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의 시트콤에 대한 집착은 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선녀가 필요해'도 그랬고 '닥치고 패밀리'도 그랬고 그렇게 호응이 좋았거나 평가가 좋았던 작품이 아니고. 3%도 안 나왔(...)던 전자의 시청률에 비해 후자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봤자 여전히 본전 뽑았다고 보기엔 부족함이 많거든요. 사실 그나마 후자도 러브 라인에 대한 호응이 좋아서 그 정도라도 나왔던 거지 전체적으로 작품을 놓고 보면 딱히 괜찮은 작품이라고 보긴 어려웠어요. 근데 그런 판국에 또 시트콤이라니. 이유가 뭘까요.


- 어쨌거나 '일말의 순정'의 기본 설정 및 첫 회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캐릭터들 작명 센스가 개판이라 좀 어지럽(?)지만 대충 적자면.

 김선미(전미선-한승연)는 결혼에 환장하는 싱글 교사입니다. 93학번이고 올해로 40세. 비교적 잘 나갔던 소싯적에 병약한 하숙생 하정우(이훈-김성규)의 찝쩍거림을 뿌리치고 연하의 미남 정우성(김태훈-임시완)을 짝사랑했으나 정우성이 자기보다도 연상의 여자와 사고를 쳐 결혼해버리면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구요. 그 후로도 하정우와의 인연을 이어가며 나중엔 관계 역전, 오히려 자기가 좋아하게 되었지만 고백은 하지 못 한채 나이만 먹고, 결국 하정우의 청첩장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전근을 간 새 학교에서 나잇살 헛 먹은 날라리 교사 정우성을 다시 만나게 되는데...

 최민수(이재룡-지오)는 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알게 된 첫사랑 강수지(도지원-송지은)에게 끈질기게 대쉬해서 결혼하고 아들 하나를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다만 결혼 후 현실적이 되어 낭만 따윈 개나 줘 버리고 아들에게도 '전 꼭 여러 사람 만나보고 결혼해라!'라고 외치고 있는 아내 때문에 맘이 안 좋구요.

 알고보니 정우성(다시 적습니다. 김태훈-임시완이에요;)의 아내는 이미 옛날 옛적에 세상을 떴습니다만 그건 사람들에겐 비밀. 홀로 다 큰 외동딸을 키우며 잘 살고 있는데 알고 보니 최민수(이재룡-지오), 강수지(도지원-송지은)와는 같은 연극 동아리 선후배 관계네요.


 와 같습니다. 가뜩이나 메인 배우-젊은 역 배우 때문에 적기 귀찮은데 등장 인물 이름이 저 따위라... orz


- 맨 처음 적은 내용을 보시면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전 KBS 시트콤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낮습니다. 아주 낮지요. 엄밀히 말해 그냥 그런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라는 기준으로 볼 때 첫 회는 괜찮았습니다. 딱히 재밌었단 얘긴 아닌데, 그렇다고해서 재미 없어서 억지로 볼 정돈 아니었네요. 오버스런 연기나 설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비교적 견딜만했구요. 기본 설정이 뻔하긴 해도 배우들의 연기가 괜찮았고 연출이나 대본도 아직까진 그럭저럭이었습니다. 제겐 다행이지요. 한승연, 김성규 출연 분량까지는 무리 없이 버틸 수도 있을 것 같...;

 아. 근데 왜 KBS는 시트콤을 '그냥 짧고 가끔 배우들이 시트콤st. 과장 연기를 보여주는 일일 드라마' 컨셉으로 찍는 걸까요. 시트콤이 시트콤 같지가 않아요. 이 작품은 그게 오히려 어울리는 것 같아서 괜찮긴 한데. '닥치고 패밀리'를 보면서는 내내 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그냥 정극을 찍지 왜...


- 배우들이 저렇게 잔뜩 나오지만 사실상 전미선 원톱에 이재룡도 비중이 클 것 같고 나머지는 '주연급 조연' 정도의 비중이 될 듯 합니다. 오늘 내용만 봐선 무게 중심이 그렇더라구요. 전미선의 결혼을 이루려는 몸부림과 이재룡의 '낭만'을 잃은 아내에 대한 아쉬움이 주 소재였고 앞으로도 그럴 분위기에요. 뭐 둘 다 사람들(40대 근방의 시청자들을 주 타겟으로 삼고 기획된 듯 합니다)의 공감대를 끌기 좋은 내용들이긴 하네요.


- '건축학 개론'으로 불을 지피고 '응답하라 1997'로 활활 타올랐던 90년대 추억 따먹기 놀이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전미선 캐릭터가 93학번, 김태훈 캐릭터가 95학번으로 나와요. 뭐 어차피 추억 파트는 분량이 적긴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그 시절 노래들 틀어주며 필사적으로 추억을 팔더군요. 허허;


- 엄청난 우려 속에 일말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아이돌들의 연기는 괜찮습니다. 왜냐면 이 분들이 워낙 비중이 없거든요(...) 그간 제작진이나 성인 역할 배우들의 인터뷰를 보면 초반엔 젊은 시절 분량이 꽤 많을 것 같았는데. 흥행을 노린 사기극이 아니었나 의심 중입니다. 원탑 주인공 전미선의 젊은 시절 역할인 한승연이 그나마 분량이 많은데 그것도 박박 긁어 모아서 2분이나 넘을까 말까. 그러니 딱히 대사를 칠만한 분량도 없고 그래서 연기력 논란 같은 건 생길래야 생길 수가 없네요. 하하. 다행입니다. <-

 참고로 성규군의 분량은 맨 첫 장면에 10초 정도로 끝이니 혹시라도 챙겨보고픈 팬분들께선 안심하시길. 플짤 하나면 끝납니다. 그나마 있었던 대사도 예고편에서 들렸던 그게 전부. orz

 그리고 다들 예쁘게 나오고 그림도 잘 잡아줍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으면 편집 영상이든 플짤이든 그냥 캡쳐샷이든 한 번 찾아보시길. ^^;


- 전미선-한승연의 싱크로야 예고편만 봐도 의외로 괜찮다는 예상이 가능했는데. 놀랍게도 이훈-김성규의 싱크로도 나쁘지 않... 습니다; 성규야. 살 좀 빼자. ㅠㅜ


- 과거 회상 말고 현재 파트에도 아이돌 그룹 멤버가 한 명 나옵니다. 얼굴로 알아본 건 아니고 드라마 홈페이지를 훑어보다 알게 되었는데 그것도 그럴 것이 '빅스타' 멤버라서(...)


- 그러고보면 '너 xx살까지 연애 못 하면 나랑 결혼하자' 라는 멘트가 농담을 빙자한 작업 멘트로 쓰이던 시절이 있었죠. 요즘 젊으신 분들도 이러고 노는(?)지 살짝 궁금해졌습니다.


- 전 김태훈이 김태우 동생이라는 걸 방금 전에 검색해보고 알았습니다. 그러고보니 닮았는데 형이 생긴 건 낫지 않나 싶은데 활동은 요즘 동생이 훨씬 많네요.


- 참고로 김태훈 캐릭터의 딸 이름이 '순정'입니다. 또 무슨 말장난을 하려고... -_-;


- 마지막으로.

 두 번 웃었습니다. 한 번은 풉. 한 번은 피식.

 '피식'은 왜 그랬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풉'은 전미선 엄마 때문에...;


+ 그새 올라온 아이돌 출연 장면 커트 영상입니다.


성규+한승연


시완+한승연


지오+송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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