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요즘 + 오늘 감자별 잡담

2014.01.28 23:30

로이배티 조회 수:2426

- 이제 60화를 넘어 바야흐로 후반에 접어들고 있는 감자별입니다만. 이전 김병욱 시트콤들에 비해 반응은 참으로 썰렁하기만 합니다.

 보통 하이킥 시리즈 이후 이 분 시트콤들의 패턴이 시작 후 적응기를 거쳐 본격적으로 웃기기 발동을 걸고 한창 화제를 끌며 재미 폭발하다가 막판 러브 라인 정리로 멸망(...)한다는 식이었고. 지금은 분량상 웃김이 피크에 달해야할 시기입니다만... 뭐 아무런 화제도 안 되고 시청률도 안 나오고 그냥 조용조용하네요.

 근데...  제가 비록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본방 사수를 하고 있는 충실한 팬이긴 하지만, 솔직히 그럴만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그렇게 웃기지가 않아요. -_-;;

 제가 뭐 전문가도 아니고 이래서 그렇다 저래서 그렇다 분석을 하는 건 웃기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김병욱 PD와 작가들이 너무 유해져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습니다.

 보통 이 분 시트콤의 웃음은 '냉정함'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결함 투성이의 인물들을 먹이 사슬 내지는 위계 관계로 복잡하게 얽어 놓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식이었는데, 각 인물들의 모자람과 못 돼 먹음을 보여주고 놀려 먹는데에 가차 없었죠. 그게 김병욱 작품들의 개성이면서 동시에 매력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지나치게 따뜻(?)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 에피소드들 중에 길선자가 자신이 왕유정과 친구 먹은 줄 착각하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길선자의 김칫국 마시고 오바하는 성격과 왕유정 & 노씨 가족들의 계급 의식이 부딪히면서 만들어낸 괜찮은 에피소드였고 내내 웃으면서도 긴장감이 넘치는 스릴러... 였습니다만. 결말이 약했어요. 예전 같았음 마지막에 길선자가 오페라 공연에 초대받은 줄 알고 룰루랄라 놀러갔다가 개망신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걸 보여주면서 잔인하게 웃겨줬겠습니다만. 그냥 길선자가 혼자 찬바람 맞다 와서 짜증내는 걸로 끝내버렸죠.

 캐릭터 묘사 자체도 그렇게 참 온화합니다. 대표적으로 노수영 캐릭터는 분명 김병욱 시트콤에 자주 나오는 싸가지 캐릭터로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물론 중간에 나름대로 고비를 겪긴 했습니다만) 그냥 장율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헌신하는 착해 빠진 여자애가 되어 있구요. 장율 역시 괴벽과 까칠함을 내세운 기이한 캐릭터로 시작했지만 또 어느샌가 그냥 말이 좀 느린 다정한 남자 친구가 되어 있고. 시종일관 대립하는 짝으로 설정되어 있던 노송과 왕유정도 비교적 초반에 금방 화해해버리고 그 후론 크게 부딪히는 일도 없어요. 기억을 잃은 후 그냥 순박한 어린이가 되어 버린 노민혁은 말할 것도 없고 노준혁과 나진아는 그냥 연애하는 젊은이들이고...;;


 암튼 뭐랄까. 이번 '감자별'의 에피소드들은 대체로 무난하게 시작해서 그럴싸하게 전개되다가 막판에 뭔가 한 방 터뜨려 줄 타이밍에 그냥 그대로 끝나 버려서 김을 빼는 일이 많습니다. (그나마 오그라들게 끝내지만 않으면 다행이구요;) 초반엔 안 그랬는데 30회 넘어가면서부터 굉장히 일관성 있게(?) 그러더라구요. 덕택에 한 동안 보기 힘든 시기를 겪었죠. 보다가 포기한 사람들 심정 다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 반응이 궁금해서 찾아보면 온통 '정말 여진구 때문에 억지로 참고 본다'는 여진구 팬들 반응 밖에 없는 것도 이해해요. orz


-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드라마, 그러니까 기둥 줄거리와 시트콤의 배합입니다. 이 작품은 김병욱의 시트콤들 중에서도 유난히 기둥 줄거리가 강한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고아로 자라서 돈 벌이나 하려고 남의 집에 진짜 아들인 척 하려고 들어갔다가 그 집에 눌러 앉기를 바라게 되는 노준혁의 이야기나. 노준혁, 노민혁, 나진아의 형제가 낀 삼각 관계. 아버지의 원수나 다름 없는 사람들의 회사에 입사해서 그 사람들 집에 얹혀 살게 된 나진아의 이야기라든가... 이런 좀 어둡고 꼬인 드라마를 어떻게 웃기면서 보여줄지를 기대했었는데 그게 좀 기대 이합니다. 뭣보다도 초반에 '진짜 주인공' 처럼 보여지던 노준혁이 너무 손쉽게 지금 가족들에 적응해서 살고 있다는 게 좀 거슬려요. 어쩌다가 이 가족에 애착을 갖게 되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어색함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혹은 그 어색함 때문에 어떻게 괴로워하고 있는지... 이런 게 전혀 보이지가 않고. 나진아는 언제부턴가 그냥 먹고 사는 데 바쁜 회사원이고 말지요. (어떻게 보면 참 현실적이긴 하네요. ㅋ)


