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견적 쓸 일이 있어  따지다 보니 현 직장에서 근무한 지 벌서 50개월이 됐더군요. (사네 못사네 해도 시계는 갑니다...ㅎㅎ)

이직 후로 한 동안은 정말 '미스김'님 처럼 살았습니다. 아, 정시 퇴근 하나 빼고요 --;;;

직장에선 '일'만 하고, 팀원 및 회사 사람들과의 친목, 관계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고사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네요. '자발적 왕따'임을 농담처럼 공공연히 밝히며 '날 건드리지 마세요'의 제스처를 취했으니까요.

 

몇달 전까지만해도 그랬습니다.

일에 있어 멘토로 여기던 모 팀장님이 인원 정리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팀원 중 나갈 사람 없습니다!'를 고수) 버티다,

본인에게도 refresh가 필요하다며 자신이 사직하는 걸로(!!) 인원 정리를 마무리하는 사건이 일어나며,

혼돈과 흔들림의 계기가 생겨 버렸습니다.

 

팀원과 조직원의 유대감은 예상보다 끈끈했고, 그 중에는 저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도 있었네요.

저를 멘토로 삼고 싶다며 강아지 눈을 하고 졸졸 따라오는 녀석도 있고, 유독 제 맘이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 직장에서 퇴사 할 즈음, 믿었던 사람과 회사에 강한(!!!!) 배신을 당했던 지라,

개인적인 관계나 유대감 따위는 회사에서 찾지 않으리라 은연 중에 다짐했던 것 같습니다.

미스김 마냥, 스스로 벽을 쌓고 '일만 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었네요.

(저와 꽤 오래 한 팀에서 일한 친구는 '직장의 신'을 보며 제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제가 한 말을 미스김이 하고 있더래요 ㅎㅎ;;

'직장은 일을하는 곳이지 친분을 쌓는 곳이 아니다' '직장은 돈으로 보상 받는 곳이다' 등등...)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어도 무의식 중에 관리랄까, 선을 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은 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쉽게 보이는 건 언젠가 손해가 될거다, 뒤에서 다른 말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거다, 가볍게 뱉은 말이 좋지 않게 돌 수 있다 등등의 방어기제가 작동한달까요.

 

사실 좀 두려운 것 같습니다.

다시 사람들을 믿고, 의지해도 좋을지. 사람들에게 맘을 줘도 좋을지.

'주는 만큼 받아야 한다'는 아니지만... '진심이 꼭 통하지는 않더라'는 걸 알아 버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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