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록키V



사실 록키의 대단한 팬이었던 적은 없지만 그래도 80년대에 국딩 시절을 보냈던 남자애들 중에 이 캐릭터에게 호감을 가져보지 않았던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중학생 때 완결편이라며 개봉한 이 영화를 추운 겨울날, 아마도 방학 중에 지금은 멀티 플렉스에 밀려 망해 없어진 시내 극장에 홀로 찾아가 봤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 때쯤엔 록키 인기도 완전히 내리막이어서 극장에 관객이 거의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게다가 극장 관리자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온풍 대신 냉방을 해버려서 극장 안은 말 그대로 냉장고. ㅋㅋ

필라델피아의 추운 길거리에서 록키가 입김을 내뿜으며 뛸 때마다 4D 체험을 하는 기분이었죠.


결국 영화는 당시 어린 나이에 보기에도 억지 투성이에 엉성했고.

뭐야 이거... 라고 피식거리며 극장을 나오려는데 이 엔드 크레딧이 떴고. 그대로 발목을 잡혀 끝까지 보고 나와 집에 오는 길에 OST를 LP로(...) 구입했었습니다.


위에도 적었듯이 영화는 참 별로였는데.

대충 드문드문 알아들어도 대략 록키 이야기구나... 라고 짐작할 수 있는 가사에 이렇게 흑백 사진으로 1편부터의 여정을 쭉 훑어주는 게 참으로 감성 폭발하게 만들더라구요.

(근데 사실 그 때까지도 3과 4는 안 봤었다는 함정이. ㅋㅋ)


참고로 OST는 별로였습니다. orz

그냥 이 노래만 테이프에 녹음해서 듣고 다녔었죠.

그리고 한겨울 냉방 체험의 여파로 며칠 감기 몸살에 시달렸다는 슬픈 이야기.



2. 록키 발보아



록키 시리즈를 제대로 마무리해보겠다는 야심으로 1편 감독까지 재기용해서 만들었던 록키5가 정말 제대로 된 물건이었으면 아마 이 영화가 나오기 힘들었겠죠.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 최근에 또 록키 캐릭터를 등장 시킨 '크리드'도 나왔었고. 어쨌거나 21세기 이후로 커리어는 꼬였을 스탤론이 영화를 더 만들긴 했을 것 같기도. ㅋㅋ)


이 영화는 여러모로 평도 준수했고 저도 기대보다 훨씬 좋게 봤어요.

근데 보면서 엔딩이 다가오니 '괜찮은 엔드 크레딧 아이디어는 5편에서 뽕을 뽑아버린 듯 한데 이번엔 뭘 하려나...' 라는 생각이 들던 터에 이 크레딧을 보고 박수를. ㅋㅋㅋ


애초에 각본, 감독까지 스탤론 본인이 다 해치운 영화인데.

본인 인생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애정이 자부심이 마구마구 폭발하는데 그게 거슬리지 않고 그냥 납득, 인정하게 되니 멋지단 생각만 들더라구요.

토이스토리 3편 엔딩 보던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들기도 했구요. 픽션 속의 인물이 현실에서도 나와 함께 나이 먹어가는 듯한... 뭐 그런 감상 같은 것.


지금 다시 보라고 하면 그 많은 시리즈들 중 1편과 발보아만 다시 볼 의사가 있으니 전체적으로 호평할 순 없는 시리즈이지만.

적어도 엔드 크레딧만큼은 개인적으로 손 꼽을만큼 좋아하는 두 편입니다.



딱히 마무리 정리할만한 이야기가 있는 글도 아니고 하니 걍 여기서 바이트 낭비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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