', '성' 등,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다른 책들도 강추합니다.
2015.01.21 10:20
저는 가입은 했는데....모임에 대한 공지를 받지 못해서....어떤 루트로 접촉해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2015.01.21 10:29
혹시 아이디와 닉네임을 바꾸신게 아니라면 저희 모임에는 가입되어 있지 않으신것 같은데요. 뭔가 오해가 있는게 아니신지..
2015.01.21 11:07
그냥 구글로 메일만 보냈는데...그리고 운영자님으로부터 답변 받았고... 저는 메일로 공지가 오나 하고 있었는데...그 다음엔 어디에 또 가입을 해야 되나요?
2015.01.21 13:39
구글로 보내셨다면 저희 모임이 아닌것 같습니다. 다른 강남 독서모임이 있는데.. 그쪽에 가입하신게 아닌가 싶네요.
2015.01.21 10:53
슈테판 츠바이크의 전기작품을 서너편 읽었는데, 어렸을 때 <비운의 왕비>라는 어린이용 전기로 <마리 앙트와네트>의 전기를 제일 처음 접했습니다.ㅋ
(대체 어떻게 그런 내용을 애들 책으로 낼 생각을 한 건지...-_-;;)
대학생이 된 이후로 제대로 된 완역본으로 <마리 앙트와네트>를 다시 읽었구요. 그 뒤로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 <마젤란>, 대혁명기의 기회주의 정치가 <죠셉 푸세>, 르네상스의 현자 <에라스무스>....그리고 종교개혁의 기수 장 칼뱅과 사사건건 맞서다가 죽은 어떤 지식인의 전기도 읽었는데....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이구만 이 양반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군요-.,-
여튼, 지난 세기에 나온 책이지만 치밀한 고증과 그에 따른 작가의 해석이 정말 재밌는;; 책이지요. 이 해석이 아마도 이 책의 매력일텐데...츠바이크는 당대를 풍미한 정신분석학에 너무 과도하게 치중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성숭배도 강한 편이구요. 아마도 이 부분이 페미니스트 평론가들에게 가장 비판받는 지점일텐데, 독립적인 여성성은 부정적으로 보는 반면 어머니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킬때는 거의 성모 마리아 삘이더군요ㅋ
아마도 페미니즘 영역에서 모성숭배를 비판할 때 가장 괜찮은 예시작이 이 양반의 여성 인물 전기들일겁니다.ㅋ
예를 들어 엘리자베스 1세나 메리 스튜어트, 마리아 테레지아, 마리 앙트와네트 등 여왕들과 여제 그리고 왕비들의 정치적 업적을 언술할 때의 서술은 정확히 '국모 예찬'에 다름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들에 대한 독립적인 여성으로서의 묘사에서는 19세기식의 여성 비하가 일상이라....--;; 처음엔 이 양반이 왜 이리 왔다갔다 하나 싶었는데, 그게 바로 그 얘기더군요. "여성은 불완전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그런데 이를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 츠바이크의 칼뱅의 신정정치에 대한 증오나 대혁명기의 쟈코뱅파에 대한 증오는 너무도 똑같아서 - 인물에 대한 서술이나 묘사도 아예 동일;; - 누가 보면 대혁명기에 프랑스에 신정정치가 도래한 줄....;; 거기다 다른 남자 정치가들, 황제나 왕들 또는 다른 재상들에 대한 묘사도 험악하기 짝이 없단 말이죠--;;
그냥 이 양반에게는 독립적인 남자와 여자는 너무나 불완전하고 부정적인 존재이고 -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가로서는 말입니다-.,- 오직 모성을 갖춘 여성 지도자만이 국가와 사회를 훌륭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맹신에 빠졌다는 생각이--;;
여튼 그동안 페미니스트들이 그토록 비판해온 '모성숭배'에 대한 전모를 보여줬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라서요ㅋ
2015.01.21 11:09
반면 르네상스 지식인들이 대한 평가는 정말 높이 살 만합니다.