- 근데 뭐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쌓은 캐릭터들에 대한 의리(?)와 김병욱 시트콤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웃겨주는 길선자나 김정민 가족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노수영의 이쁨(...) 때문에 어떻게든 지루하지는 않게 잘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드디어 줄거리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 같아 앞으로는 좀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도 생기고 그렇네요. 이미 시청률이나 인기, 화제는 물 건너가 버린 것 같긴 하지만 말입니다. orz


- 그래도 길선자는 여전히 좋습니다. 길선자 만세. 길선자 최고. 길선자 짱. 이 분이 메인으로 나온 에피소드들은 거의 볼만했어요. 아마도 딱히 진지해질 필요 없이 늘 진상만 부리면 되는 역할이라 그런 것 같긴 하지만요. 하하;

 그리고 오이사 이사 패거리들은 초반에 비해 많이 재밌어져서 맘에 듭니다. 특히 그 여자분 캐릭터는 보면 볼 수록 매력있네요. ㅋ

 줄리엔과 후지이 미나는... 엄... 그냥 안 나와도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완전히 따로 노는 데다가 재미도 없어요. orz


...까지가 요즘의 감자별 이야기고 이제 오늘 얘깁니다. ㅋㅋㅋ

 

- 노준혁과 나진아는 '지들만 아니라고 생각하지 연애잖아' 단계에서 한참을 룰루랄라 즐겁게들 살고 있었죠. (직장이 니들 연애하는 곳이냐!!!) 저럴 거면 그냥 고백하고 사귀면 되지 않나 싶긴 하지만 노준혁의 입장에선 언제 정체가 뽀록나고 집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들이대긴 애매함이 있을 것이고. 나진아 입장에선 맨날 똥싸개라고 놀리던 애가 갑자기 부잣집 자식이 된 후에 좋아한다고 말하기 애매한 것이 있을 테고 뭐 이해는 합니다. 그래도 오늘 둘의 마지막 장면을 보니 결국 이 시트콤의 메인 연애질은 이 둘의 것이 되겠구나 싶고 덤으로 노민혁군이 참 애잔해지더군요. 뭐 애시당초 애잔해지기 위해 태어난 캐릭터이긴 하지만... -_-


- 9살 초딩 노민혁 캐릭터는 그 동안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고경표가 서서히 초딩 역할에 적응을 하면서 연기가 많이 좋아졌고 그러면서 캐릭터의 설득력도 올라갔다는 느낌이었구요. 뭣보다도 나중에 정신 차린 후에 당하게 될 애잔함의 쓰나미가 대기하고 있는 게 너무 빤히 보여서 뭘 해도 안타깝고 불쌍해 보이고 그랬거든요.

 하지만 그딴 거 다 필요 없고 오늘 이사 회의에서 오이사 이사에게 잘난 척하며 마구 쏘아붙이는 모습을 보니 지난 60회 분량의 답답함이 싹 가시는 느낌이 들면서 아주 반갑더라구요. 아. 이제 스토리 전개 좀 되겠구나... 싶기도 하고. (쿨럭;)

 당연히도 오늘 한 회 동안 떡밥을 다 풀진 않았지만 분위기를 보니 자기가 나진아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기억은 물론이고 그 감정까지도 그대로 품고 있을 것 같은데. 이걸로 멜로 만들어내는 건 좋지만 일단은 그걸로 좀 웃겨줬음 하네요. 자기가 나진아에게 졸라서 놀이 공원 놀러가서 미키 마우스 머리띠하고 청혼했던 걸 생각하면 자다가도 하이킥, 로우킥 마구 나가지 않겠습니까. 그런 걸로 삽질하는 에피소드 좀 깔아주고 그 뒤에 로맨스를 하든 멜로를 하든 뭐 그건 맘대로...


 그리고 사실 텅 빈 회사에서 혼자 나진아에게 보낼 셀카 찍다 추락해서 머리 부상 당한 놈이라는 걸 생각하면 애초부터 좀 유치한 놈이었고 또 나진아에게 호감도 있었던 게 맞는 것 같구요. ㅋ 그냥 아홉살 정신 연령 덕에 그 동안 본래 성격이 가감 없이 드러났던 거다... 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_-;;


- 암튼 뭐 이제 절반 밖에 흘러가지 않았고 종영까지 거의 세 달이 남았습니다. 부디 너무 멜로에 매달리지 마시고 한 30화 정도 바짝 웃겨주길 바랍니다. 최근의 몇몇 에피소드들은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 같았거든요. 특히 어제 노수동의 찌질함에 대한 에피소드는 꽤 맘에 들었습니다. 그래야 제(?) 김병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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