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유머 감각이란 찾아볼 수 없다. 과도한 자의식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며, 또 무척 예민하다. 누군가 고양이 비위를

맞추려고 애쓸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마땅한 이유는 없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자극적인 치즈를 혐오하는 누군가에게

왜 림버거[벨기에 리에쥐 지방의 치즈로 고약한 냄새와 얼얼하게 매운 맛이 특징]를

좋아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매위에서 잠든 새끼고양이를 깨울까 봐 대신 값비싼 

비단 자수가 놓인 소매를 잘라냈다는 어느 중국인의 심정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벨은 피트를 강아지 대하듯 어르면서 자신이 녀석을 '좋아한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 

(벨: 좋아하는 여자, 피트: 키우는 고양이)

그러니 녀석이 할퀼 수 밖에. 그러고 나면 똑똑한 녀석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 오랫동안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녀석을 한대 칠수도 있었지만 때린 적이 없다.

적어도 내가 피트를 때린 적은 없다. 고양이를 때려봤자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고양이는 때려서가 아니라 인내심으로만 길들일 수 있는 존재다.



대신 피트가 할퀴어서 생긴 상처에 약을 발라주면서, 벨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설명해 주려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미안해. 진심으로 미안해! 하지만 당신이 또 그런다면 이런 일은 또 일어날 거야!"

"난 그저 피트를 쓰다듬어 주려 했을 뿐이라고요!"

"아, 그랬겠지. 하지만 당신은 고양이를 쓰다듬은게 아니야.

그건 강아지한테나 어울리는 거였어. 고양이는 절대 토닥거리면 안돼,

그건 둘겨 패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고양이 발톱의 사정거리 안에서는 

절대로 갑작스런 행동을 해서는 안돼. 당신이 무얼하려는지 고양이가 알게 하고 나서 고양이를 만져야 해.

그리고 고양이가 그걸 좋아하는지 잘 살펴야지. 쓰다듬는 게 싫더라도 얼마간은 예의상 참긴 할 거야.

고양이는 아주 경우가 바르거든. 하지만 고양이가 버티고 있는 거라면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멈춰야 해."



나는 참았던 질문을 어렵게 꺼냈다.

"당신 사실은... 고양이를 싫어하지, 그렇지?"

"뭐라고요? 당치 않은 소리예요! 당연히 좋아하죠. 하지만 ..그래요.

고양이를 다뤄본 경험이 많지는 않아요. 그 암고양이 참 까다롭네요, 안 그래요?"

"수고양이야. 피트는 수놈이야. 까다롭지 않은 편이야.

항상 대우를 잘 받았거든. 고양이 다루는 법을 배워야겠어.

가만있자. 고양이 앞에서는 절대 웃으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네? 정말로요? 왜죠?"

"고양이가 장난을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니야. 고양이는 엄청나게 익살스러우니까.

하지만 유머 감각이 없기 때문에 웃는 걸 기분 나빠하지. 아, 당신이 웃었다고

피트가 할퀸 건 아니었을 거야. 피트는 그저 어슬렁거리고 싶었을 뿐이고.

당신은 녀석과 친해지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것 뿐이니까. 하지만 그리 심각한 건 아니야.

고양이 마음을 달래주는게 훨씬 중요하지. 피트가 돌아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보여줄게."



-중략-


그녀는 우리가 벨 에어 지역에 땅을 장만 할 때까지 도심의 아파트에서 살기를 원했다.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아. 난 공장 근처를 떠날 수 없어. 

게다가 시내 한복판 아파트에서 고양이를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해?"

"아, 그거! 말 한 번 잘 꺼냈어요. 안 그래도 고양이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던 참인데.

우리 피트를 거세시키는 게 어때요? 그럼 녀석은 훨씬 얌전해질 거고 아파트에서도 잘 살수 있을 거예요."


나는 내 귀를 믿을 수 없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저 백전노장을 고자로 만들자고?

녀석을 난롯가의 장식물로 바꾸자고?

"벨, 당신 지금 무슨말을 하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그녀는 예의 뭐든 다 안다는 엄마 같은 태도로 혀를 차고는, 고양이를 일종의 재산으로 착각하는

사람 특유의 지론을 늘어놓았다. 거세시키는 것이 피트를 다치게 하는 일은 아니라고요. 

거세는 피트를 위한 거예요, 당신이 얼마나 피트를 애지중지하는지 내가 왜 모르겠어요, 

난 당신과 피트를 떼어놓을 생각은 해본 적도 없어요, 거세가 얼마나 간단하고 안전하며

모두에게 좋은 일인데요. 등등. 나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럼 우리 둘 모두 거세하는 건 어때?"

"무슨 말이죠?"

"거세하면 나도 그렇게 되지 않겠어? 아주 말 잘듣는 사람이 될 테고

밤에는 꼭 집에 있을거고 당신한테 목소리 높이는 일도 없겠지. 

당신 말마따나, 다치게 하는 일도 아니고 말이야. 훨씬 행복해지는 길이겠군."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말도 안되는 소리 말아요!"

"당신도 마찬가지야!"

이후 그녀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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