16세기 인문주의 대두 이후 유럽 지식인 사회에서는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이 두 쌍두마차가 유럽 사회를 이끄는 견인차가 되었는데, 사실 이 두 사상은 하늘 아래 공존할 수 없는 불구대천의 적이었죠;; 사실, 르네상스 - 인문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종교개혁 - 기독교 근본주의 운동이 나왔다고 보는게 타당할 듯ㅋ
이들의 적나라한 사상적 다툼이 츠바이크의 전기 <에라스무스>에 간명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츠바이크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에 오스트리아에 사는 유대인 지식인으로 그 자신 그 시기 다른 유대 중산층과 같이 그 어떤 유대적 전통도 갖지 않은 순수 유럽인--;; (뭐래ㅋ) 이었지만, 차츰 자기네들 목을 죄어오는 유럽의 반유대주의의 위험한 열풍을 잘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불안감이 칼뱅같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나 대혁명기의 공포정치에 대한 묘사에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로베스피에르와 장 칼뱅을 동격으로 묘사하는 건 정말 번짓수를 잘못 찾은듯 싶은데, 이거야 뭐...이 양반이 결국은 어쩔 수 없는 보수 중산층 부르주아라서 혁명적 부르주아에 대한 반감 때문인듯 하네요--;;)
2015.01.21 11:16
다시 르네상스 지식인들에 대한 얘기로 돌아와서,
츠바이크 선생은 에라스무스 같은 인문주의자들이 저지른 치명적 오류가 바로 농민을 비롯한 노동자 계층등 당대의 유럽 민중과 전혀 연계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는 것을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게 정말 탁견인 것이, 왜 하필 유럽에서 15, 16세기 전반기의 인문주의 열풍 뒤에 바로 기독교 근본주의가 태동하고 무슨 오늘날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 같은게 유럽에 마구 들어서고 (내기 못살아....정말;;) - 독일과 스위스를 비롯한 동부 유럽의 낙후된 지역에서는 IS같은 조직들도 마구 설쳐대기 시작했는지 정말 잘 설명해주기 때문입니다--;;
2015.01.21 11:33
그건 바로 에라스무스 같은 인문주의 지식인들이 평범한 유럽 민중은 뒤로 한 채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언어를 쓰고 - 예, 바로 라틴어 말입니다.ㅋ 그 언어로 서로 서신을 교환하고 소통하며 대중과는 전혀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거죠. 사실 마르틴 루터나 장 칼뱅을 비롯한 종교 개혁가들이 민중에 대한 태도와 이들 인문주의자들은 정말 근본적이 차이점이 있습니다.
종교 개혁가들 대부분이 제일 먼저 시작한 사업이 성서를 독일어나 불어, 영어 같은 자국어로 번역해 농민을 비롯한 유럽 대중에게 뿌리기 시작하면서 적극적으로 이들을 자기네 세력으로 포섭하는 생각을 한 반면,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은 그냥 오로지, 자기네들끼리만 고고한 상아탑에서 머무르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들이 유럽의 민중이나 농민들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이들의 저서를 보면 지배계층이나 종교 광신자들에게 착취당하고 무참히 학살당하고 희생되는 유럽 대중에 대한 고통과 연민의 시선이 있습니다만, 그게 문제가....그 책들이 다 라틴어나 그리스어로 되어 있다는 겁니다....--;;
애초에 자기들 지식과 생각을 평범한 대중과 나눌 생각이 없었던 겁니다;; 뭐랄까...민중의 고통은 잘 알고 있지만 그걸 그 민중과 생각을 교환하기 보다는 그냥 우리들끼리 얘기만 하고 끝내자는 느낌?
아니면 세상을 움직이는 건 우리들 지배계층이니까 농민들이 이런걸 다 알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던건지...-.,-
여튼 츠바이크는 르네상스 지식인들의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진심 가슴 아파하고 있더군요. 진정 그로서는 그렇게 느낄 것이 바로 기독교 근본주의가 옷만 바꿔입고 나치즘으로 도래하고 있었고 이를 앞서서 막아야 할 유럽의 소위 지성인들은 르네상스 시절 인문주의자들처럼 소심하게 굴며 뒤에서 자기들끼리 비난만 할 뿐 나몰라라 하고 있었으니까요....;;
2015.01.21 13:40
논의에 부족한 학구적 시선을 이렇게 보충해주시니 반갑고 고맙습니다. 늘 쓰시는 글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2015.01.21 17:09
재밌게 읽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2015.01.22 00:21
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수고 감사합니다
2015.01.21 13:47
매너리즘 NO! 치너리즘 YES!
(--> 이정도 수준의 댓글이 우리 모임의 주요한 논쟁거리인데 Bigcat님 덕분에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군요. ㅎㅎ 덕분에 많이 배우네요 ^^)
2015.01.21 17:11
오! 모임에서 책에 대한 정말 열띤 얘기들이 오가나 보네요ㅋ 관심있는 주제라면 정말 즐거우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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