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관람으로 국제시장을 봤습니다. 보기 싫었는데.. 억지로 끌려가서 봤어요. 보기싫었던 이유야 일단 슬플게 뻔하고 뻔할게 뻔한 영화라서 였습니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분이 극찬하셨다고 하니 더 보기가 싫더라구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일단 영화 자체는 매우 보편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듀나님 평에 따르자면 " 더 큰 문제는 덕수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가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라고 하셨던데 매우 적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어요. 시작부터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게 만드는 나비부터.. 급작스레 툭하고 내던지는 결말까지 영화는 그냥 한 시대를 고민하지 않고 살아온 평범한 가장,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내는데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거기엔 아무런 사상도 정치도 알력이나 고민도 있을 여지가 없습니다. 그냥 먹고 사느라 쌔가  빠지게 고생한 한 남자가 있을 뿐이었어요.

 

그럼 이게 도대체 영화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고 예술적인 성취를 했는가?? 글쎄요. 그런거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영화 보는 내내 울컥울컥했고 많은 눈물을 흘렸고 영화관 나오면서 잊어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느낀거라곤.. 우리 세대와 윗세대, 그리고 아래 세대들의 갈등이라던가 불화가 어디서 유래했는가 정도를 깨달았을뿐이지요.

 

실질적으로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통찰할 수 있는거라곤 자신과 가족, 주위의 환경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려지는 대상이 이순신급의 위인이 아닌 이상 필부의 삶이란건 고작 반경 수십킬로미터 안에 갇혀있죠. 그런 면에서 국제시장의 주인공에게 역사적 인식이나 사회적 격변에 대한 자신의 자세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고작 하루하루 식구들 벌어먹고 살게 했으면 그 사람은 책무를 다한 겁니다.

 

역시나 단체 관람으로 봐야했던 명량에 비해 국제시장이 더 정치적으로 공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뭔가를 강요하지는 않거든요. 많이들 이야기하는 애국가 장면에서도 그 시대를 살아야했던 사람들의 어처구니없음이 느껴지지.. 애국 애족해야겠다는 충성심이 솟구치지 않습니다. 대단히 희극적이예요.

 

무관심도 하나의 정치적 선택이라는 말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국제시장을 현실에 침묵하는 보수적인 색깔의 영화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그런 평가를 하려면 영화를 일단은 보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제균의 영화를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나온 영화중에 국제시장은 이정도면 그럭저럭 균형잡힌 나쁘지 않은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더 잘만들수도 있었겠지만 더 나쁠수도 있었던 영화입니다. 많은 관객들이 관람하는 영화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느낀 감상과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영화를 보실 우리 아버지께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요. 그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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